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28일 오후 서울 남대문로 태권도진흥재단 회의실에서는 ‘제3차 태권도공원 운영프로그램 자문위원회’가 열리고 있었다.

태권도공원조성에 필요한 각 분야의 전문가로 구성된 자문위원들이 지난 5월에 있었던 제2차 회의와 6월에 있었던 무주 합동 워크숍의 결과를 보고받고 ‘태권도공원 운영프로그램 개발 및 운영방안에 관한 용역’을 시행하고 있는 ㈜디이파트너스로부터 제1차 중간보고에 대한 설명을 듣는 자리였다.

28일 태권도진흥재단 회의실에서 열린 '제3차 태권도공원 운영프로그램 자문위원회'

문화, 영화, 여행, 학술, 언론, 태권도계를 망라해 구성된 자문위원들은 보고를 받은 후 자신의 전문분야에 기반한 의견을 내놓았다.

모두가 각 분야의 전문가들인 만큼 각각의 입장에서는 태권도공원의 성공적 조성 및 운영을 위한 최선의 대답을 내놓은 것이라고 평가할 수 있었다. 그러나 그럼에도 불구하고 자문위원들의 주장들은 서로가 겉돌고 있다는 느낌을 받지 않을 수 없었다.

그것은 자문위원들이 자기분야에 기반해서는 가장 좋은 대답을 내놓고 있을 수는 있지만 그 좋은 주장을 묶어줄 수 있는 핵심, 즉 태권도에 대해서는 깊은 이해를 하고 있다고 보기 어려웠기 때문이다. 그것은 용역회사 디이파트너스의 제1차 중간보고도 마찬가지였다. 여전히 태권도에 대해서는 이해가 부족했다.

그러나 이러한 문제들을 일부 자문위원들이나 용역회사의 탓만으로 돌릴 수는 없다는 것을 지적하지 않을 수 없다.

우리는 ‘태권도공원을 도대체 누가 찾을 것인가’ 하는 가장 중요한 문제를 또다시 고민하지 않을 수 없다. 일부 자문위원들은 태권도공원은 태권도인들을 위한 공간이 중심이 되어야 한다는 주장을 하고 다른 자문위원들은 한번 오고 마는 곳이 되지 않기 위해서는 태권도인들만이 아닌 일반관광객의 입장에서 잘 만들어진 테마파크와 같이 태권도공원을 조성해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이 주장들의 핵심에는 태권도공원 안에 태권도를 대표할 수 있는 어떤 것, 그리고 태권도인들이 상시적으로 방문할 수 있는 어떤 것이 있어야 하지만 태권도인들만이 오는 공간이 되어서는 안 되겠다는 것이다.

그렇다면 태권도를 대표할 수 있는 어떤 것, 태권도인들이 상시적으로 방문할 수 있는 어떤 곳은 과연 무엇인가? 그것은 바로 국기원이다.

태권도의 이론과 기술을 개발하는 연구소, 태권도 수련장으로서의 도장, 태권도의 중요자료들을 전시해 놓은 박물관, 명예의 전당 등, 태권도공원에 필수적으로 구성되어야 할 내용들은 대부분 국기원이 하고 있는 일이거나, 현재 하지 못하고 있지만 해야 할 일들인 것이다.

태권도공원은 조성 초기단계에서부터 국기원의 이전을 전제해 두고 국기원이 현재 하고 있는 일들을 위해 필요한 공간, 앞으로 해 나가기 위해 필요한 공간을 만들어야 하며, 그러기 위해서는 국기원과의 상시적인 협조가 필수적이다.

이날 자문위원회의에는 국기원에서 이종관 차장과 최상환 과장이 참가했다. 그러나 국기원은 여러 자문위원 중의 한 두 사람으로서가 아니라, 태권도공원의 조성에서 주체로 기능해야 할 필요가 있다.

국기원은 태권도진흥재단이 발족하자, 국기원의 고유업무를 침해 당할 수 있다는 점에서 여러모로 경계를 해왔다. 국기원이 법정법인으로 전환되는 과정에는 이러한 일련의 견제가 작용했다는 시각도 있다. 실제로 해야 할 일들을 제대로 하지도 못하고 있으면서 그 일들은 우리가 할 일이니 당신들은 하지 말라는 주장을 아직까지도 국기원이 되풀이하고 있을 것으로는 생각되지 않는다.

국기원은 태권도공원조성사업에 적극적으로 참여 및 협조하고 태권도공원에서 태권도와 관련된 주요한 업무 및 조성을 함께 주도해 가야 한다.

그리고 나머지 부분, 태권도전문영역이 아닌 일반인들이 함께할 수 있는 공간으로서의 태권도공원은 별도의 구상을 가지고 진행될 필요가 있다. 그랬을 때 태권도공원은 진정으로 태권도인들과 일반인들이 함께 참여할 수 있는 공간으로 만들어질 수 있을 것이다.

이제 국기원은 더 이상 망설여서는 안될 시점에 와 있다. 국기원은 태권도공원 안에서, 해왔던 일들을 더 잘해나가고, 못했던 일들을 반성하고 이제 잘 해보겠다는 각오를 다질 필요가 있다. 이러한 일련의 각성이 없다면 이제 국기원의 미래는 없다. 마찬가지로 태권도공원의 성공도 기대할 수 없을 것이다.

박성진 기자  kaku616@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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