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바이에 셰이카 마이타 알 막툼(28) 공주가 있다면 사우디아라비아에는 여성 태권도인 마하 알 메니에르(28·3단)가 있다. 마하는 알 막툼 두바이 공주처럼 올림픽에 출전하는 선수는 아니지만 태권도를 사랑하는 마음은 단연 최고다.

한마디로 마하는 사우디아라비아 전역에 태권도를 보급하는 여성 태권도인이다. 태권도는 그녀에게 생활의 활력이자 소중한 존재다. “태권도는 이제 저와 평생 함께 해야 할 동반자죠”

그녀는 태권도뿐만 아니라 한국에 대한 관심도 높아지기 시작했다. 벌써 비빔밥과 불고기를 좋아하고 한국의 역사와 문화를 배우고 싶어 한다. 그래서일까. 그녀는 한국의 대표적 문화인 태권도를 더 많은 사우디 여성들에게 가르치고 보급하기 위해 지난 달 22부터 26일까지 5일간 국기원이 실시한 외국인지도자교육에 참가했다.

방년 18세에 태권도에 입문한 그녀는 현재 사우디 여성 태권도인들 중 유일한 태권도 3단이다. 승마를 즐기던 마하는 다이어트를 위해 태권도를 시작했다. 다이어트에 성공함은 물론 품새와 호신술 등을 배우기 시작하면서 태권도에 완전히 매료돼 2년 전 결혼한 남편이 그토록 원하는 2세도 뒤로 미뤘을 정도다.

마하는 “태권도를 시작한 이후 게으름도 사라졌고, 전 세계 어디든지 혼자 여행을 해도 무섭지 않다”며 “태권도는 정신수양은 물론 용기를 심어주는 무도라고 하기에 손색이 없다”고 찬사를 아끼지 않았다.

마하는 사우디에서 대단한 파워우먼이다. 공주와도 친분이 두텁다. 이는 사우디에서 상류층에 속한다는 것을 의미한다. 마하가 마음먹기에 따라 사우디 전역에 태권도를 보급하는 것은 그리 어려운 일이 아니다. 이를 위해 국기원이 실시한 정식 지도자교육도 문제없이 끝마쳤다. 마하는 이미 지난달 26일 교육이 끝났지만 태권도의 부족한 부분을 보완하기 위해 오는 12일까지 한국의 각 팀과 유능한 사범들을 찾아 훈련하다가 사우디로 돌아간다.

그녀는 사우디로 돌아간 뒤 아동전용체육관을 마련해 어린이들에게 태권도를 지도할 계획이다. 어린들에게 태권도 수련을 통해 자연스럽게 예의를 가르치겠다는 게 마하의 생각이다. 특히 “장애인들에게 태권도 수련을 통해 용기와 자신감을 얻을 수 있도록 장애인 태권도 지도 공간도 확보하겠다”고 강조했다.

사우디에서 여성들은 운동은 할 수 있지만 대회출전은 국내외를 막론하고 철저하게 금지돼 있다. 하지만 이제 사우디 여성들도 각종 대회에 출전할 수 있는 길이 열릴 전망이다. IOC가 최근 사우디올림픽위원회에 앞으로 여성들에게 대회 출전을 금지할 경우 남자의 대회출전을 받아주지 않겠다는 내용의 공문을 발송했다. 반응은 예상보다 훨씬 빨랐다. 사우디올림픽위원회가 여성들에게 국제승마대회에는 출전할 수 있는 길을 열어준 것이다. 마하는  태권도도 이르면 내년부터 대회에 출전할 수 있을 것으로 전망했다.

마하의 꿈은 국제심판이 돼 국제대회에 심판으로 활동하는 것이다. 국제심판으로서 세계무대를 누비고 싶은 포부 때문이다. 그 꿈이 하루빨리 이뤄지기를 바란다. 그녀의 소망이 바로 태권도 저변확대와 발전, 그리고 국제화를 의미하기에….

김창완 기자  tkdnews@korea.com

<저작권자 © 태권도신문,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 김창완 기자
• tkdnews@kore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