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26일 오전 11시, 국기원 제2강의실에서 국기원 임시이사회가 열렸다.

이날 이사회는 엄운규 원장의 사임 건이 정식 안건으로 상정되었기 때문에 태권도 전문 언론을 비롯해 연합통신 등에서도 큰 관심을 보였다. 당연히 기자들이 몰려들었다.

국기원 이사회가 비공개로 열려 이사회가 열린 강의실의 문이 닫혀 있다.

하지만 이날 이사회는 비공개로 열렸다.

엄 원장이 취임한 이후 이사회는 대부분 언론에 공개했기 때문에 기자들은 이번 이사회도 공개할 것이라고 생각했지만, 이런 기대는 보기 좋게 빗나갔다.

“사진만 찍고 기자들은 나가달라”는 국기원 관계자의 말에 일부 기자들은 “이사회를 공개하지 않는 이유가 뭐냐”며 화를 버럭 냈다.

하지만 국기원 조직의 생리를 잘 아는 기자는 이사회를 공개하지 않는다고 화를 내지 않았다. 이사회를 공개하지 않는 저간의 사정을 어림잡아 알고 있기 때문에 군말없이 조용히 사진만 찍고 밖으로 나왔다.

알 권리를 위해 이사회를 공개해야 한다는 주장에도 일리는 있지만, 조직의 기밀이나 내부 회의를 대외에 굳이 알릴 필요가 없다며 이사회를 공개하지 않는 국기원의 입장도 한편으론 이해가 됐다. 행사의 주최측이 취재를 거부할 권리도 있기 때문이다.

다만 기자의 마음을 불편하게 한 것은 이사회의 공개 여부에 대한 일관성이 없다는 것이다. 국기원 관계자들은 이사회를 공개하는 것을 자랑삼아 얘기하곤 했다. 엄 원장 취임 이후 열린 행정과 조직의 투명성을 위해서라도 이사회를 공개하는 것이 바람직하다는 의견을 따랐기 때문이다. 

하지만 민감한 안건에 따라 혹은 국기원 조직의 이해관계에 따라 원칙도 없이 공개와 비공개를 선택하는 것은 바람직스럽지 않다. 오히려 갈팡질팡하는 국기원의 나쁜 이미지만 줄 뿐이다. 아예 대한태권도협회처럼  대의원총회는 공개하고, 이사회는 공개하지 않는다는 원칙을 철칙처럼 고수하는 것이 낫다.  

이사회를 비공개로 하면 예민한 사안과 논란거리 등이 언론을 통해 낱낱이 공개되지 않을 것이다. 이런 효과를 믿고 비공개로 이사회를 하겠지만, 기자들의 취재 역량에 따라 얼마든지 이사회에서 어떤 일이 벌어졌는지 알 수 있다. 

한 가지 덧붙이면, 이번 이사회는 굳이 비공개로 할 필요가 없었다. 기밀로 다룰 내용이 없었기 때문이다.

서성원 기자  tkdnews@kore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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