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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외 기고] 체육인들의 또 다른 도전
  • 박천재 미국 죠지 메이슨 대학 교수
  • 승인 2008.06.16 15:50
  • 호수 595
  • 댓글 0

최근 대한체육회장 선거를 비롯한 각종 체육 단체장 선거가, 과거와는 사뭇 다른 모양으로 치러지고 있다. 주로 정치 또는 재계 인사들을 단체장으로 영입하였던 과거와는 다르게, 체육인들이 직접 단체장 선거에 입후보하고 있는 것이다.

시대적 요구에 따른 지난 날의 관례에서 벗어나, 체육인 스스로가 단체를 이끌고자 하는 의지와 함께 이에 필요한 행정 능력을 갖춘 체육인들이 생겨나고 있는 것은 참으로 반가운 일이다. 이들의 아름다운 도전에 아낌없는 박수를 보내고 싶다.

박천재 미국 죠지 메이슨 대학 교수.

체육인들에게 요구되는 의식 변화

그러나 아직 아쉬운 점들이 있다. 체육인들의 의식이 정부 또는 권력기관의 그늘에서 여전히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는 것이다. 최근 언론에 오르내리는 관련 기사의 내용들을 살펴보면, 체육인들 사이에 정부나 권력의 비호를 마치 체육 단체장이 되기 위한 절대적 필요 요소로 받아들이고 있는 듯한 인상을 지울 수가 없다.

비록 이것이 현실일지는 모르겠으나, 미래 지향적 체육 발전을 위해 이러한 의식을 그대로 받아들이고 거기에 지속적으로 머물러 있는 것은 결코 바람직한 현상이라고 볼 수 없을 것이다. 극복해 나가기 위해서는, 무엇보다도 체육인 스스로의 역량을 더 높이고 서로 단결하는 일이다.

이는 최소한 체육인들의 권리를 찾기 위해서라도 서로 협조해야 한다. 물론 모든 체육 단체들이 체육인 수장을 두는 것만이 능사라는 것은 아니다. 비 체육인들이 열정을 가지고 스포츠 발전에 크게 이바지한 사례를 얼마든지 찾아 볼 수 있기 때문이다. 지금은 모두 작고한 박종규, 김택수, 정주영 전 한국 올림픽 위원회 위원장 겸 대한체육회장들을 들 수 있겠다.

이에 비해, 얼마 전 중도 사퇴한 김정길 대한 체육회장 겸 대한태권도협회장의 경우는 사정이 다르다. 체육 발전에 별로 보탬이 되지 못한 사례로 보는 것이 지배적인 평가다. 또한 한국 정부의 강력한 지지로(?) 세계 태권도 연맹 수장에 올라 여러 가지로 잡음이 그치지 않고 있는 현 조정원 총재의 경우, 임기가 끝나기도 전, 벌써부터 그에 대한 싸늘한 평가를 내리는 사람들이 많다고 한다.

자생력을  키워주는  정부  정책 전환

더욱 염려스러운 것이 있다. 이는 아직도 정부가 특정 인사를 정치적 논리에 의해 체육단체의 수장 자리에 앉히기 위해 압력(?)을 가하고 있다는 것이다 (5월30일 스포츠 조선). 이는 체육 선진국과는 거리가 먼 이야기다. 미국을 비롯한 체육 선진국의 경우, 체육 단체장 선거에 정부나 권력 단체의 간섭 또는 영향을 받는 일은 있을 수 없다. 무엇보다도 체육인들 스스로가 이를 용납하지 않아야 한다. 체육 분야는 문화의 중심에 서서 국민통합과 국위선양은 물론 국민의 삶의 질을 높이는 중요한 영역이다. 전문분야라는 것이다.

따라서 정부 관료들이나 정치인들은 체육문화의 고유한 기능과 그 중요성을 인정하고, 더 이상 체육 활동을 정치적 논리 아래 두려는 시대적으로 뒤 떨어진 발상에서 벗어나야 한다. 정부는 체육 단체가 자생적으로 발전 할 수 있는 환경을 갖도록 최대한으로 도와주는 역할을 해야 할 것이다.

체육인 출신 단체장의 자세

일본 가마 꾸라 막부 시대 (鎌倉, 1185-1333)의 사무라이들은 전장에서 피 냄새와 더불어 살아갔다. 그들은 주군을 위해서는 물론, 스스로 살아 남기 위해서 숫한 전투를 해야 만 했다. 그러나 전쟁이 끝난 에도 시대 (江所, 1615-1867) 의 사무라이들의 삶은 사뭇 달랐다. 이들은 전장에 나가 싸우는 일 대신 나라의 행정을 맡아보는 관료 역할을 하게 되었다. 그러나 그들은 여전히 칼을 지니고 다녔다. 무슨 이유로 평화 시대에 허리에 칼을 차고 살았을까? 그 답은 간단 명료하다. 스스로를 다스리기 위함이었다.

시퍼런 칼을 옆에 두고 적을 베는 대신 자신의 마음을 다스려 나갔다. 그들은 두 가지를 항상 경계했었다. 주군을 거슬리는 불충 (不忠)의 마음을 품는 것과, 다른 하나는 명예를 더럽히는 것이었다. 이를 어겼을 경우 그들은 자신의 목숨까지도 초개와 같이 여겼다. 이러한 그들의 정신 자세는, 스포츠 실기 현장을 거쳐 체육 단체 수장이 되어 행정을 맡게 되는 스포츠 지도자들에게 시사하는 바가 매우 크다 할 수 있다. 주군을 올바르게 섬기는 일이라 함은, 현재 외적 팽창에 과도하게 치우친 불균형적인 스포츠 정책을 내적 성장과 더불어 발전시키는 것과, 체육이 내포하고 있는 진정한 가치를 보다 폭넓게 인식 시키는 일이다.

또한 명예를 소중하게 간직하기 위하여 늘 자기 자신과 주위를 돌아보는 일을 게을리 해서도 안 될 것이다. 대의를 위해 자신을 낮추어 봉사하는 체육인 출신 단체장들의 멋진 활동을 기대해 본다.

박천재 미국 죠지 메이슨 대학 교수  tkdnews@kore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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