⑤ ‘태권도의 날’ 행사 수상자와  해외자문위원 선정 기준은?

1994년 9월4일 프랑스 파리에서 열린 103차 IOC총회에서 태권도가 올림픽 정식종목으로 채택된 것을 기념하기 위해 태권도계 합의를 통해 2006년 세계태권도연맹(WTF)은 이날을 ‘태권도의 날’로 발표했다.

이전에도 올림픽 정식종목으로 채택된 날을 기념해 간단한 행사를 해왔지만 2007년 태권도특별법에 의해 ‘태권도의 날’이 법률로 제정되면서 행사의 규모는 훨씬 커졌다. 지난달 4일 ‘태권도의 날’ 행사는 문화체육관광부가 주최하고, 국기원, 대한태권도협회(KTA), WTF, 태권도진흥재단이 공동으로 주관했다.

그러다보니 태권도계의 의견보다는 문화체육관광부 의도대로 따라갈 수밖에 없게 됐다.

게다가 KTA는 홍준표 회장체제가 출범하면서 새 집행부가 구성이 안 돼 적극적으로 참여할 수 없었고, WTF는 베이징올림픽 준비관계로 거의 외면하다시피 했다. 진흥재단과 국기원이 주도적으로 나섰지만 진흥재단은 태권도계 인사들을 깊이 파악한 상황이 아니었다. 때문에 국기원이 태권도계를 대표해 주도적인 역할을 하게 됐다. 자연스레 행사의 미비점에 대한 비판도 국기원으로 쏟아졌다.

그러나 국기원도 이러한 비판을 모두 피해갈 수 없는 입장이다. 문화체육관광부가 태권도를 전 세계에 보급함은 물론 한국을 알리는데 큰 역할을 하고 있는 해외사범들에게 감사패를 전달하기 위해 그 명단을 국기원에 요구했다. 국기원은 이 요구에 응하지 않았다. 명단을 선정함에 있어 기준과 자질 시비에 휘말릴 것을 우려해 오히려 문화체육관광부에 감사패 수여를 하지 말 것을 건의했다.

국기원의 반대에도 불구하고 문화체육관광부는 이준구 사범, 미국태권도협회(ATA) 관계자 등 40명을 수상자 후보로 선정하고, 국기원과 WTF 관계자는 어쩔 수 없이 협의를 걸쳐 수상자를 최종 결정했다.

이 과정에서 다행스럽게도 이준구씨와 ATA 관계자 등은 자체단증을 발급하는 등 국기원이나 WTF와 전혀 무관한 인사들이라는 점에서 수상자 명단에서 제외됐다. 문제는 이미 외국생활을 접고 5~6년 전 국내에 돌아와 벌써 기반을 잡은 인사가 수상자로 선정된 것이다.

아무리 문화체육관광부가 수상자 선정을 주도했다고 하지만 최종 선별작업은 국기원과 WTF의 몫이었다. 논란이 되고 있는 인사가 눈에 띄지 않았다는 것은 핑계에 불과하다. 국기원이 너무 잘 알고 있기 때문이다.

미국의 이상철 전 미국태권도연맹(USTU) 회장의 경우는 국기원이 아닌 다른 기구의 강력한 반대에 의해 수상자에서 제외된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이 회장은 지난 7월 국기원이 주최하는 한마당을 미국 LA에 유치해 주도적으로 치른 사람이다. 행사의 성공여부를 떠나 국기원이 그 공로를 인정했다면 다른 기구의 반대를 설득할 수 있었을 것이다.

국기원의 소극적인 자세도 질타의 대상이 됐지만 문화체육관광부의 고압적이고 지나친 간섭도 많은 태권도 인사들의 비판을 받았다. 이래저래 지난 ‘태권도의 날’ 행사는 태권도인들의 잔치가 아니라 문체부의 독선적인 잔치에 태권도인들은 불유쾌한 들러리만 선 꼴이 되고 말았다.

국기원 이근창 사무처장은 “국기원과 KTA, WTF, 태권도진흥재단이 공동으로 주관한 행사다. 모든 문제가 국기원에 있다고 오해해서는 안 된다. 다만 다른 기구가 사정이 생겨서 국기원이 더 열심히 한 것뿐”이라 해명했다.

김창완 기자  tkdnews@kore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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