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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인 사범 수기] "나는 부끄럽지 않다" [9]드디어 칼스루에에 개인 도장 오픈
개관식 시범에 반해 한달 새 초보반 만원사례
  • 곽금식 사범
  • 승인 2008.10.21 15:24
  • 호수 611
  • 댓글 0

군 생활 중에 중대장님이 내게 오분대기조, 태권도 교관, 배구선수, 심판 등 못하는 일이 없는 ‘팔방미인’이라고 별명을 붙여준 기억이 떠올랐다. 시계공장에서도 나는 내가 할 수 있는 일이라면 기꺼이 하겠다는 마음으로 승낙했다. 약간의 작업 설명을 듣고 일을 인수인계받을 때까지는 이일이 얼마나 고된 작업인지 미처 알지 못했다.

오전부터 6시간 내내 작업대 앞에 서서 금가루가 밖으로 튀지 않게 집중해서 작업을 해야 했는데 그러고 나니 다리가 붓고 아프기 시작했다. 공장에서 앉아서 작업하는 동료들이 부럽기까지 했다.
병가로 휴가를 냈던 직원은 다시 일터로 돌아오지 않았다. 이곳의 일이 고되어서 다른 직장으로 옮겨갔다는 소식만 후에 전해 들었을 뿐이었다.

오전에는 시계공장에서 선반공으로, 오후에는 체육관에서 태권도 사범으로 일하니 종아리가 단단하게 부어오르고 다리가 천근만근 무겁게 느껴졌다. 몸이 유연하게 풀릴 때까지는 오랜 준비운동 과정이 필요했다. 물론 육체적으로 힘들었지만 수강생들 앞에 서면 계획에 맞추어 재미있게 운동을 할 수 있었고 천진난만하게 따라주는 수련생들을 위해서 이 사람들이 바라는 태권도가 무엇인지를 연구하며 보람된 나날을 보낼 수 있었다.

태권도를 배우려고 하는 사람들 앞에 서면 그 순간 피로는 온데간데없이 달아나고 오직 가르치는 일에만 몰두하게 된다. 하얀 도복을 차려입은 사람들의 모습은 한결같이 순진해 보인다. 낮의 힘든 직장생활 때문일까? 오전과 오후의 대조적인 삶이었지만 광산에서의 삶과는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나에게 보람된 날들이었다.

1976년 3월

슈투트가르트의 본관을 운영하시던 김광일 사범님은 또 다른 사업의 일환으로 한국 식당 ‘코리아 하우스’란 간판을 내걸고 식당을 개업했다. 그 전에는 없었던 한국 식당이라 개업 첫날부터 손님들이 모여들어 김 사범님은 태권도 도장 일을 신경 쓸 시간적 여유가 부족해졌다.

그러던 차에 사범님은 나에게 포르츠하임 도장을 혹시 인수할 의향이 있는지 물어왔다. 그간 2년이란 시간을 내가 손수 맡아 성장시켜온 도장이니 나로서는 더할 나위 없는 중요한 기회가 될 것 같았다. 관원이 약 50명, 도장을 인수하는 가격은 체육관을 수리할 때 들어간 18,000마르크(당시 한화로 약 234만원 가량)이었는데 비싼 가격은 아니었지만 당시의 나로서는 큰돈이 아닐 수 없었다. 지인의 도움으로 은행에 융자를 조금 받은 후 나는 곧 도장을 인수했다.

이후 나는 후일 자립하여 태권도에만 전념해야겠다는 생각과 계획으로 인근 도시인 칼스루에에서 체육관 자리를 찾기 시작했다. 매주 토요일이면 신문을 사서 보기도 하고 직접 시내로 가서 이곳저곳 지리를 익히기도 하면서 몇 달 후 칼스루에 시내에 교통도 편리하고 주차장 자리가 확보된 적합한 장소를 찾아냈다. 건물의 홀이 약 300m² 가량 되는 곳을 체육관으로 만들기 시작했다. 한달 동안 바닥을 깔고 벽을 칠하면서 화장실, 샤워실 시설까지 당시로서는 손색이 없는 체육관 시설을 갖추었다.

1976년 10월 3일

칼스루에에 태권도장을 개관했다. 개관하던 날, 루르 지방에서 도장을 운영하던 장광명, 송판호 사범님, 그리고 포르츠하임 유급자들의 도움으로 300여명에 이르는 관객들 앞에서 태권도 시범으로 큰 감동을 주었는데 시범이 끝난 후 그 자리에서 바로 스무 명 정도가 본원에 입관을 하였다.

이튿날 첫 운동이 시작되었다. 이미 16명이 먼저 와서 나를 기다리고 있었고 이후 매일매일 새로운 수강생들이 조금씩 찾아왔다. 칼스루에는 인구 30만 명으로 바덴뷔템베르크(Baden-Wuerttemberg)주에서 두 번째로 큰 도시이다. 당시에는 독일인이 하는 가라테 도장이 있었을 뿐 태권도는 처음으로 선을 보인 셈이었다. 마침 시내의 극장에서는 중국 무술영화가 한창 유행하던 시기여서 태권도에 대한 인지도가 생겨나는데 도움이 되었고 먼저 들어온 수강생들의 입소문을 통해 홍보가 잘되어 특별히 광고를 낼 필요도 없이 초보자반은 한 달이 못되어 자리가 가득 찼다.

곽금식 사범  tkdnews@kore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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