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태권도연맹이 시범단 창단을 위한 구체적인 작업에 착수한 가운데 태권도인들의 비난여론은 갈수록 높아지고 있다.

시범단의 규모도 종주국인 대한민국에서 50명, 해외 동호인 30명 등 80명으로 국기원과 대등하게 구성될 것으로 전망된다.

세계태권도연맹에 따르면 “시범단이 창단되면 태권도 위상은 물론 세계연맹 이미지가 한층 더 격상될 것”이라고 주장하고 있다. 그러나 국내 태권도계는 세계연맹의 이러한 주장에 대해 회의적인 반응과 함께 시범단 창단에 곱지 않은 시선을 보내고 있다.

국내 태권도계가 이렇게 차가운 반응을 보이는 이유는 너무도 당연하다. 시범단이 창단되면 각종 국제대회와 세계연맹 정책적 지원육성국가, IOC가 추진하고 있는 올림픽 저개발국가 지원프로그램 등에 이들을 활용하게 될 것이다.

이렇게 될 경우 종주국 태권도의 역사와 함께해온 국기원 시범단 활동의 폭은 훨씬 좁아진다. 결국 태권도 종주국의 상징이자 세계태권도인들의 중안도장인 국기원 시범단의 위상은 자연스럽게 추락하게 되는 것이다.

시범단 창단이 태권도 위상과 세계연맹 이미지를 격상시키기는커녕 오히려 역기능을 초래할 수 있다는 점을 명심해야 한다. 세계연맹은 시범단 창단에 필요한 예산확보가 어렵다고 판단, 계획을 내년으로 연기했다. 태권도 위상과 세계연맹의 이미지를 위해 시범단 창단이 꼭 필요한 것인지에 대한 이성적 판단을 할 수 있는 시간이 확보된 셈이다.

세계연맹이 시범단 창단을 계속 추진할 경우 국기원과 마찰이 예상되고 태권도계 비난여론은 갈수록 높아질 것은 불을 보듯 뻔하다. 세계연맹이 진정 태권도 위상을 걱정한다면 시범단 창단을 포기하는 것도 휼륭한 지혜일 것이다.

세계연맹이 연맹본부 신축과 태권도사관학교 설립에 이어 시범단 창단 계획 발표는 많은 태권도인들을 걱정하게 만들고 있다. 조 총재의 이러한 계획 모두가 IOC 위원 도전과 직접적 연관성이 있다는 게 태권도계의 시각이다. 먼저 내실기해야 한다는 비판적 여론도 갈수록 수위가 높아지고 있다.

세계연맹은 태권도 위상을 높이고 세계태권도연맹의 이미지 제고를 위해서는 시범단을 창단하기 보다는 태권도계의 여론을 직시하고 세계연맹의 성격에 부합하는 새로운 정책과 대안을 제시해야 한다. 시범단 창단은 자칫 또 하나의 거대한 사조직을 탄생시키는 것이며, 태권도계의 분열을 조장할 수 있다는 점도 인지해야 할 것이다.

심판판정의 공정성 확보를 위한 프로그램을 개발하고 철저한 교육을 통해 태권도 입지를 확고히 하는 것이 우선이다. 그런데도 불구하고 현재 심판판정의 공정성을 확보하기 위한 방안으로 추진하고 있는 전자호구 공인에 대한 문제도 매끄럽게 처리하지 못해 구설수에 휘말리고 있다.

게다가 국제심판과 관련해 사무처 직원들이 줄줄이 경찰에 소환되고 있으며, 이로 인해 직원들 간의 갈등과 반목이 심화되고 있다. 이러한 갈등과 반목을 잠재우고 사무처의 화해무드를 조성해야 할 사무총장은 총재와 갈등설이 모락모락 피어나고 있다. 현재 세계연맹의 일그러진 자화상을 보여주고 있는 듯하다.

세계연맹은 이러한 문제점을 먼저 해결하는 게 선결과제다. 이러한 상황에서 시범단 창단은 태권도계의 동의를 얻어낼 수 없을 뿐만 아니라 시기상조다. 또한 세계연맹의 성격에도 부합되지 않는다는 게 태권도계의 여론이다. 인기에 영합한 정책과 대안을 내놓기 보다는 국제기구로서 회원국을 잘 관리하고, 경기단체로서 그 책임을 다하는 자세가 필요한 시점이다.

김홍철 기자  wtkd@paran.com

<저작권자 © 태권도신문,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 김홍철 기자
• wtkd@para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