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로페즈 가문의 몰락?
스티븐, 다이애나, 마크 3명이 선수로 출전하고 장남 진이 코치로 출전했던 미국의 로페즈 가문은 이번 대회에서 금메달 3개를 따겠다는 목표를 밝혔으나 결과는 기대에 못 미쳤다. 미국 응원단의 열렬한 응원을 등에 업고 시합에 나선 로페즈 가문은 그러나 마크가 은메달을, 스티븐과 다이애나가 동메달을 따는데 그쳤다.
로페즈 가문이 이번에 예상보다 부진한 성적을 거둔 이유로는 로페즈 가문 특유의 스타일이 반칙으로 묶였기 때문이라는 분석이 가장 유력하다. 그 외에는 전체적으로 각국 선수들의 수준이 향상되었다는 점도 다른 하나의 이유로 꼽혔다.
경기가 끝난 후 로페즈 패밀리는 경기 결과에 대해서는 아쉬움을 감추지 못했지만 은메달과 동메달을 따낸 것 만으로도 기뻐하는 모습을 보였다. 특히 진 로페즈는 “경기에서 이기고 지는 것은 항상 있을 수 있기 때문에 이번에 기대에 못 미치는 결과가 나왔다고 해서 크게 실망하지 않는다”고 말했다.
● 공주 대 공주의 대결
와일드카드사건으로 유명세를 겪었던 아랍에미리트연합의 ‘두바이 공’주 셰아카 마이타 알 막툼이 한국의 태권도 공주 황경선과 16강에서 만났다. 알 막툼은 경기 전 인터뷰에서 “황경선과 같은 선수와 대결하게 돼서 영광”이라고 말했다. 공주답지 않은 겸손한 대답이었다. 알 막툼은 자신과 황경선의 실력차이를 인정하고 있었고 최대한 열심히 경기하겠다는 말을 덧붙였다. 알 막툼은 또 우승후보인 황경선을 만났으니 패자부활전에 한번 더 출전할 수 있을 것이라는 점에서 대진운이 좋다는 말도 했다.
대회 3일째 열린 황경선과 알 막툼의 경기는 예상과 다르지 않았다. 5-1. 알 막툼의 몸을 사리지 않는 모습이 인상적이었던 경기였다.
● 올림픽 3연패 꿈 좌절, 첸종과 스티븐 로페즈, 이란 하디 2연패 성공
올림픽 3연속 금메달을 노리던 중국의 첸종과 미국의 스티븐 로페즈는 둘 다 탈락했다. 스티븐은 동메달에 그쳤고 첸종은 노메달이었다. 특히 첸종은 8강에서 영국 사라 스티븐슨과의 판정이 번복되어 큰 이슈를 만들기도 했다.
이란의 하디는 2004 아테네 올림픽 금메달(-68kg급)에 이어 -80kg급에도 금메달을 따내 올림픽 2연패를 이룩하며 이란 태권도 영웅의 이름값을 했다.
● 대만 수리웬과 추무웬, 성유치
이번 대회 도중 경기장에서 가장 많이 들을 수 있는 중국어는 ‘찌아요(加油)’ 였다. ‘힘내라’는 정도로 해석할 수 있는 이 말은 중국 선수들이 등장할 때마다 경기장이 떠내려갈 정도로 울려펴졌다.
그런데 중국선수들 말고도 대만 선수들이 출전할 때도 같은 정도의 응원이 이어졌다. 대만의 수리웬, 추무웬, 성유치 등의 선수들은 중국과 대만의 차이를 전혀 느끼지 못할 정도로 열렬한 응원을 받았다. 남자 -58kg급의 추무웬과 -68kg급의 성유치는 동메달을 따냈다. 그러나 가장 큰 응원을 받은 것은 메달을 따내지 못한 수리웬이었다. 한국의 임수정과 16강에서 만나 패자부활전으로 몰린 수리웬은 부상으로 절룩거리면서도 경기를 포기하지 않는 감투정신을 보여 관중들의 뜨거운 응원을 받았다.
● 타국의 한국인, 노르웨이의 니나 솔하임
여자 헤비급에 노르웨이 국적으로 출전해 은메달을 따낸 니나 솔하임은 한국 언론의 특별한 주목을 받았다. 솔하임은 생후 8개월만에 한국에서 노르웨이로 입양됐기 때문이다. 노르웨이 부모는 솔하임에게 자기방어를 위해서도 그렇고 자신의 뿌리를 알기 위해서도 태권도를 배우기를 권유했고 결국 노르웨이 국가대표가 되어 자신을 키워준 나라에 은메달을 안긴 것이다.
니나 솔하임의 한국이름은 조미선. 쌍둥이이며 동생 이름은 조미옥이다. 결승에서 멕시코의 에스피노자에 패했는데 경기 도중은 내내 치열했으나 경기가 끝나자 솔하임과 에스피노자는 어깨동무하며 환하게 웃는 모습을 보였다. 이번 올림픽에서 가장 아름다운 장면의 하나였다.
박성진 기자 kaku616@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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