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준표 후보만 잠시 보였을 뿐 홍준표 회장은 없었다.

지난 4월 김정길 회장 사퇴로 공석이 된 대한태권도협회장 선거에 입후보한 홍준표 국회의원은 재적 대의원 25명 중 24명이 참석한 임시대의원총회에서 16표를 얻어 김성태(8표) 후보를 누르고 당선됐다.

김창완 편집국장

그러나 이날 홍준표 후보를 회장으로 당선시킨 대의원들과 태권도인들은 끝내 홍준표 회장으로부터 당선 소감과 향후 계획 등 한마디도 들을 수 없었다.

이유는 정치적 현안 때문에 급하게 연락을 받고 투표하기 이전에 자리를 떴기 때문이다. 출마의 변도 전날 후보를 사퇴한 조영기 전남협회장이 A4 용지 두 쪽 분량의 글을 대신 읽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태권도인들은 홍 후보를 회장으로 선출했다.

이미 대의원들의 표심이 결정된 상황이라 예상이 뒤집히지는 않았다. 직선제였다면 상상도 할 수 없는 일이다.

만약 김성태 후보를 지지하는 대의원들이 입후보자가 없는 상황에서 선거를 치를 수 없으며, 출마의 변도 대신할 수 없도록 강력하게 항의하는 결집력을 보였다면 선거가 연기되는 사태가 발생할 위험성도 없지 않았다. 그렇게 될 경우 선거가 연기되고, 홍 후보에 대한 반감이 확산된다면 선거는 예측할 수 없는 박빙의 상황으로 치달을 수도 있었다.

대의원들이 투표하기 이전에 자리를 떠난 홍 후보에게 국내 태권도의 수장 자리를 맡길 수 없다고 판단해 김성태 후보에게 표를 던졌더라면 태권도의 위상은 격상되고, 반면 홍 의원은 정치적 타격을 입었을 지도 모른다. 이후 아무리 정계 실세라 할지라도 태권도계를 가볍게 여기고, 쉽게 태권도협회장을 해보겠다며 뛰어드는 일을 차단하는 모델로 제시됐을 것이다.

홍 회장이 이번 선거에서 끝까지 자리를 지키지 못하고 떠난 것에 대해 태권도인들의 시선은 곱지 않다. 임기 내내 시빗거리가 될 수도 있다. 결국 리더십에 상처를 입게 될 지도 모른다.

홍 회장의 출마의 변을 보면 “제가 여당 원내대표로서 국사도 분주한데 이름만 태권도협회장에 걸어 놓고 들여다보지도 않을지 모른다고 걱정하는 분도 많이 계신 줄 알고 있습니다만” 이라는 대목이 있다. 태권도인들이 우려하는 부분을 잘 알고 있는 회장이 처음으로 태권도인들과 마주한 자리에서 단 한마디의 말도 없이 정치적 현안을 이유로 자리를 떴다.

앞으로도 항상 태권도가 뒷전으로 밀리지 말라는 보장도 없다. 정치적 현안 때문에 자리를 떴다는 것도 쉽게 납득되지 않는다. 이미 출마를 결심한 홍 회장은 선거 당일 오후 2시부터 5시까지 모든 정치적 일정을 비우고 회장으로 당선될 것을 알고 기자회견까지 준비했었다. 태권도에 대한 애정이 조금만 있었어도 쉽게 자리를 뜨지 않았을 것이다.

학창시절 승단기념 사진을 증거로 내놓아 태권도인임을 강조한 것도 그리 좋은 모습이 아니다. 정치인들은 항상 선거과정에서 가는 곳 마다 그 지역의 연고를 억지로 찾아내 인연을 강조한다. 태권도협회장에 출마해서야 태권도인임을 드러낸 것도 별반 다를 게 없다.

그동안 태권도계가 어려움에 처했을 때 태권도를 위해 무엇을 했는지 홍 회장 스스로 반성해야 할 부분이다. 최근 ‘태권도 특별법’ 국회통과가 지연됐던 이유가 한나라당 반대가 강했기 때문으로 태권도계는 알고 있다. 당시 태권도인 홍준표는 무엇을 했으며, 태권도협회장에 출마하지 않았더라도 자랑스럽게 태권도인이라고 밝혔겠는가.

김창완 기자  tkdnews@kore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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