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8 베이징 올림픽이 끝났다. 중국이 100년을 기다려왔다는 올림픽이다. 그 화려함과 규모면에서 역대 최고, 최대의 올림픽이라는 평가를 받았다.

여러 가지로 일도 많고 탈도 많았다. 최민호, 박태환, 장미란 트리오가 앞장서고 임수정, 손태진, 황경선, 차동민 등 태권도 4인방이 마무리한 한국은 금메달 13개라는 역대 최고의 성적을 거뒀다.

21일 태권도 경기장을 찾은 자크 로게 IOC 위원장이 조정원 WTF 총재와 함께 경기를 관람하고 있다. WTF 관계자는 로게 위원장이 23일 경기장을 찾지 않은 점을 그나마 위안으로 삼아야 할 듯.

특히 태권도는 출전체급 석권으로 기염을 토했다. 선수들이 긴 시간 동안 흘린 땀에 대한 보상으로는 이 보다 더한 것이 없다. 축하하고 또 축하할 일이다.

한국 대표팀이 거둔 성과를 축하하는 것만으로 이번 올림픽에 대한 평가를 마무리할 수 있다면 얼마나 좋을까.

그러나 이번 올림픽에서도 ‘심판판정문제’, ‘재미없는 경기진행’, ‘이해하기 어려운 득점’, ‘한국의 독점’ 등 태권도 종주국으로서 한국의 태권도가 해결해야 할 과제가 여실히 드러났다.

그렇다면 우리는 이번 올림픽을 통해 무엇을 되돌아보고 앞으로 무엇을 어떻게 할 것인가?

한국 태권도가 거둔 결과를 다시한번 살펴보면서 그 해결책을 찾아보자.

출전체급 석권. 좋은 일이다. 그런데 다시 한번 생각해 보자. 정말 좋기만 한 일인가? 한국 태권도에 있어서 금메달은 “따도 걱정, 못 따도 걱정”인 것이다.

한국은 이번 올림픽에서 양궁에서만 금2, 은2, 동1로 총 5개의 메달을 휩쓸었다. ‘동이(東夷)’라는 이름값을 이번에도 톡톡히 했다. 그러나 양궁은 태권도와 함께 퇴출설에 오르내리고 있는 종목이다. 재미가 없다는 이유도 있지만 일부 해외의 몰지각한 네티즌들은 한국이 양궁을 석권하자 한 국가의 독식이 부당하다며 퇴출을 주장하는 경우도 있었다.

귀담아 들을 이야기는 아니지만, 어떤 종목에서 한 국가의 독주가 지속되면 올림픽 종목으로서의 매력이 적어지는 것을 부정할 수는 없다. 야구가 올림픽 종목에서 퇴출된 이유의 하나는 미국의 독주가 지나치기 때문이기도 하다.

그러나 현재로서는 양궁의 올림픽종목 퇴출은 기우에 가깝다는 의견이 많다. 활을 쏜다는 행위는 단지 하나의 스포츠이기 이전에 고대로부터 계속되어 온 인류 공통의 행위이고 근대올림픽 초창기인 1900년부터 정식 종목으로 도입된 종목이기 때문이다. 그러므로 한국이 좋은 성적을 낸다는 이유로 양궁이 올림픽에서 퇴출될 것이라는 걱정은 하지 않아도 좋을 듯 하다.

그러나 태권도의 경우는 좀 다르다. 태권도가 올림픽 정식종목이 된 것은 2000년 시드니 올림픽부터. 이번이 3번째인 올림픽 태권도에서 한국은 이번까지 총 9개의 금메달을 따냈다. 이번만 놓고 보면 총 8개 중 절반을 휩쓴 것이다.

결과적으로 보면 한국이 또 독주를 했다는 점에서 태권도의 올림픽 종목으로서의 자격을 문제 삼는 측에 또 하나의 빌미를 제공했다고 볼 수 있는 상황이다.

게다가 이번 올림픽에서는 심판판정번복, 심판폭행사건 등으로 태권도가 올림픽 종목에서 퇴출될 절체절명의 위기에 처했다는 것이 너무도 분명해졌다. 태권도를 올림픽에 잔류시키기 위해 여러가지 노력이 필요한 상황이지만, 우선 한국은 태권도가 올림픽 금메달 효자종목이라는 기대를 버려야 한다.

그리고 한국태권도는 세계대회에서 태권도 종주국에 걸맞게, 승부에서는 지더라도 자존심에서는 지지 않겠다는 각오로 경기에 임해야 할 필요가 있다. 앞으로도 승부에 집착한다면, 태권도의 미래가 암울하다 하지 않을 수 없다. 태권도를 살리기 위해 태권도를 버려야 한다는 것이다.

당장 2012년 올림픽에서 금메달을 목표로 하고 있는 태권도 선수들에게는 무리한 요구일 수 있지만 태권도가 올림픽 종목으로 자리를 잡기 위해서는 한국은 2012년 런던 올림픽에서 태권도 금메달을 기대하지 말아야 한다.

이러한 각오가 없이는 2012년을 마지막으로 영원히 올림픽에서 태권도를 보지 못할지도 모른다는 것을 우리는 명심해야 한다.

박성진 기자  kaku616@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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