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장] ITF 태권도와 격투기의 대결

박성진 기자
승인 2008.07.10 18:14
호수 59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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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0회 세계태권도문화축제가 벌어진 5일 충청대학 야외음악당 특설링. 이날은 특별한 대회가 열리고 있었다. 태권도와 격투기 간의 이종(異種) 격투대결이 벌어진 것이다.

이날 태권도를 대표해 출전한 것은 우리에게 익숙한 WTF식 태권도가 아니라 ITF식 태권도였다. ITF식 태권도는 주먹에 의한 얼굴공격을 허용하는 등 WTF식 태권도에 비해 격투기에 상대적으로 더 가깝다는 평을 들어왔다.

종합격투기 룰로 치러진 여섯번째 경기에서 ITF의 크리스티안 가르시아선수가 최무배 선수에게 발차기 공격을 하고 있다. 최무배 선수가 암바로 승리했다.

격투기를 대표해 출전한 것은 국내에서 유명한 격투기 대회사인 스피릿MC. 그러므로 엄밀하게 말하자면 태권도와 격투기의 대결이라기 보다는 ITF와 스피릿MC의 대결이었다고 말할 수 있다.

대회 룰은 경기에 따라 달랐다. 총 7경기가 벌어진 이날 대회는 세 가지의 룰에 의해 대결이 진행됐다. 첫째는 ITF룰. 로우킥이나 니킥 등을 허용하지 않지만 주먹에 의한 얼굴공격은 허용된다. 이 룰로는 총 네 경기가 치러졌다. 그 중 한 경기는 여자부 경기였다.

둘째는 MMA룰. 종합격투기라고 번역되는 MMA(Mixed Martial Arts)는 급소공격 등을 제외한 대부분의 공격이 허용된다. 손으로 때리고 발로 차는 것은 물론 상대를 잡고 넘어뜨리거나 관절부위를 꺾는 것도 허용된다. 이 룰로는 총 두 경기가 치러졌다.

마지막으로는 ITF도 MMA도 아닌 입식타격 방식. 최근 인기를 끄는 K-1룰이다. 이 룰은 선 상태에서만 싸운다는 점에서 ITF룰과 비슷하나 로우킥과 니킥 등을 허용한다는 점에서 차이가 있다. 이 방식으로는 한 경기만이 치러졌다. 원래는 ITF룰로 치러질 예정이었으나 이 경기에 ITF를 대표해 출전하는 일본인 선수가 일본에서 K-1대회에 출전했던 경험이 있었다는 이유로 K-1룰로 대결하겠다는 의사를 밝혔기 때문에 이 방식으로 경기가 진행됐다.

K-1룰로 치러진 첫번째 경기에서는 ITF를 대표해 출전한 선수(히로키 호리코메)가 승리를 거뒀다. 호리코메 선수는 격투기대회에 출전한 경험이 많은 것으로 보였다. 단순한 태권도선수가 아니었던 것이다. 덕분에 ITF측은 좋은 출발을 가졌다.

종합격투기 방식으로 치러진 두 경기는 모두 스피릿MC측의 승리였다. 당연한 결과였다. 종합격투기 경험이 거의 없는 ITF 선수들이 종합격투기 베테랑 선수들을 이긴다는 것은 어려운 일이었다. 결과가 예상되었던 경기들이었다.

가장 흥미진진했던 것은 ITF룰에 의한 네 경기였다. 결과는 2대 2. ITF룰에 의한 경기였음에도 불구하고 호각의 결과가 나온 이유는 우선 스피릿MC쪽 선수들이 대부분 태권도, 킥복싱, 무에타이 등의 입식타격 무술을 수련한 경험이 있었기 때문이다. 게다가 스피릿MC쪽 선수들이 준프로급의 실력을 갖춘 선수들이 많았던 데 비해 이번 대회에 참가한 ITF 선수들은 국가대표급 실력을 갖춘 선수들이라고 보기에는 어려웠다. 그러므로 승산은 반반이었던 것이다.

이번 대회의 의미는 태권도도 넓은 의미에서 격투기에 속한다는 것을 확인시켜주었다는 점과 ITF스타일의 태권도를 보여주었다는 점을 꼽을 수 있다. 그러므로 결과 자체는 크게 중요한 것이 아니었다.

대회를 관람한 세계태권도문화축제 오경호 조직위원장은 “이번 대회는 태권도와 엔터테인먼트가 만났다는 점에서 의의가 있다”며 “세계태권도문화축제의 취지에 걸맞게 모든 태권도(WTF와 ITF)의 화합, 태권도와 다른 문화의 결합이라는 점에서 매우 만족스러운 대회였다”고 평했다.

오 위원장의 말처럼 결과와 상관없이 미디어 노출 등을 통해 태권도가 보다 일반인들에게 가까이 다가갔던 계기가 되었던 것만큼은 분명했다.

박성진 기자 kaku616@naver.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