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종편집 : 2019.10.14 월 18:02
상단여백
HOME 대회
34살 된 크로캅, 2년전 영광이여 '돌아오라'

   
기억하시나요, 2006년 9월 10일

2년 전의 어제, 2006년 9월 10일을 기억하는 팬들이 있는지 모르겠다. 미르코 크로캅(34, 크로아티아)의 팬을 자처하는 격투기 마니아라면 혹시 기억을 떠올릴 수 있을지도.

2006년 9월 10일은 프라이드 무차별급 그랑프리 결승전 대회가 열린 날이다. 그리고 크로캅이 47,410명 관중(공식집계) 앞에서 눈물을 흘린 날이기도 하다. 당시 크로캅의 눈물은 그의 격투기 인생에서 가장 빛나는 성취를 대변하는 것이었으며, TV 브라운관 앞에서 그를 응원하던 많은 팬들의 가슴을 적셨다.

이날 크로캅은 프라이드 무차별급 그랑프리 우승을 차지했다. 4강전에서 반더레이 실바, 결승에서 조쉬 바넷을 꺾은 크로캅은 K-1에서도 거머쥐지 못했던 타이틀 벨트라는 것을 차지했다. 금색으로 도금된 프라이드 무차별급 그랑프리 챔피언 벨트를 허리에 두르면서 크로캅은 숨을 죽이며 흐느꼈다.

모든 스포츠는 '경쟁'과 '자기발전'의 양면성을 지니고 있다. 경쟁에서 승리해도 자기발전이 없다면 그 승리는 물론 그 인간까지도 천박한 것이며, 자기발전만 추구한다면 경쟁에서 밀리게 되는 일이 허다하다. 그 둘을 동시에 가져가기란 너무도 어려운 일이다.

반더레이 실바, 조쉬 바넷을 차례로 꺾은 크로캅은 승리를 쟁취함과 동시에 약점으로 지적됐던 그라운드 파이팅 및 근접타격전에서도 다른 사람이 된 것 같았다. 적극적으로 상대의 가드 안으로 파고들어 파운딩 펀치를 날리는 것은 물론, 선 상태에서 클린치 상황이 됐을 때에도 바디 블로, 니킥 등을 다양하게 구사하는 폭넓은 파이팅을 선보였다. 이때 크로캅의 파이팅 스타일은 '종합격투기에 적응한 타격가'의 완성형으로 보일만큼 완벽한 것이었다. 단조로웠던 자신의 승리패턴을 바꾸면서 공격성을 증가시켜 두 경기 모두 완승을 거뒀다.

크로캅은 '무적'처럼 보였다. K-1과 프라이드에서 몇 번이고 정상을 눈앞에 두고 미끄러졌었던 크로캅의 과거, 그럼에도 불구하고 끝없이 타이틀을 향해 도전하는 철인의 이미지가 겹쳐보였다. 눈가에 눈물이 그렁그렁 맺힌 채 벨트를 허리에 두른 크로캅의 얼굴은 고대 그리스의 올림픽에서 월계관을 쓴 영웅의 그것과도 같은 느낌으로 빛났다.

당시 기자는 사이타마 슈퍼아레나에서 현지취재차 파견되었는데, 경기 후 인터뷰에서 "내 생일 최고의 선물이다"라며 우승소감을 밝히던 크로캅에게 진심을 담아 박수를 보냈던 기억이 난다.

1년 전의 그날

이후 크로캅은 무너지고 있는 프라이드를 이탈, UFC로 거처를 옮겼다. 이때만 해도 UFC에서는 크로캅을 '누구에게도 뒤지지 않는(second to none)'과 같은 수식어를 사용해가며 띄웠다. 실제로도 크로캅은 그랬다. 적어도 UFC 데뷔전에서 에디 산체스를 압도할 때만 해도 크로캅은 곧 UFC를 정복할 것처럼 보였다.

하지만 두 번째 UFC 경기, 가브리엘 곤자가와의 대결에서 크로캅은 처참한 모습으로 실신KO를 맛봤다. 곤자가가 크로캅을 철저히 연구해서 나온 것도 있지만, 크로캅의 기량이 너무 정체되어있던 탓도 있다. 더 큰 문제였던 것은 그 다음이다.

