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여 명의 태권도 사범들이 해외에 진출해 후진국과 개발도상국에 태권도를 보급하겠다는 일념 하나로 장기간 활동하고 있다. 그들은 바로 외교통상부산하 기관인 한국국제협력단(KOICA)을 통해 해외로 나가 태권도를 지도하고 있는 정부파견 사범들이다.

이재봉 한국체육대학교 교수.

정부파견 사범들은 주로 가라테, 유도, ITF가 먼저 자리를 잡고 있는 나라에 파견된다. 하지만 정부파견사범들은 오로지 가슴에 태극기 하나를 품고   태권도를 보급하겠다며 한국을 떠날 당시의 각오를 다지고 또 다지며 젊음을 바쳐 태권도를 전파하고 있다.

정부파견 사범들은 파견된 나라에서 무엇을 어떻게 해야 할지를 잘 알고 태권도를 통해 대한민국을 그 나라 국민들 마음 속에게 심어주고 있다. 이 사범들의 역할은 굳이 나열하지 않아도 한국을 위해 큰일을 하고 있다는 것쯤은 다 알고 있는 사실이다.

그런데 갑작스럽게 정부가 해외 파견 사범제도를 폐지하기로 결정했다. 이러한 소식을 접한 태권도계의 실망감은 예상보다 심각하다. 대한태권도협회(KTA) 홍준표 회장은 코이카를 통해 해외사범 파견을 년간 1백 명까지 확대하겠다고 공약했다.

하지만 이는 군복무를 대체하기 위한 방안에 불과하다. 그렇게 될 경우 태권도를 보급하는데 모든 힘을 쏟는 게 아니라 군복무기간 동안 시간만 채우면 된다는 안일한 생각으로 허송세월 할 수가 있다.

이는 태권도의 이미지를 추락시킬 뿐만 아니라 자칫 올림픽정식종목 채택에도 큰 걸림돌로 작용할 수 있다. 최소한 해외사범으로 파견될 경우 그 나라에 태권도를 보급하고 언어와 문화에 적응하는 기간만 해도 2년이 훨씬 넘는 시간이 걸린다.

그렇다고 해서 홍 회장이 공약한 군복무기간 해외파견 사범을 없애자는 게 아니다. 그 공약도 반드시 지켜내야 하겠지만 실질적으로 태권도를 알리고 그들과 함께 생활하면서 진정한 태권도의 정신을 심어주는 일이 중요하다.

태권도 불모지인 후진국에서 정부파견 사범들이 청춘을 바쳐 이뤄낸 성과가 무시된 것이나 다름없다. 이들의 노력으로 이제 겨우 태권도가 대중화 단계에 접어들고 있는 상태다.

하지만 이제 정부파견사범은 없다. 정부가 오는 12월31일부로 정부파견사업을 종료한다고 밝혔다. 따라서 현재 해외에서 태권도를 보급하고 있는 정부파견 사범들은 12월31일까지 귀국해야 한다.

최근 반기문 UN사무총장이 한국을 방문해 다른 선진국가들과 비교할때 한국은 정부개발원조(ODA)사업을 늘려야 한다고 강조한바 있다. 그런데도 불구하고 후진국에 태권도 사범 정부파견 사업을 폐지한다는 것은 국제사회 흐름에도 역행하는 것이다. 태권도는 이미 세계화 국제화 돼있다. 한국이 자랑스럽게 내세울 수 있는 유일한 것이 태권도다.

아직 기회는 있다. 지금이라도 정부와 KTA가 태권도사범 해외파견 사업에 대해 깊은 논의를 가져야 한다. 홍준표 회장이 이에 대해 적극적인 의지를 갖고 노력한다면 충분히 해결할 수 있다. 태권도가 스포츠외교에 일익을 담당 수 있도록 정부파견 사업이 중단되는 사태가 없기를 기대한다.

이재봉 한국체육대학교 교수  tkdnews@kore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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