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천시 상동에 있는 부천정보산업고 태권도부는 창단된 지 10년이 훌쩍 넘었다. 명문으로 자리매김하기에 모자라는 시간은 아니다. 하지만 실제 상황은 그렇지 못하다.

어느 지역이나 비슷하겠지만 지도자들 간의 가치관 차이가 선수 수급에까지 영향을 끼쳐 선수를 모으는 데 큰 어려움을 겪었다는 게 지광현(池光鉉, 36세) 코치의 얘기다.

청소년시절 인천에서 태권도 선수생활을 했던 지 코치는 용인대 재학 중 코치 제안을 받고 아르바이트로 시작한 지도자생활이 부천정보고에서만 벌써 11년째다.

당시 태권도부 인원이 통틀어 4명. 대학을 졸업한 후 지 코치는 우선 선수가 어느 정도는 있어야 태권도부가 발전할 수 있다는 생각에 본격적으로 스카우트에 나섰다. 그러나 부천 소재 중학교에서 선수를 받기가 쉽지 않았다.

일선 도장 관장들이 초중고 태권도부를 지도하고 있던 당시 관장들 간의 이해가 엇갈리거나 파벌의식이 작용하면 선수 수급의 줄을 막아놓는 행동까지 서슴지 않았기 때문이다. 부천에서 성장한 유능한 중등부 태권도 선수들이 서울이나 인천으로 진학하는 경우도 자주 있었다. 선수들의 고교 진학에 초등학교 시절의 관장까지 나서서 관여하는 경우가 많았다.

다행스럽게도 몇 해 전부터 지역 내 화합 분위기가 형성되면서 인맥이나 파벌 간의 갈등도 서서히 해소되어 가고 있는 상황이다. 덕분에 부천정보고도 대회 입상 경력을 가진 알려진 선수는 아니라도 태권도를 좋아하고 가능성이 있는 학생들을 입학시켜 태권도부 인원이 지금 총 40명이 됐다.

대학 문턱이 높다보니 지 코치 역시 선수들의 대학 진학에 관심이 가장 많다. 한두 명의 우수 선수보다는 다수가 메달을 따서 40명 모두 대학에 진학했으면 하고 그들의 장래에 대해 많은 고민을 한다. 그래서 선수수급이 어려웠던 시절에도 도중하차할 여지가 있는 학생들은 입학시키지 않았다고 한다.

“선수가 많으면 외부에서 보기에는 성장하는 것처럼 보이지만, 고교시절 도중하차한 태권도 선수들은 공부도 못하고 운동도 못하는 어려운 상황에 처해지게 됩니다”

지도자의 이같은 생각은 선수들의 고른 실력 향상이라는 결과로 나타났다. 금메달 수는 적어도 메달권 진입률이 상당히 높은 것이 부천정보고 태권도부의 특징이다. 때문에 내년에는 다수가 전국대회에서 입상할 수 있을 거라는 기대도 가지고 있다.

학교 측의 지원도 선수들 실력 향상에 단단히 한몫하고 있다. 현재 11개 전국대회 중 7개 대회 출전에 학교측이 모든 비용을 지원해 준다.

안타깝지만 올해 전국체전 출전 선수가 없는 부천정보고에 남은 과제는 학업과 훈련이다. 12월까지는 기초체력, 근력운동과 함께 기본 발차기 교육을 위주로 하여 내년을 준비할 계획이다.

지도자의 올바른 교육과 선수들의 꾸준한 노력만이 명문을 만들 수 있다. 그리고 소수 지도자의 독단으로 잠시나마 침체됐던 부천 태권도계를 중흥시킬 수 있다. 부천정보고 태권도부원 모두가 믿고 있는 진리다.

신병주 기자  tkdnews@kore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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