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야흐로 태권도대회의 지방화시대다. 올해만 해도 지방에서 열리는 태권도대회는 약 20개. 현재 국내에서 열리는 거의 모든 대회가 지방에서 열린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지방으로 대회가 유치되는 경향은 점점 더 커지고 있다. 최근 각 지방자치단체와 지방의 태권도협회가 앞을 다투어 태권도대회를 유치하려고 한다. 그 이유는 무엇일까.

지방대회의 특성

최근 지방의 시도협회에서 그 지역의 명칭을 내걸고 대회를 개최하는 현상이 두드러지고 있다.

제1회 제주평화기 전국태권도대회, 제1회 3.15의거 전국태권도대회, 제8회 5.18 광주민주화운동기념 중고대회가 그 예다. 이들 대회는 제주도, 경상남도, 전라남도의 태권도협회가 각 지역 특유의 지리적, 역사적 테마를 모티프로 삼아 해마다 개최하는 대회다.

대학교들이 대회를 개최하며 매년 지역사회에 영향을 주는 대회도 있다. 대구 계명대총장기 전국품새대회, 제4회 우석대총장기 품새대회 등이다. 이들 대회는 학교를 홍보하는 행사이기도 하지만 이 대회에 참여하기 위해 전국 각지에서 오는 선수 ,임원, 학부모들로 인해 지역 관광산업과 경제에까지 영향을 준다.

한국초등학교태권도연맹, 한국중고태권도연맹, 한국대학태권도연맹, 한국여성태권도연맹 등 전국 연맹체에서 개최하는 대회들도 지방유치가 일반화됐다.

초등연맹은 지난해에 이어 올해도 어린이태권왕뽑기대회를 경북 경주에서 개최한다. 초등연맹은 경주와 이 대회 개최와 관련해 영구계약을 맺어 매년 경주에서 열기로 했다.

제17회 문화관광부장관기 초등학교태권도대회는 전북 전주에서 열리고 제32회 초등태권도연맹회장기 전국태권도대회는 전북 정읍에서 개최하기로 했다.

중고연맹은 제33회 한국중고등학교태권도연맹회장기대회를 충남 공주에서 개최하며 공주는 이 대회를 지역축제화하기로 결정했다. 제17회 문화관광부장관기 중고등학교대회는 충북 충주에서 열린다. 지난달 막을 내린 제6회 세계청소년선수권 대표선수선발 예선대회는 강원도 홍천에서 치러졌었다.

대학연맹은 지난해 유니버시아드 대표선발전을 치렀던 강원도 홍천을 올해에도 대회 개최지로 선정했다. 대학연맹은 올해 제33회 전국대학개인대회 겸 제9회 세계대학선수권대회 대표선수선발전을 홍천에서 개최하기로 한 것이다. 가을에는 제29회 전국대학태권도대회가 강원도 횡성에서 열린다.

여성연맹도 올해 두 개의 대회를 모두 지방에서 치른다. 오는 6월 제5회 여성부장관기 전국태권도대회를 전남 광양에서 개최하며 10월에는 강원도 원주에서 제4회 여성연맹회장기 품새대회를 개최할 예정이다.

왜 태권도가 각광받나

이처럼 전국 연맹체에서 개최하는 모든 대회가 지방에서 열린다. 이들 연맹체들이 지방에서 대회를 개최하기 시작한 시기는 거의 5～6년전 안팎이다.

대한태권도협회는 지방자치제의 활성화에 발맞춰 기존에 주관해오던 대회를 지방에서 개최하기 시작했다. 이러한 흐름에 따라 KTA 산하의 전국 연맹체들도 지방에서 대회를 열게 된 것이다.

1995년 지방자치 4대 선거가 동시 시행되어 본격적인 지방자치제도가 시작되면서 지역 발전을 위한 공약과 이의 실행과정에서 각 지역별로 지방자치단체에 의해 각종 이벤트와 관련시설들이 건설되고 종합체육관도 늘어나게 되었다.

각 시군 지역에 체육관 시설이 늘어나면서부터 지방자치단체들은 각종 경기대회 유치로 선수단 및 관광객을 불러들이고 체육관 시설도 활용함으로써 경제 활성화와 체육발전을 꾀할 수 있다고 판단, 경기단체에 대회 유치신청을 하거나 개최의사를 타진하기 시작했다.

특히 지방자치단체들은 태권도대회가 참가인원도 많고 대회 기간도 길어 많은 사람들이 오래 머무를 수 있기 때문에 생기는 파생효과에 매력을 느끼고 태권도대회를 유치하려는 노력을 하기 시작한 것이다.

대회를 유치하려는 지방자치단체는 주관 태권도경기단체에 자신들의 지역에 대회를 유치하는 조건으로 거액의 유치금을 조건으로 걸기 시작했다. 경기단체들도 대회개최가 결정이 되면 수천만 원에 달하는 거액의 대회 유치금을 받아 부족한 대회운영비로 사용할 수 있어 이 조건을 달게 받아들였다.

이런 결과로 경기단체들은 지방대회 개최를 활발하게 하기 시작, 최근에는 일반적인 현상이 됐다.

지방의 대회유치 조건

경기단체들이 지방에서 대회 개최지를 결정하는 경우 몇 가지 요건이 있다. 체육관 시설과 규모, 풍부한 숙박시설, 교통의 편리성, 대회유치 경험, 대회유치금의 액수 등이다. 이러한 요건들이 큰 무리가 없다면 조율을 통해 개최를 결정한다.

이 과정에서 인맥관계, 해당 지방자치단체와의 친분도 영향을 미치지 않을 수 없다. 특히 전국 연맹체의 경우 각 지방자치단체 및 시도태권도협회와 관계가 돈독해야 한다.

대회 개최지를 결정하기 위해 연맹의 관계자들은 미리 실사를 한다. 대회를 개최하는데 조건이 적당한지 직접 점검한다. 그러나 대회를 준비하는 기간이 촉박하다든가 유치를 신청하는 지자체들 중 대회를 열 수 있는 환경이 아닌데도 거액의 대회유치금을 내걸고 유인할 경우 실사를 하더라도 대회 개최에 적당치 않은 곳이 결정되는 경우도 없지 않다.

이런 경향에 대해 일각에서는 태권도대회 개최지 선정을 위한 실사나 사전 준비를 더욱 철저하게 할 필요가 있다고 문제를 제기하고 있다. 경기단체들은 무조건 지방에서 유치를 신청한다고 받아들이는 것보다 경기가 잘 치러질 수 있는 환경인지 좀 더 잘 따져보고 결정해야 한다는 것이다.

김은경 기자  kekisa@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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