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락동의 금호태권도장엔 지난해 달랑 11명의 관원 밖에 없었다.

도장을 인수받은 백남석(白南碩, 43) 관장은 ‘아주 특별한 도장’을 만든다는 목표를 내걸고 1년간 정열을 쏟아 지금은 70명이 넘는 수련생들과 즐겁고 활기찬 도장생활을 하고 있다.

시설은 특별할 것이 없지만 수련생들이 자랑스럽게 생각하는 것은 다정한 형님이요 아버지나 다름없는 관장 선생님. 그들에겐 언제 무얼 물어봐도 편안한 대화의 상대가 되어주기 때문이다. 그래서 어린 수련생들은 아주 사소한 일까지도 백 관장에게 질문하고 조언을 구한다.

기자가 함께 타고 가던 차 안에서 수련생 하나가 질문을 던졌다. 백 관장은 선뜻 이해가 되지 않았는지 길옆에 잠시 차를 세우고 그 아이의 이야기를 들어줄 만큼 마음의 귀를 열어 놓고 있었다.

‘아이들을 가끔 혼내는 일은 없을까?’ 하는 생각이 들어서 물었더니 “엄할 때는 엄하게 교육합니다. 하지만 모든 것이 궁금하고 물어보고 싶은 것이 많은 나이의 아이들이니 대화의 창은 항상 열어 두려고 노력합니다” 라고 대답한다.

10년 전 처음 도장을 오픈했을 때 사범생활을 거치지 않은 탓에 경험부족으로 고생을 많이 했다는 백 관장은 그때나 지금이나 태권도장 연구에 여념이 없다. 당시는 무작정 이곳저곳의 도장들을 방문하여 상담을 요청하곤 했단다.

“문전박대도 많이 당했습니다. 그때는 좀 서운했는데 지금은 이해가 됩니다. 그렇게 10년이 지난 지금에서야 그래도 조금, 아주 조금은 알 것 같습니다.”

금호태권도장은 아이들의 지적 호기심을 중시한다. 호기심이 없으면 교육의 효과도 흥미도 떨어져 결국 시작하지 않는 것만 못하다는 것이다. 때문에 스스로 원하지 않는 아이들은 참관만 하거나 나중에 다시 오게 하는 등 지금이 아니라도 언제든지 입관할 수 있는 ‘예관자’가 되도록 한단다.

백 관장은 “지도자의 역할은 상당히 중요합니다. 무턱대고 입관 신청을 받으면 평생 태권도를 싫어할 수도 있습니다” 라며 지적 호기심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여기에 다양성을 중시하는 교육을 한다. 깊이 있는 교육도 좋지만 초등학생이 대부분인 만큼 시기적으로 다양한 경험이 더 큰 도움이 된다는 것이 백 관장의 생각이다. 이런 이유 때문일까? 금호태권도장은 타 도장에서 보기 힘든 행사가 많다. 그 중 대표적인 것이 바로 국토횡단이다. 매년 한 번씩 속초에서 도장까지 13일 정도에 걸쳐 걷기와 교육을 병행하는 프로그램을 진행하고 있다.

“국토횡단을 계획하고 실행하기까지 2년이라는 준비기간이 필요했습니다. 사전답사를 하고 안전문제도 생각해야 했기에 그리 긴 시간은 아니었습니다. 그런 세심한 준비 뒤에 실행한 국토횡단입니다. 아이들도 평생 잊지 못할 것입니다. 작은 일이라도 최대한 많은 의미를 주고 싶었는데, 실제 참가 전원이 완주했고, 모두가 해냈다는 자부심도 대단합니다.”

백 관장은 아이들과 함께 하는 국토횡단의 성공적인 진행을 뿌듯해 했다. 안전을 점검하고 경로선택 등의 문제로 보름 가까이의 시간을 투자해야 하기 때문에 쉽게 결행하기 어려운 일이지만 ‘참가 전원 완주’라는 결과를 얻어 만족해했다.

30대 중반에 번듯한 직장을 버리고 좋아하는 일을 하고 싶다며 태권도장에 뛰어든 지 10년.  후회는 없다는 백 관장의 꿈은 꿋꿋하게 태권도 지도자로 살아가는 것이다.

신병주 기자  tkdnews@kore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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