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태권도연맹(총재 조정원)이 판정의 공정성을 확보하기 위한 방안으로 채택한 전자호구 2차 기술품평회가 오는 25일 경희대학교에서 실시할 예정인 가운데 품평위원으로 위촉된 P씨와 K씨에 대해 한 업체가 문제를 제기하고 있다.

지난해 7월 20일 경희대학교 평화의전당에서 열린 전자호구 시연회에서 박수남 부총재를 비롯한 전자호구특별위원회 위원들이 Lajust의 헤드기어를 살펴보고 있다.

지난해 7월 20일 1차 품평회에 이어 8개월 만에 실시하는 2차 품평회를 앞두고 위원 위촉과 관련해 문제를 제기했다는 점에서 태권도인들의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위원 위촉과 관련해 문제를 제기한 업체 관계자는 “P씨와 K씨는 특정업체 전자호구를 개발한 당사자와 친분관계가 있는 것으로 드러났으며, K씨는 그 당사자가 개발한 현재 사용 중인 채점기 총판 책임자로 확인됐다”고 밝혔다.

이 업체가 문제를 제기하면서 내놓은 근거자료에 의하면 현재 각종 대회에서 사용 중인 채점기를 개발한 당사자가 ATM사의 전자호구를 개발한 같은 인물이다. 문제는 이번 심사위원으로 위촉된 K씨가 현재 사용하고 있는 채점기 총판 대표를 맡고 있다는 점이다.

개인적인 친분과 사업적으로 얽혀있는 사람을 심사위원으로 위촉할 경우 공정한 심사를 기대하기 어렵다는 게 이 업체 관계자와 태권도인들의 공통적인 견해다. P씨 또한 ATM사가 개발한 전자호구 기술자와 상당한 친분관계가 있으며, 과거 전자호구와 관련해 같이 한국을 방문한 적도 있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세계태권도연맹 문동후 사무총장은 “이미 문제를 제기한 업체로부터 이와 관련해 내용증명을 받았고, 확인한 결과 이들을 심사위원으로 위촉하는데 문제가 없다”고 말했다. 그는 또 심사위원이 9명이나 되고, 시스템이 그렇게 허술하지 않기 때문에 2명의 심사위원이 영향력을 행사할 수 없다고 덧붙였다.

조정원 총재가 심사위원 위촉과 관련해 문제가 되고 있거나 그럴 소지가 있는 사람은 심사위원에서 제외하라는 지시가 있었지만 문 총장이 이를 묵살한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비단 이번 전자호구와 관련된 문제뿐만 아니라 중요한 사안을 결정할 때마다 총장이 총재의 뜻을 번번이 무시하고 있다는 여론은 이미 태권도계에 팽배해 있다. 총재의 결단력이 부족한데서 오는 현상이라는 지적이다.

심사위원 위촉 외에도 전자호구 공인과 관련 특정업체에 대한 특혜를 부여하고 있다는 의혹이 증폭되고 있다.

지난해 7월 20일 1차 품평회가 끝나고 가장 완성도가 높은 제품을 공인하기로 했으나 절차와 방법을 이유로 연기했다. 그러나 이런저런 핑계로 공인은 계속연기하고 있다. 이는 특정업체에 특혜를 부여하기 위해 좀 더 완성도 높은 제품을 만들 수 있는 시간적 여유를 제공하고 있다는 지적이다.

오는 25일 2차 품평회 이후에도 곧바로 제품 공인은 하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문동후 사무총장은 “이번 2차 품평회는 현재 개발된 전자호구로 경기규칙에 맞게 대회를 치를 수 있느냐를 육안으로 확인하는 정도다. 또 체육과학연구원에서 전파의 혼선은 없는지 선수들의 인체에 해로움은 없는지에 대한 결과가 나와야 하기 때문에 공인시점에 대해 총장이 말할 상황이 아니라”고 말했다.

이에 대한 업체 관계자는 “이미 출시된 제품이 아니다. 전자호구 뿐만 아니라 완벽한 제품은 세상에 존재하지 않는다. 완벽한 제품을 만들기 위해 업체와 세계연맹이 서로 노력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또 1.2의 건전지가 인체에 얼마나 큰 해로움을 줄지 의문이라고 덧붙였다.

또 지난해 1차 품평회에는 3개의 업체만이 참가했는데 이번 2차 품평회에는 1개 업체가 추가 추가된 4개 업체로 늘어난 것에 대해서도 곱지 않은 시선을 보내고 있다.

김홍철 기자  wtkd@par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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