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주 금요일 '죽고 싶다'는 문구로 한차례 소동이 몰아친 후 최홍만의 미니홈피의 제목은 이렇게 바뀌어 있었다. '자유롭지 못한 삶'. 많은 것을 생각하게 해주는 문구다.또 현재 그의 입장을 잘 나타내주는 말이기도 하다.

최홍만의 고통, 미니홈피로 잘 드러나

최홍만의 심정은 미니홈피 소개 글의 변화로도 잘 알 수 있다. 아래는 그의 미니홈피 '자기소개'란에 적혀 있는 글이다.

2008년 6월 7일 - "난 아직 20대. 할 수 있을 때 맘껏 도전해 보고 싶다. 누가 뭐라고 해도 상관없다. 홍만 도전 끝이 없다."

자신감이 넘치는 글이다. 하지만 이 자신감은 답답함으로 바뀐다.

2008년 10월 9일 - "누가 내 속 마음을 알까? 사람들은 보이는 모습만 보고 시끄럽게 하고... ㅠ.ㅜ 다시 태어나고 싶지만... 사랑하는 가족.. 사랑하는 ??"

최홍만은 이런 문구와 함께 미니홈피의 제목을 '죽고 싶다'로 바꿨다. 이내 각 언론사는 다음날인 10일을 기점으로 그의 '죽고 싶다'는 발언을 앞 다투어 보도했고, 최홍만은 다시 타이틀 문구를 바꿨다.

2008년 10월 10일 - "팬들께 걱정을 끼쳐드려 죄송합니다. 겉과 속 전혀 다른 기사내용과 악플은 제발 그만 ㅠ.ㅜ"

최홍만, 한국 K-1의 간판 파이터

최홍만은 누구도 부인할 수 없는 K-1을 대표하는 대한민국 파이터다. 2005년 3월 'K-1 월드그랑프리 서울'에서 와카쇼요, 아케보노, 카오클라이 카엔노르싱을 연파하며 우승한 최홍만은, 그 후 밥 샙, 제롬 르밴너, 세미 슐트 등과 명승부를 벌이며 K-1 전적 12승 5패를 기록했다.

'천하장사 출신 파이터'인 최홍만의 등장은 K-1에 대한 국내 팬들의 관심을 한순간에 끌어모았다. 그에 대한 관심은 최홍만이 출전했던 2005년 K-1 서울 대회에서 기록한 12%의 순간시청률, 2007년 12월 '야렌노카'에서 열린 예멜리야넨코 표도르戰에서의 13%의 순간시청률 등으로도 잘 알 수 있다. 모든 케이블 채널의 올 8월 한달 동안의 평균시청률을 일일이 더한 수치가 14.259%였다는 것을 감안하면 가히 엄청나다.

하지만 최홍만은 K-1 데뷔 시점부터 지금까지 수많은 비판과 비난에 시달려왔다. '펀치를 끊어서 쳐라', '체력 안배가 미흡하다' 등의 합당한 비판도 많았지만 그의 신체조건을 비하하는 인신공격성 비난도 만만치 않았다. 최홍만의 기사에 달리는 악성 댓글 수 또한 무척 높다. 

최홍만이 비판 받는 3가지 이유

가장 큰 이유는 역시 최홍만의 경기력이다. 물론 218cm-150kg의 신체조건을 감안하면 격투기 팬들이 기대하는 화려하고 기술을 펼치기는 힘들다. 다른 선수들에 비해 느리고, 답답하게 경기를 펼치는 것으로 보일 수도 있다.

두 번째 이유는 최홍만의 '외도'다. 최홍만은 2007년 11월 가수 데뷔를 선언하며 슈퍼모델 출신 강수희와 '미녀와 야수'라는 그룹을 결성했다. 물론 그의 꿈이 '가수가 되는 것'이라고는 하지만, 그의 연예활동에 대한 팬들의 시선은 곱지 않았다. '운동에나 집중해라'라는 의견도 많았다.

