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한 여성이 아름답다.”

이화여자대학교 태권도 동아리 ‘이화태권’에서 대대로 내려오는 표어다. ‘이화태권’은 이 학교에서 전통있는 동아리 중에 하나다. 1975년 처음 창단돼 현재 31기까지 이르렀다. 앞으로 06학번 새내기까지 들어오면 32년의 역사를 자랑하게 된다.

'이화태권' 동아리 학생들.

학생문화관 5층 511호에 위치한 ‘이화태권’은 여느 대학에서 볼 수 있는 동아리 방의 풍경과 다름없다. 방 한쪽 구석에 부원들의 도복과 운동복이 걸려있다. 그러나 바닥에 잔뜩 쌓인 낡은 호구와 타깃 등 태권도 도구들이 이 동아리의 오랜 역사를 가늠하게 한다.

‘이화태권’ 부원들은 평소에는 매주 월, 화, 목, 금요일 오후 6시가 되면 수련을 하기 위해 동아리 방을 찾는다. 특별한 행사가 열릴 때에는 주말에도 모임을 갖는다.

지난 16일 오후 6시 ‘이화태권’ 부원들이 하나, 둘 동아리 방으로 모였다. 현재 수련을 하는 인원은 모두 6명, 매년 학기 초에 신입 부원이 10명 넘게 들어오지만 1년이 지나면 남는 숫자는 한 두 명뿐이다. 동아리 분위기에 적응하지 못해 중도 포기하거나 휴학을 하는 학생들이 있어 신입 부원을 받기 전인 이맘때쯤 인원이 가장 적다.

‘이화태권’은 동아리를 대표하고 대외활동을 담당하는 부장과 신입생 및 부원들의 수련을 담당하는 훈련부장이 중심을 이룬다. 이날도 김문아(22, 컴퓨터학과 3년)부장과 송다영(22,특수교육과 3년)훈련부장을 중심으로 한지수(23,경영학과 4년)전 부장, 박서아(21, 광고홍보학과 2년), 문효정(21, 화학과 2년), 김은정(21, 사회생활학과 2년) 등 부원들이 한 자리에 모였다.

각기 다른 학과 소속이지만 한 가족 자매들처럼 화기애애하다. 모든 학과 수업이 끝나고 모인 터라 하루 동안 기억에 남는 일들을 털어놓으며 서로의 일과를 공유했다.

동아리 활동을 하게 된 사연은 제각각이다. 모두 대학에 진학하기 전까지는 태권도를 한 번도 배워본 적 없는 문외한들이었다고 한다. 대학에 입학하면서 태권도에 관심을 갖게 되거나, 오래동안 머릿속으로 그리기만 하다가 운동을 시작하게 된 것이 공통점이다.

김문아 부장은 처음 대학에 들어와 동아리에 가입하려고 찾아다니던 중 우연한 기회에 태권도 동아리 포스터를 보게 됐단다. 순간 “강한 여성이 아름답다”라는 문구가 가슴에 와 닿아 그 자리에서 ‘이화태권’에 가입해버렸다고 한다.

송다영 훈련부장도 자신이 ‘이화태권’에 들어오게 된 것은 아마 숙명이었던 것 같다고 말한다. 남들보다 1년 늦게 동아리에 가입한 그는 원래 운동보다는 책 읽기를 좋아하는 정적인 스타일의 취미생활을 즐겼었다. 어느 날 태권도 동아리에 들어와 훈련부장이 돼 부원들을 지도하는 자신의 모습이 지금 생각해도 신기하다고.

한지수 부원은 지난해 ‘이화태권’을 이끌었다. 이제 취업을 눈앞에 둔 4학년이지만 아직도 동아리에 대한 애정은 크기만 하다. 맏언니로써 부원들의 동작을 일일이 고쳐주는 그도 원래 운동에 전혀 관심이 없었다. 그러나 학교를 다니며 매일 똑같은 일상에서 탈피하고 싶은 마음이 들었고 특히 여대를 다니며 자신의 내부에 쌓였던 여성적인 이미지를 약간은 벗겨내고 싶었다고 한다. 그래서 찾은 것이 태권도 동아리. 태권도 동작 하나 하나를 따라하며 많은 땀을 흘린 탓에 이제는 태권도를 너무나 좋아하게 됐다고 고백한다.

파란 띠를 예쁘게 착용한 박서아, 문효정, 김은정 부원은 아직은 선배들만큼 실력이 많이 늘지 않았지만 태권도를 너무나 좋아한다

박서아 부원은 어릴 적부터 괄괄한 성격이어서 태권도가 왠지 끌리는 운동이었단다. 하지만 부모의 반대로 할 수 없었다. “대학에 가면 뭐든 자유롭게 할 수 있다”는 부모님의 제안에 열심히 공부해서 대학에 들어온 그가 가장 먼저 찾은 곳이 태권도 동아리다.

문효정 부원도 역시 태권도에 대한 좋은 이미지를 어릴 적부터 가지고 있었다. 특히 고등학교시절 학교에 태권도부가 있었는데 태권도부 친구들의 당당한 자세와 정의감에 찬 모습에 감명을 받아 언젠가는 꼭 태권도를 하겠다고 다짐했단다.

김은정 부원은 자신이 태권도를 하리라고 생각한 적이 없었다. 대학에 들어와 동아리를 찾던 중 좀 활동적인 취미를 갖고 싶어 ‘이화태권’에 들어왔다고. 막상 들어와 보니 친구들과 선배들이 너무 잘해줘 사람들이 좋아 계속 나오게 됐단다.

이런 연유로 태권도에 입문한 이들은 지금 모두 태권도를 사랑한다고 자신한다. 건강에도 좋고 생활의 활력이 되기 때문이다. 자칫 권태롭고 지루할 수 있는 대학생활에 태권도가 활동력과 강한 정신력을 심어주는 원동력이기 때문이다.

한 부원은 태권도를 시작하고 유연성도 좋아지고 무엇보다 허벅지와 엉덩이 살이 빠져서 좋다고 말해 모두를 웃게 했다.

이들은 올해 신입 부원을 20명 정도 모집하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다. 많은 신입 부원들이 들어오면 상당수가 중도포기를 하는 현실이 안타깝기도 하지만 그들 중 태권도를 진정 좋아하는 소수의 정예가 남을 것이라고 믿기 때문이다.

송다영 훈련부장은 “최근 대학동아리가 침체기”라며 “학점과 취업에 몰두하다 보니 동아리에 지원하는 사람이 많이 줄었다”고 말했다. 상황은 ‘이화태권’도 마찬가지. 하지만 아직 희망은 있다. 대학생들만의 순수한 열정과 도전정신이 열쇠다.

‘이화태권’에 들어가기 위한 절차나 조건은 간단하다. 그러나 신중을 기해야 한다. 운동을 좋아하거나 하고 싶어 하는 이화인들은 누구나 지원이 가능하다. 다만 자신에 삶에 대한 애정과 열정에 자신을 가져야 한다. 그런 사람이라면 자격은 충분하다.

‘이화태권’은 올해 신입부원을 선발한 후 훈련을 거쳐 5월에 열리는 대동제에서 연무시범을 펼칠 계획이다. 여름방학에는 승품단 심사를 준비하고 국기원에서 심사를 본 후 2학기에는 전국대학태권도동아리친선대회에 출전해 우승하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다.

김은경 기자  kekisa@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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