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기원과 세계태권도연맹, 대한태권도협회 등 태권도 제도권의 3대 기구와 16개 시도태권도협회, 4개 연맹 등을 취재하다 보면 이 단체에 소속되어 있는 임직원들, 특히 실세 관계자들의 인맥(人脈)과 그들을 추종하는 무리들의 행보가 흥미롭다.

태권도계는 그 어느 집단보다도 사람과 사람 간의 관계가 뒤엉켜 있다.

일부 사람들은 계파-파벌주의가 태권도의 발전을 저해하고 있다고 지적한다. 틀린 말은 아니다. 하지만 정답이 아닐 수도 있다. 

현안이 생길 때마다 ‘내편-네편’으로 갈려져 고성과 욕설을 주고받으며 몸싸움까지 벌이는 제도권 인사들과 그들을 추종하는 소인배들을 보면 어떨 때는 진정한 ‘파벌 의식’이 있을지 묻고 싶기 때문이다.

태권도계에는 분명히 ‘파벌 의식’이 있을 것이다.

그러나 그것은 이해득실에 따른 단편적인 움직임인 경우도 있다. 태권도 제도권의 파벌은 이해타산과 이중심리에 젖은 일부 인사들의 기회주의 속성에서 비롯되고 있다.

그들에게서 이념과 명분과 신의는 기대할 수 없다. 바람이 부는 쪽으로 서슴없이 자신의 몸을 맡기는 소인배들의 ‘줄서기’와 이들을 이용하기 위해 ‘줄대기’를 하는 실세 태권도인들은 언제든지 자신에게 불리하면 등을 돌리기 일쑤다.

이것은 파벌이 아니라 기회주의 속성에 더 가깝다.  당쟁을 하면서도 성리학적 이념으로 명분을 찾고, 목숨을 걸 정도로 신의를 중요하게 여겼던 조선시대의 당파와는 분명히다르다.

신의와 의리가 퇴색되어 가고 기회주의 처세술이 판치는 태권도계의 풍토가 안타깝다.

서성원 기자  tkdnews@kore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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