2007년 9월 8일, 'UFC 75' 대회였다. 크로캅은 프랑스 출신의 타격가 칙 콩고와 싸웠는데, 이날 크로캅은 다른 사람 같았다. 앞서 처음 사용한 다른 사람과는 정반대의 의미로 달랐었다. '이 선수가 그때의 그 크로캅이 맞나?' 싶을 정도로 그는 무기력했다. 결과는 3-0 판정패, UFC에서의 2연패였다. 이때의 크로캅이 단순히 컨디션이 나빴던 것인지, 아니면 2006년 프라이드 무차별급 그랑프리 우승을 달성하며 빛났던 모습이 단순한 도금칠이었는지도 모르겠다.

좌우지간 크로캅은 경기 이후 "내가 늙어가는 것인지도 모르겠다"며 은퇴를 시사하는 발언을 남겼다. 이때가 9월 9일, 크로캅의 생일을 하루 앞둔 날이었다. 당장 내일이 33번째 생일인데 자신이 늙었다고 말하며 패배를 곱씹었던 크로캅의 심정은 어떠했을까. 그것도 고국의 기자들 앞에서. '철인'과도 같은 강한 의지력을 보이며 항상 권토중래(捲土重來)를 노렸던 크로캅의 이 발언은 격투기 팬 커뮤니티에 큰 파장을 불러일으켰던 것으로 기억하고 있다.

34살 크로캅의 꿈

지금 크로캅은 일본으로 돌아와 드림(DREAM)에서 활동하고 있다. 지난 3월 이미 한 차례 링에 올라 승리를 거뒀다. 미즈노 타츠야라는 무명의 상대였지만 어쨌든 크로캅은 연패사슬은 끊었다. 다음 상대는 알리스타 오브레임. 지난 6월부터 끈질기게 크로캅을 도발하며 대결을 요구했던 선수다. 크로캅은 23일 일본 사이타마 슈퍼아레나에서 열리는 '드림 6 미들급 그랑프리 결승전' 대회에서 오브레임과 맞붙는다.

크로캅은 어제부로 34살이 됐다. 어느덧 30대 중반으로 접어들고 있다. 육체적 전성기는 당연히 지났고, 크로캅의 얼굴에 하루하루 주름이 늘어가는 것이 눈에 보일 정도다. 랜디 커투어가 33살에 종합격투기에 데뷔해서 41살에 UFC 라이트헤비급 챔피언에 오르는 인간승리의 드라마를 썼지만, 크로캅이 이와 같이 해낼 것이라고 예상하기는 힘든 일이다. 이 경우는 랜디 커투어가 특별한 것이기 때문이다.

크로캅도 랜디 커투어를 생각하며 훈련에 매진하고 있을지도 모른다. 생일을 맞았지만 아마도 크로캅은 자택의 지하실에 설치된 훈련장에서 묵묵히 땀을 흘리고 있을 것이다. 특별강사들을 초빙해서 오브레임에 대비한 작전을 수립하고 있을 것이다.

이번 경기는 크로캅, 오브레임 양자 모두에게 중요한 경기다. 경기의 승자에게는 드림 헤비급 챔피언 결정전 출장자격이 주어질 수도 있다. 드림에서 완벽히 부활한 후 UFC 복귀를 꿈꾸고 있는 크로캅은 질 수 없는 입장이다. 오브레임을 꺾고 자신의 건재를 증명한 후, 다음 경기에서는 드림 헤비급 챔피언 벨트를 쟁취해야 체면이 선다. 체면이라고 표현했지만, 그것보다는 한 차원 더 높은 파이터로서의 '자긍심'이 더 어울리는 표현일 것이다.

드림에서마저 실패하면 크로캅이 발붙일 메이저 단체는 없다. 드림에서조차 성과를 내지 못하고 다른 단체로 이적하는 것은 스스로가 용납하지 못할 것이다. 하나 확실한 것은 크로캅에게 돌아갈 길은 없다는 것이다. 이런 위기감이 크로캅을 어떻게 단련하고 있는지는 알 길이 없다. 이제 34살이 된 크로캅이 랜디 커투어와 같은 드라마를 써갈 수 있을지는 오는 23일 열리는 '드림 6 미들급 그랑프리 결승전' 대회에서 점쳐볼 수 있다.

<강남정 기자/엠파이트>

엠파이트  tkdnews@korea.com

<저작권자 © 태권도신문,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icon인기기사
기사 댓글 0
전체보기
첫번째 댓글을 남겨주세요.
여백
여백
여백
여백
여백
Back to Top