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외 한인사범 수기] 나는 ‘태권도 선교사, 거지왕’ [11]

먼저 그 분들에게 인사를 드리고 도와달라고 부탁을 하였다. 다음날 몰몬교 장로라는 백인 청년이 도장을 방문하였다. 그런데 한국말을 유창하게 하는 것이었다. 몰몬교가 운영하는 브리감영 대학교가 있는데 그 학교에서 세계 각국의 언어를 가르치고 있었으며 자기도 그곳에서 한국어를 배워 한국 선교사로 1년을 갔다 왔다는 것이었다. 그로부터 그도 나의 제자가 되어 적극적으로 나를 도와주기 시작하였다.

신동기 사범.

나는 나의 특기인 시범을 거의 매일 학교와 행사장을 찾아다니며 보여주었다. 시범 한 번 할 때마다 나의 몸은 상처가 늘어났다. 월남에서는 맨땅 혹은 시멘트 바닥에서 뛰고 낙법을 하면 온몸이 시퍼렇게 멍이 들었고 그때마다 나의 주먹은 늘 퉁퉁 부어 젓가락도 못 잡을 때가 있었다. 그러나 나의 시범은 항상 먹혀 들어갔다.

솔트레이크에서 처음으로 태권도 대회를 열고 캘리포니아에서 제자들을 데려와 큰 시범을 하였다. 체육관은 꽉 차고 지역 신문과 TV에서 좋은 기사와 사진을 내보내 주었다. 도장은 학생으로 꽉 찼다. 때마침 내가 초청한 동생 동규가 한국에서 미국으로 들어왔다.

도장을 하나 더 내고 형제가 운영하니 솔트레이크시를 완전히 평정한 것 같았다.

그러나 내가 없는 캘리포니아는 엉망이 되어가고 있었다. 79년도에 나는 다시 캘리포니아 L.A로 이주 하였다. L.A 한인 중심가인 올림픽 중심가에 도장을 내었다. 당시 여러 명의 태권도 사범들이 도장을 운영하고 있었다. 김용길, 김찬영, 권부길, 서영익 사범 등 실력이 쟁쟁한 선배들이었다. 한인타운이라 많은 한국인 학생들이 들어왔다.

도장은 아주 잘 되었다. 미국에 온 후 약 30개의 도장을 열었는데 거의 다 성공 하였다. 운이 좋은 편이었다. 그 당시 많은 유능한 한국 사범들이 미국으로 진출하였다. 성공한 사람도 많았지만 적지 않은 수의 유능한 사람들이 실패의 좌절감을 맛보아야 했다.

태권도는 긍정적인 무술이며 스포츠이다. 우리는 제자들에게 ‘할 수 있다. I can do it’을 가르친다. 나는 도장 문을 열면 도장 홍보지를 들고 가가호호 방문하고 학교와 행사장을 찾아다니며 시범을 하였다. 대체적으로 사범들은 좋은 장소를 찾아다닌다. 좋은 장소는 집세가 비싸다. 나도 처음에는 좋은 장소, 비싼 도장을 찾아 다녔다. 그러나 땀 흘려 번 돈을 주인에게 바치고 매달 비싼 집세 걱정을 하곤 하였다.

그러나 10년 전부터 나는 전법을 바꾸었다. 쉽게 찾아올 수 있고 자동차를 쉽게 주차할 수 있는 장소로 바꾸었다. 미국은 거의 다 자동차로 학생들이 온다. 한군데서 오래 있으면 다 알려진다. 나는 후배들에게 너무 비싼 장소를 얻지 말라고 권고한다. 나는 미국에서 여러 번 실패하였다. 도장 운영에서 실패한 것이 아니고 도장에서 번 돈을 사업한다고 투자하였다가 여러 번의 실패를 맛보았기 때문이다.

나는 젊었을 때 자동차를 빠르게 몰아 심심찮게 경찰의 단속에 걸렸다. 그러나 거의 경찰들이 나를 봐 주었다. 왜냐하면 미국경찰들이 쓰는 보탄이라는 경찰봉 쓰는 법을 내가 개발하였기 때문에 내가 너희들 경찰봉 선생이라고 하면 대개 봐 주었기 때문이었다.

80년대 중반 어느 토요일 오후 나는 샌프란시스코 경찰로부터 전화를 받았다. 이유는 한국인 수십 명이 샌프란시스코 공항에 하루 종일 앉아 있다는 것이었다. 말도 안통하고 한국영사관도 연락이 안 되니 나보고 나와 보라는 것이었다. 공항에 가보니 어린아이부터 대학생까지 35명이 앉아 있었는데 태권도 시범단이었다. 자초지종을 들어보니 이 지역 모 사범의 초청으로 왔는데 연락도 안 되고 나오지도 않는다는 것이었다.

미국은 6~8월이면 최고의 휴가철이라 비행기 자리를 몇 달 전에 예약을 해야 한다. 그러나 수십 명이 돌아갈 수 도 없고 꼼짝도 못하고 있는 것이었다. 그래서 할 수 없이 한국으로 돌아가지도 못하고 공항에 하루 종일 앉아 있었다는 것이었다. 나는 이 지역 태권도 사범들에게 전화를 돌리기 시작하였다. 당시는 핸드폰이 없던 시절이라 토요일 오후에 연락되는 사범이 거의 없었다. 수소문 끝에 3명이 연락이 되어 나왔다. 내가 어린아이 15명을 맡으면서 겨우 수습이 되었다. 그러나 그때부터가 문제였다. 집에 가서 아내에게 어떻게 애기하여야 할 지 마음을 졸이면서 아이들을 데리고 집으로 들어가니 아내가 깜짝 놀라는 것은 당연한 일이었다.

그러나 어린아이들을 본 아내는 곧 식사 준비를 하며 하루 종일 굶은 아이들에게 저녁을 챙겨 주었다. 이때부터 우리 집은 호텔이라는 별명도 붙게 되었다. 이후로 태권도 사범들 수십 명이 우리 집을 거쳐 갔으니 호텔이라는 별명이 무색하지 않을 것이다.

신동기 사범 tkdnews@korea.com

신동기 사범
tkdnews@kore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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