황금 같은 왼발 뒷차기였다. 경기 종료 40여 초를 남기고 성공시킨 왼발 뒷차기로 황경선은 4년 전 아테네에서의 아쉬움을 깨끗이 씻어버리고 금메달의 감격을 만끽할 수 있었다. 전날 임수정과 손태진에 이어 3연속 금메달을 한국 태권도에 안기는 순간이다.

황경선이 2008 베이징 올림픽 여자 -67kg급 결승에서 캐나다의 카렌 세르게리에게 황금 같은 왼발 뒷차기를 성공시키고 있다.

그러나 금메달까지의 과정은 너무도 힘겨웠다.

당초 이 체급에서 금메달이 유력시 되는 상대로 한국의 황경선 외에 프랑스의 글라디스 에팡그, 캐나다의 카렌 세르게리, 크로아티아의 산드라 사릭이 손꼽혔다.

황경선은 8강에서 사릭을, 4강에서 에팡그를, 결승에서 세르게리를 만났다. 첩첩산중. 게다가 8강전 사릭과의 대결에서 왼쪽 무릎을 부딪치며 인대가 손상되는 심각한 부상까지 입었다. 지난해 부상으로 치료를 받았던 곳이었다. 말 그대로 업친데 덥친 격이었다.

3-1로 사릭을 제치고 준결승에서 만난 프랑스의 글라디스 에팡그는 황경선의 최대 난적으로 꼽히던 선수. 사실상의 결승전이었다. 그런데 8강에서 입은 부상의 통증이 심각했다. 황경선은 경기 후 인터뷰에서 '경기를 포기할까도 생각했다'고 말했다. 3회전까지 승부를 가리지 못하고 연장에서 가까스로 승리를 할 수 있었다. 에팡그는 강했고 질 수도 있는 승부였는데 행운의 여신이 황경선의 편이었던 것이다.

그리고 결승에서 만난 캐나다의 카렌 세르게리. 2007세계선수권대회 라이트급 우승자다. 상당히 빠르고 한국선수 못지않게 영리한 경기 운영을 하는 선수다.

부상까지 입은 황경선에게는 힘겹지 않을 수 없는 상대였다. 결국 1라운드 종료를 30여 초 남기고 선취점을 빼았겼다. 0-1. '혹시나' 하는 우려가 한국 태권도를 응원하는 사람들 모두에게 드리워지고 있었다.

2라운드에서 황경선은 투혼을 발휘했다. 나중에 알려진 부상까지 생각한다면 초인적인 힘이 아닐 수 없었다. 결국 왼발돌려차기를 성공시키며 황경선은 승부의 저울에 균형을 잡았다.

그리고 3라운드. 경기 종료를 40여 초 남긴 상황에서 황경선의 그림 같은 왼발 뒷차기가 세르게리의 가슴에 적중했다. 2-1 역전. 금메달이다.

경기가 종료되고 황경선은 문원재 코치를 얼싸앉고 눈물을 흘렸다. 황경선을 응원하던 많은 팬들의 눈도 함께 붉어졌다.

베이징=박성진 기자  kaku616@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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