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2일 태권도 종주국을 대표해 ‘2008 베이징올림픽’에 파견할 선수를 가리게 된 충북 제천실내체육관. 대한태권도협회(KTA) 관계자들과 경기진행임원, 각 팀의 코칭스태프와 선수들이 속속 모여들기 시작한다. 만나는 사람들마다 웃으며 반갑게 인사를 나누지만 마음은 그리 편안하게 보이지 않는다. 

그리고 경기시작 30분을 앞두고 열린 대표자회의. 평소와는 사뭇 다르다. 세계선수권대회, 아시안게임, 등 각종 국내외 대회를 앞두고 열리는 대표자회의에 참석해 봤지만 이번처럼 참석자들이 긴장하는 모습은 처음이다. 2000년 시드니, 2004년 아테네 올림픽 때도 이런 모습은 볼 수 없었다. 필자가 태권도계에 입문한지 12년. 이런 느낌은 처음이다. 내가 쉬는 숨소리조차 그들에게 불쾌하게 전달될까 조심스럽다. 그 어느 때보다도 올림픽에 대한 집념이 강해보인다.

그도 그럴 것이 각 체급별 판도가 2000년 시드니, 2004년 아테네 올림픽 때와는 달리 쉽게 예측할 수 없었기 때문이다. 이들이 긴장하는 핵심적 이유다. 팽팽한 긴장감을 넘어 잠시 고요한 적막이 흐른다. 마치 폭풍전야와도 같다. 경기를 무사히 마칠 수 있도록 협조를 부탁하는 양진방 전무이사의 말이 적막을 깨고 회의는 시작됐다.

규칙적용을 놓고도 치열한 공방전이 벌어진다. 규칙 하나하나가 전략전술과 직결되기 때문에 꼼꼼하게 따지지 않을 수 없다. 결국 규칙은 1,2차전과 크게 달라진 게 없다. 이제 결전만 남았다. 냉혹한 승부사의 세계에서 오로지 1등만 살아남는다. 그래서 이들은 살아남기 위해 마지막 남은 힘을 다 쏟아낼 것이다.

경기가 시작되고 응원전 또한 치열하다. 선수와 코칭스태프 모두가 긴장돼 있었다. 그래서인지 선수들도 다른 경기 때와는 다르게 몸도 마음도 무거워 보인다. 경기가 잘 풀리지 않는 듯하다. 코칭스태프는 선수들에게 평소 익힌 기술을 절규하듯 주문해보지만 직접 경기에 나선 선수는 그 주문이 상대선수에게 잘 통하지 않을 것 같아서인지 좀처럼 움직여주질 않는다.

특히 남자 68kg의 경우는 먹고 먹히는 먹이사슬과 같았다. 어느새 경기를 지켜보던 필자의 손에도 땀을 쥐고 있었다. 참으로 오랜만에 진지하고, 재미있는 경기를 본 느낌을 받았다. 경기장 자체가 긴장했던 탓인지 흥미는 두 배였다. 결국 ‘2008 베이징올림픽’에 출전할 선수들이 가려졌다. 올림픽에서 태권도 종목에 걸린 4개의 금메달 모두를 획득하기를 바란다. 또한 이번에 기회를 놓친 선수들은 절대 좌절하지 말고 ‘2012년 런던올림픽’의 주인공이 되기를 기대한다.

김창완 기자  tkdnews@kore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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