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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인사범수기] “나는 부끄럽지 않다” [4]“Ich bin aus korea (한국에서 왔습니다)”
  • 곽금식 사범
  • 승인 2008.09.08 09:57
  • 호수 6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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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던 어느 날이었다. 독일 청소년 두 명이 나타나 조심스레 미소를 지으며 뭐라고 독일어로 말을 건네 왔다. 나는 당장 잘 알아들을 수가 없었다. “Langsam bitte(천천히 말해 주세요.)”

곽금식 사범.

그도 그럴 것이 독일에서 생활한지 얼마 지나지 않아서 현지인들이 하는 말들을 모두 알아듣는 것이 불가능했다. 광산에서는 작업구호, 작업도구와 관련한 단어들을 사용해서 그런대로 아쉬움을 느끼지 못하였는데 이 청소년들의 독일어는 너무 빨라 알아듣기가 어려웠다. 한참을 손짓, 발짓하면서 이해한 내용은 우리에게도 이런 운동(태권도)을 가르쳐 달라는 부탁의 내용이었다. 생각해 보니 아이들과 대화를 나누면서 독일어도 배울 수 있고 혼자서 운동하는 것보다 더욱 재미있을 것 같아 흔쾌히 승낙을 했다.

그러고 나니 혼자서 운동을 할 때는 언제든 운동을 하고 싶으면 밖으로 나갔었는데 아이들과는 시간 약속을 해야 했다. 우리는 매일 오후 4시부터 5시 30분까지 같이 운동을 하기로 약속을 했다. 이 아이들의 약속 시간은 늘 정확했다. 이로부터 내가 배운 또 한 가지는 독일인들은 시간 개념이 철저하다는 것이다.

이후에 나는 아침 6시 출근, 오후 2시 퇴근, 4시 태권도, 6시 저녁식사, 그리고 밤 10 취침이라는 시간표에 따라 월요일부터 금요일까지 생활하는 하루 일과를 보냈다. 저녁 식사 후에는 혼자만의 독일어 공부 시간이었다.

책방에서 좋다고 추천해준 책을 다 사와서 무조건 큰소리로 읽으며 외우기 시작했다. 그런데 문제가 생겼다. 한방에서 같이 생활하는 다른 동료 두 사람이 내가 연습하는 소리가 소란하여 불편하다는 것이다. 곧 나는 다른 방법이 없어 책을 들고 무작정 공원으로 나갔다. 초저녁 공원은 한적하기만 하고 그저 새소리만 들려올 뿐이었다. 인적 드문 공원 구석의 벤치에 앉아 나는 마음 놓고 말하고 싶은 대로 문장을 반복하면서 회화 책을 거의 외우다시피 했다.

암기라는 것은 조금만 시간이 지나면 잊어버리기 십상이어서 나는 소리 내어 연습하는 동시에 노트에 옮겨 적으며 외우기 시작했다. 글자 한자 한자를 쓰면서 외우면 이 단어는 잊어버리지 않고 머릿속에 남아 독일어로 말하는데 사뭇 자신감을 심어준다. 또한 숲에서 같이 운동을 하기 시작한 두 아이 클라우스(Klaus)와 안드레아스(Andreas)가 나의 독일어 공부를 돕겠다고 하여 말을 천천히 해주었고 발음이 잘못되거나 하면 고쳐주기도 하여 나의 독일어 향상에 도움이 되었다.

그러던 어느 일요일 아침 마음은 늘 교회에 가고 싶어 했지만 성인이 되면서 자연적으로 뜸해진 신앙생활을 다시 시작하고 싶은 마음이 들었다. 이곳에서 개인적인 시간이 늘어났을 뿐만 아니라 주일이면 유난히도 교회 종소리가 크게 들려오는 것이었다. 어릴 적 고향의 예배당에 열심히 다니던 추억이 크게 떠올라 정장차림을 하고 나는 교회를 찾았다. 처음 찾아간 교회는 개신교가 아닌 가톨릭 성당이었는데 잘못 찾아온 게 아닌가 싶어 발길을 돌리려 했지만 우선 어렵사리 찾아왔으니 미사가 끝날 때까지 앉아 있었다.

후에 알게 된 사실은 독일 천주교 성당 종각위에는 닭이 있고 교회위에는 십자가가 위치해 있다는 차이점이었다. 그래서 종각을 살펴보면 천주교인지 개신교인지 쉽게 알아볼 수 있다. 그 다음 주일은 일찍 개신교 교회를 찾아갔다. 목사님의 설교 말씀은 거의 반 짐작으로 알아듣고 절반 정도는 이해한 기억이 난다.

예배당 내부는 늘 고요하며 평화로웠다. 교회는 부모 곁을 떠나와 타지 생활의 외로움과 고된 작업에 지친 나에게 마음의 안정감을 주는 유일한 안식처가 되었다. 주일 예배는 보통 한 시간 정도면 끝이 난다. 그리고 예배 후에는 신자들끼리 친교시간을 가지며 한 주간에 있었던 일들을 서로 나누고 친분을 쌓는 기회를 가지곤 하는데 어떤 노부부가 나에게 다가와 말을 건네 왔다.

“Woher kommen Sie (어디서 오셨습니까?)
“Ich bin aus korea (한국에서 왔습니다.)
노부부는 연이어 이런 저런 질문을 했다. 독일에 온지는 얼마나 되었냐고 물어 3개월가량 되었다고 대답하였더니 독일어를 잘 한다고 칭찬해 주었다.

회화 책을 암기한 덕분에 그분들이 하시는 말씀이 귀에 쏙쏙 들어왔다. 다음 주 일요일 예배가 끝나고 점심 초대를 하겠다는 말씀에 나는 기대하지 못한 초대에 그간 나름대로 묻고 싶었던 질문들, 특히 궁금하게 여긴 독일의 문화와 풍습에 관한 질문을 준비하면서 한 주일을 기대와 즐거움으로 더욱 회화 연습에 몰두했다.

곽금식 사범  tkdnews@kore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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