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2일 전국체전 태권도 둘째날 경기가 열리던 전남 장흥실내체육관.

‘전국체전’ 하면 16개 시도협회가 경기 결과에 사활을 건 것처럼 열기가 뜨겁기 때문에 이런 저런 불상사가 종종 발생하곤 했다. 그러나 둘째날 오후 5시 무렵까지는 대회가 아직 덜 가열된 탓인지 별다른 문제가 없이 진행되고 있었다. 사건은 마지막 경기에서 일어났다.

박성진 기자.

여자일반부 밴텀급 결승전으로 남진아(서울)와 이혜영(인천)의 경기가 치러졌다.

양 선수는 접전 끝에 연장전에서도 승부를 가리지 못했다. 연장전에서도 누가 이겼다고 판단하기가 쉽지 않은 상황이었다. 두 선수 모두 최선을 다했고 심판의 우세승 판정을 기다리고 있었다. 심판진은 이혜영의 손을 들어주었다. 3명 부심의 판정결과는 공개되지 않았지만 2-1의 판정이었던 것으로 전해졌다.

그런데, 서울시협회 관계자들은 심판의 판정에 불만을 제기했다. 서울시협회는 전날의 판정 불만까지 거론하며 소청을 신청했으나 소청은 받아들여지지 않았고, 불똥은 심판들에게 튀었다. 결국 서울시협회 아무개 씨와 심판진 임원 아무개 씨가 서로 막말과 욕설을 주고 받으며 멱살잡이까지 갈 뻔하는 상황까지 이어졌다.

한바탕 소동 끝에 경기장이 정리되고 이날 경기가 마무리 됐다. 이를 지켜보던 한 태권도인은 “혹시나 했는데, 역시나” 라며 “어쩐 일로 싸움이 없다 싶었다”고 했다.

사실 이날 경기장에서의 싸움은 이 소동이 처음이었지만, 그렇다고 해서 이전까지의 경기장 문화가 깨끗했다고 말할 수 있는 정도는 아니었다.

각 시도협회 관계자들이 자신의 소속 협회 선수들의 경기에 관심을 가지고 응원을 하는 것까지는 얼마든지 이해할 수 있는 일이다. 그러나 그 정도가 지나친 경우가 너무도 많이 보였던 것이 이번 대회였다.

일단 자신의 소속 협회 선수가 출전하는 경기에서는 약간의 불이익이 보인다 싶을 때면 관람석에서 경기장으로 내려와 손을 휘두르고 발을 구르고 심판들을 향해 큰 소리로 항의를 하고 때로는 욕설까지 마다하지 않는 사람들이 눈에 자주 띄었다.

특히 한 대학의 교수라는 아무개 씨는 그 정도가 심해 경기진행임원들의 제지에도 불구하고 경기장으로 내려와 욕설까지 내뱉으면서 경기장의 분위기를 험악하게 만들기 일쑤였다. 더욱 이해할 수 없는 것은 이 교수의 친형이 대회 고위 임원임에도 불구하고 전혀 거리낌이 없었다는 점이다. 그 형 역시 자신의 동생이 내려와 경기장 분위기를 망쳐도 별다른 말을 하지 않았다.

김일섭 질서대책부장은 “모르는 사이도 아니고 스스로 알아서 올라가주면 좋을텐데, 말해도 안듣고, 그렇다고 강하게 제재하기도 그렇고 입장이 곤란하다”고 말했다.

이런 일들은 태권도 경기장에서 비일비재하기 때문에 웬만한 사건, 사고들에 대해서는 태권도인들이 불감증에 걸린 게 아닐까 싶을 정도다. 어떤 태권도인은 “그래도 예전에 비하면 많이 좋아진 것”이라고 말했다.

대회 전체적으로 이번 대회는 예전에 비해 큰 싸움이 없었다고 할 수 있다. 그런데 과연 ‘이 정도면 많이 좋아졌다’고 자위하면 끝날 일일까? 태권도장에서는 ‘예의’를 가장 먼저 가르친다고 입이 닳도록 말하는 사람들이 누구인가? 그 예의 바른 사람들이 왜 태권도 경기장에만 들어서면 시정잡배들보다도 못한 수준으로 돌변하는가?

요 근래에 특히 흔히 들을 수 있는 말이 ‘태권도의 위기’다. 기자는 태권도의 가장 큰 위기가 올림픽 정식종목에 남느냐 빠지느냐가 아니라, 태권도 경기장 안팎에서 보여지는 태권도인들의 저급한 행동이라고 생각한다.

박성진 기자  tkdnews@kore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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