세 번째 이유는 최홍만의 앞뒤가 안 맞는 태도와 행동이다. 최홍만은 작년 6월 'K-1 다이나마이트 USA'에서 브록 레스너와 종합격투기룰 경기를 하려했으나, 미국 캘리포니아주 체육위원회는 최홍만의 뇌에서 발견된 종양과 혈흔을 이유로 최홍만의 출전을 불허했다. 당시 최홍만은 "내 건강은 1%의 이상도 없다"며 레스너戰이 무산된 것에 대해 격분했다.

하지만 최홍만은 지난 4월 입대 후 '뇌하수체 선종이 시신경을 압박해 시력 저하 및 시야 장애가능성이 있다'는 진단서를 제출, 입대한지 3일 만에 귀가조치됐다. 그 후 5월 서울지방병무청은 최홍만에게 병역 면제 대상인 '5급' 판정을 내렸고, 최홍만은 6월초 뇌종양 제거 수술을 받았다.

또 최홍만은 지난 9월 열린 'K-1 월드그랑프리 파이널 16 서울'에서 바다 하리와 3라운드까지 치른 후 돌연 경기를 포기해 주위를 당혹스럽게 했다. 당시 링 닥터와 하리는 "최홍만의 갈비뼈가 손상됐다"고 주장했지만, 최홍만은 "아무렇지도 않다"며 옆구리를 툭툭 쳐보이고는 "내 몸을 생각해서 포기했다"고 밝혔다. 이에 사람들은 '아무렇지 않은데 왜 포기를 하는가'라며 최홍만의 발언에 대해 의문을 제기했고, 이후 최홍만의 정신력에 대한 비난이 봇물 터지듯 쏟아지기 시작했다. 

매도 가려서 들어야 한다.

공적인 일을 하는 사람을 '공인'이라고 부른다. 그리고 공인의 범주를 '인지도 높은 사람'으로까지 넓히면 최홍만도 공인에 해당될 수 있다. 공인의 잘잘못을 논하는 것은 사회적으로 용인된다. 하지만 그렇다고 악감정이 서린 비난이 허용되는 것도 아니다.

따지고 보면 최홍만히 딱히 죄를 지은 것도 아니다. 군 면제 과정에서 석연치 않은 점이 있었긴 하지만, 방송에 출연한 것, 병역의무를 면제 자체가 최홍만의 잘못은 아니다. 물론 면제를 받는 과정에서 제기됐던 의혹들을 확실히 밝혀진 후 넘어가야 한다.

게다가 가장 많이 비판받는 '최홍만의 실력' 또한 생각해볼 문제다. 총 17번의 K-1 경기 중 최홍만이 다운을 당한 적은 단 한번 뿐이다. 또 그와 대결한 선수들은 하나같이 최홍만의 힘과 맷집에 대해 칭찬을 아끼지 않는다. 최홍만은 지난 9월 'K-1 월드그랑프리 서울'에서도 헤비급 챔피언인 하리를 상대로 밀리지 않는 모습을 보이며 3라운드 종료 후 1:0 이라는 점수로 앞섰다. '과연 판정이 옳은 것이냐'라는 의견이 분분했지만, 최홍만이 하리에게 한 차례 다운을 뺏은 것은 분명한 사실이다.

최홍만에게 필요한 것은 건설적인 비판

물론 '한 점 부끄럼이 없는 사람'만 돌을 던질 수 있는 것은 아니다. 돌이야 손이 있다면 누구든 던질 수 있다. 하지만 그 돌로 누구를 맞추느냐, 왜 맞추느냐도 중요하다.

현재 최홍만에게 던져야 할 것은 독기 서린 비난이 아닌 건설적인 비판이다. 물론 맞으면 아프겠지만 그 아픔은 깨달음과 발전으로 승화될 수 있는 아픔이고, 최홍만을 '대한민국 최고 파이터'로 성장시킬 수 있는 원동력이 될 것이다. 

최진호 기자(엠파이트)  tkdnews@kore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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