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22일 청주실내체육관에서 제43회 대통령기 전국단체대항태권도대회 고등부 시상식이 열렸다.

이날 스포트라이트를 받은 팀은 단연 고등부 남녀 우승을 휩쓴 효성고였다. 하지만 남자고등부에서 3위를 한 천안중앙고를 눈여겨보는 태권도 관계자들이 적지 않았다. 이 대회를 취재한 기자들도 천안중앙고가 금메달1개, 동메달 1개를 획득해 3위를 했다는 사실을 뒤늦게 알자 다소 의외라는 반응을 보이면서도 3위를 하게 된 배경에 관심을 가졌다.

제41회 대통령기대회 남고부에서 종합3위를 한 천안중앙고 오영주 감독(가운데)와 금메달을 획득한 김경수, 동메달을 획득한 문영식 선수

기자들이 관심을 가진 이유는 간단했다. 태권도부를 둘러싼 이런 저런 불미스런 일로 한동안 정상적인 활동을 하지 못했던 천안중앙고가 빠른 시일 안에 공신력이 있는 대통령기대회에서 3위를 했기 때문이다.

지난해 봄, 천안중앙고는 불미스런 일로 인해 내부 분위기가 뒤숭숭해 해체 위기에 직면했다. 태권도부가 정상적으로 가동되지 않다 보니 선수들의 성적이 좋을 수가 없었다. 기량이 좋은 선수들도 분위기에 휘말려 예선에서 탈락하기 일쑤였다.

이런 위기의 상황에서 그리스태권도대표팀을 6년간 지도한 오영주(43) 감독이 사령탑을 맡았다. 인맥과 정실이 아닌 공식 채용을 통해 태권도부를 맡은 오 감독이 가장 먼저 한 일은 분위기 쇄신이었다.

이를 위해 우선 태권도부를 혼란에 빠뜨리고 있는 일부 학부모들을 통제했다.

오 감독은 지체없이 그 학부모들의 선수들을 다른 학교로 전학시키고, 흐뜨러진 분위기를 정비했다. 숙소를 마음대로 출입하던 학부모들도 철저하게 차단했다.

“지도자들을 우습게 여기며 태권도부 운영에 사사건건 관여하는 학부모들을 더 이상 두고 볼 수 없었다”는 게 오 감독의 말이다.  

오 감독이 태권도부 분위기를 일신하자 김광희 교장과 김재일 체육부장도 태권도부에 더 깊은 관심과 배려를 아끼지 않았다. 패배감에 빠져 있던 선수들도 오 감독의 가르침에 따라 강도높은 훈련을 군말없이 소화해냈다. 

이런 노력이 빛을 발한 것일까.          

올해부터 성적이 좋아지기 시작했다. 4월에 열린 용인대총장기와 5월에 열린 5.18광주시장기대회에서 메달을 획득하면서 가능성을 보였다. 그리고 이번 대통령기대회에서 종합 3위를 했다.

이에 대해 오 감독은 “내가 선수들을 잘 가르쳤다기보다는 원래 선수들의 기량이 좋다. 그리고 한승호 전 태권도부장과 박재홍 전 코치의 덕에 3위를 했다”며 모든 공(功)을 선수들과 전 지도자들에게 돌렸다.

하지만 천안중앙고의 실정을 잘 하는 태권도인들은 짧은 기간에 태권도부를 정비한 오 감독의 공로는 높게 평가해야 한다고 입을 모으고 있다.

현재 태권도부 선수는 16명. 다른 학교에 비해 재정과 선수 규모 등 여러 면에서 열악한 것이 사실이다.

오 감독은 “앞으로 태권도부 운영과 훈련시스템을 더 강화해 대내외적으로 천안중앙고 태권도부를 알리고 싶다”며 “선수들의 기량 향상 이외에 인성교육에도 신경을 쓰겠다”고 말했다.

서성원 기자  tkdnews@kore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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