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동후 세계태권도연맹 사무총장
“세계화 위해 지나친 관심은 자제해야”

“딸을 키워서 시집을 보냈으면 시댁을 믿고 맡겨야 한다. 딸이 걱정스럽고 안타까워도 지나치게 관심을 보이면 오히려 딸에게 피해를 줄 수 있다.”

‘태권도공원 조성을 위한 국제심포지움’에서 제1주제 토론자로 나선 문동후 세계태권도연맹 사무총장은 태권도를 딸에 비유해 “태권도의 세계화를 위해서 국내의 지나친 관심은 오히려 악영향을 초래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문 총장은 “태권도가 한국에서 태생해 전 세계에 보급된 것은 사실이지만 너무 한국의 것이라는 의미만 강조하다보면 정작 태권도 세계화에는 지장을 초래할 수 있다”며 “179개국에 보급돼 활성화를 거듭하고 있는 만큼 지나친 과잉보호보다는 관심어린 애정으로 지켜보는 자세가 더 필요하다”고 말했다.

이 같은 문 총장의 발언은 태권도 세계화를 위해서는 해외에 보급돼 있는 태권도가 국가마다 제각기 다르게 토착돼 있는 문화와 접목해 자연스럽게 발전해야 한다는 생각으로 풀이된다.

또한 문 총장은 “향후 태권도는 스포츠로서뿐만 아니라 일상생활 속에서도 숨쉬고 약동할 수 있는 생활체육으로 발전해야 한다. 기술적인 측면만을 강조하는 태권도가 아니라 태권도가 지닌 태권도 철학, 태권도 정신을 일반인들에게 보급해야만 진정한 생활체육으로서의 태권도가 될 수 있을 것”라고 말했다.

그는 또 세계연맹의 가장 핵심사업인 전자호구 도입에 대해서도 언급했다. “전자호구는 당초 구상했던 대로 잘 추진되고 있고 오는 25일 시연회를 열어 특별위원회가 표준 스펙의 부합여부를 판단할 것이다. 올해 말까지 IOC(국제올림픽위원회)에 통보해야 하는 만큼 공정하게 전자호구를 심사해 2008년 북경올림픽에 도입하기 위해 노력할 것이다.”

태권도공원 조성을 위한 국제심포지움.

이태은 세계태권도연맹 감사
“국기원이 태권도 발전의 중심 역할 해야"

이태은 세계태권도연맹 감사는 태권도공원의 발전과 태권도 세계화를 위해서는 국기원이 중추적인 역할을 해야 한다고 역설했다.

이 감사는 현재의 국기원의 정체성에 대해 세세한 부분까지 문제를 제기하며 토론의 말머리를 열었다.

“해외 태권도인들이 항상 동경하고 소원하는 꿈은 국기원을 한 번이라도 방문하는 것이다. 그러나 정작 그토록 바라던 국기원을 방문하면 규모와 시설을 보고 실망어린 인상을 받게 되는 것이 오늘날의 국기원이다. 나 역시 이러한 상황 때문에 국기원 방문을 권유하지 못했던 것이 사실이다”라고 솔직하게 자신의 심정을 피력했다.

그는 국기원이 표방하고 있는 세계태권도 본부라는 위상이 흔들릴 수 있음을 경고하며 이를 위해서는 국기원이 강력한 추진의지로 다각적인 측면에서 개선노력을 추구해 나가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 감사는 “국기원은 태권도의 무도적인 측면을 보존하고 활성화하기 위해 노력해야 한다”고 전제하면서 “해외에서 태권도를 수련하는 대부분의 사람들은 경기적인 측면보다 무도적인 측면을 중시해 태권도 정신, 태권도 철학 등이 태권도를 수련하는 동기가 되고 있다. 해외에서 태권도 보급에 최선을 다하고 있는 사범들도 정신적 지도자로 추앙받는 것이다”고 말했다.

이 감사는 또 국기원이 일선 태권도장에게 실질적인 도움을 주기 위해 관심을 기울여야 한다고 강조했다.

“내가 살고 있는 캐나다의 경우 전체 수련생 중 성인층의 비율이 약 60%를 차지한다. 수련생들의 직업도 변호사, 의사, 정치가 등 전문직 종사자들이 대부분이다. 반면 한국에서는 초등학생들이 수련계층의 대다수를 차지한다는 데 문제의 심각성이 있다. 이에 대해 국기원이 관심을 기울여 연구를 진행해 일선 태권도장이 활성화될 수 있도록 노력해야 한다”

게릿 에이싱크 세계태권도연맹 집행위원
“편안함 줄 수 있는 공간으로 조성돼야”

게릿 에이싱크 세계태권도연맹 집행위원 겸 전 네덜란드태권도협회 회장은 “무주에 건설하게 될 태권도공원(세계태권도피아)은 방문객들에게 편안함을 제공할 수 있는 공간으로 조성돼야만 한다”고 강조했다.

에이싱크 집행위원의 편안함에 대한 언급은 숙박시설을 비롯해 인터넷카페, 공연장, 도서관 등 편의시설이 완비해야만 방문객들에게 세계태권도피아에 대한 좋은 인상을 줄 수 있을 것이라는 생각에서 기인한다.

그는 태권도의 역사와 문화를 한눈에 알 수 있도록 방문객들에게 제시할 필요가 있다고 주장했다.

“태권도의 시작과 변화과정, 그리고 세계선수권대회와 올림픽 등 태권도의 역사를 반영하는 것 모두를 방문객들에게 보여줄 필요가 있다. 태권도 경기의 시작과 함께 적용된 경기규칙의 경우에도 어떻게 변화했고 왜 변화했는지 많은 사람들과 역사적인 지식을 공유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에이싱크 집행위원은 다양한 인종들이 태권도를 수련하고 있는 만큼 세계태권도피아는 한국문화를 필두로 세계 각국의 문화를 고루 공유할 수 있도록 설계하는 것도 좋은 방법이 될 수 있다는 견해도 피력했다.

에이싱크 집행위원은 토론을 마치며 세계태권도피아 조성사업의 중요성에 대해 강조했다.

“세계태권도피아 사업은 정말 큰 프로젝트다. 사업이 성공적으로 이뤄지기 위해서는 화합이 전제돼야 한다. 지난해 태권도가 2012년 올림픽에서 정식종목으로 유지됐고 이는 우리 태권도가 강력한 스포츠가 됐다는 것을 의미한다. 세계태권도피아는 물론 태권도가 더욱 발전하기 위해서는 상호협력이 지속돼야만 한다.”

김홍철 기자  wtkd@par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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