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태권도하면 정말 인성이 좋아지나요?
  • 임태희 전문위원(서울대 체육교육과 강사)
  • 승인 2006.03.13 00:00
  • 호수 49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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며칠 전 오랜만에 고향집에 내려가 가족들과 식사를 하는 중에, 모 TV방송에서 '실제상황 ○○○'이란 프로의 ‘우리아이가 달라졌어요’라는 코너를 우연치 않게 시청하게 되었다.

그 프로그램은 파괴성, 폭력성, 우울증 등의 정서적 문제를 경험하고 있는 취학 전 아동들이 그 문제들을 해결하고 극복해가는 과정을 사실적으로 묘사한 것으로 발달 관점의 패러다임을 기본으로, 특히 비고스키의 발달 이론에서 많은 영향을 받아 제작된 것이었다.

비고스키의 인지발달 이론에 대해 간단히 소개하면, 어린이는 항상 사회적으로 매개되며, 상호작용을 통해 영향을 받는다. 즉 부모나 교사가 유아에게 보여 주는 것들은 유아가 어떤 행동을 ‘구성할 것인갗에 영향을 준다는 것이다.

이 외에도 Freud(성역할과 욕구 경험에 따라 학습), Bandura(성취경험과 관찰학습에 의해 학습), Skinner(강화와 조건적 자극으로 학습), Bronfenbrenner(개인과 아주 가까운 주변에서 일어나는 활동과 상호작용하며 학습) 등의 이론들이 아동들의 문제해결을 위해 사용된다.

그 프로그램을 시청하며 아동심리와 사회심리이론체계의 확립을 바탕으로 이젠 강의실 안 학습이론들이 현장에 적용하는 단계까지 발전한 것에 놀라움을 감출 수가 없었다. 그 와중에 뇌리에 맴돌았던 것이 있는데, 바로 ‘태권도 수련은 과연 어떤 효과가 있을까’였다.

2005년 국립중앙도서관 자료현황에 따르면 태권도의 정의적 변인과 관련된 논문이 무려 100여편이 넘었다. 수행된 대부분의 연구주제는 예절, 사회성(자신감, 생활태도, 성격 등), 자아개념, 정신력 그리고 인성 등으로 대별되는데, 모든 연구에서 태권도 수련은 정의적 변인에 긍정적인 효과가 있다고 밝히고 있다.

이러한 결과는 전술한 아동 사회심리치료보다 더 큰 효과와 많은 양의 연구결과를 가지고 있음을 의미한다.

우리나라 유소년이 가장 많이 하고 있는 신체활동은 태권도다. 태권도는 유소년의 신체, 정신, 그리고 사회성 발달을 도모할 수 있는 대표적인 운동으로 국내뿐 아니라 세계에도 널리 보급되어 있다.

이것은 수련자 자신이 신체수련과 단련을 통해 정신세계를 수양하여 자아실현, 즉 도(道)의 개념을 터득하여 생활에 적용하는 것을 목표로 한다. 전술한 내용은 여러 가지 면에서 정말 그럴듯하게 들리며, 국내외 수련생의 참여동기를 높이는데도 손색이 없어 보인다.

하지만 전술한 태권도의 우수성 내용들에 대해서 몇 가지 의문점을 갖지 않을 수 없다. 우선 연구결과에 대한 의문이다. 태권도가 전술한 정도의 연구 분량과 효과가 구명된 것이라면 아동발달 및 사회심리분야보다도 더 높은 학문적 기반을 다진 것으로 평가할 수 있지만, 현실은 그렇지 못하다.

즉 연구는 어떠한 문제점에 착안하고, 이를 연구문제 및 이론적 기반을 바탕으로 가설화하며, 바람직한 연구방법을 통해 구명하는 절차를 거치게 된다. 하지만 태권도 분야에서 연구된 다수의 논문은 이러한 절차를 충실히 이행하지 못한 것처럼 보인다. 즉 연구결과에 대한 신빙성이 떨어진다는 것이다.

다음으로 태권도 프로그램의 변천과정에도 의문이 생긴다. 국내 태권도장은 해방이후에 처음으로 생겨나 신체단련 프로그램으로 시작하여 오늘날까지 많은 변화를 경험하였다. 특히 70년과 80년대 초 경제적으로 어려운 시기에 도장은 신체수련에 초점이 맞추어졌었다. 하지만 80년대 중후반 이후 태권도 프로그램은 다변화되어 예절, 인성, 학교체육, 레크리에이션, 야외 이벤트 등 다양한 응용 프로그램을 포함해 가게 되었다.

이는 태권도의 본질을 벗어나는 응용프로그램의 도입에 반대하는 전문가들도 있지만, 다양한 프로그램을 수련생에게 제공하는 것은 수련생의 발달적 측면에 더 긍정적일 것이라는 것이 아직까지 일반적인 견해처럼 보인다.

필자도 이러한 현상을 긍정적으로 평가하고 싶다. 그러나 프로그램의 도입이 교육과정 설계 시 필히 고려되어야 하는 철학, 정체성 그리고 수련생의 발달적 변화 측면을 고려한 것인지 아니면 상업화에 따른 태권도 프로그램의 대체물인지에 대해서는 명확하게 답하기가 어렵다. 한 가지 명확한 것은 자본주의 원칙이 태권도 전반에 깊게 녹아들어 있는 것만은 사실이다.

이러한 상업주의적 경쟁은 사설 마케팅 도입과 선물공세, 관비 면제 등의 부작용과 주변도장과 경쟁에서 이기기만 하면 된다는 결과최우선주의의 부작용을 낳고 있어 이 문제를 개선할 수 있는 태권도 전반의 계몽운동이 시급한 실정이다.

프로그램과 관련한 또 다른 의문으로, 최근 태권도 프로그램은 사회요구에 따라 예절, 사회성, 인성교육까지 포함하고 있다. 헌데, 이들 개념이 무엇인지? 그리고 구체적으로 어떻게 교육시키는지에 대해서 반문을 던질 필요가 있다.

사전적 의미로 인성은 ‘사람의 성품’을 의미하는데, 이것을 태권도 수련을 통해 바꾼다는 것은 아마도 전술한 연구 결과물들에서 나온 것처럼 보인다. 하지만 우리가 태권도 수련을 통해 인성을 바꾼다고 말하기 위해서는 우선 그 인성이라는 개념이 무엇인지?, 인성을 개발하기 위한 프로그램은 갖추고 있는지? 그리고 어떤 이론적 기반과 연구결과로 뒷받침하고 있는지? 등의 질문에 명확한 답할 수 있어야 한다.

현재는 태권도가 사회성이나 인성이 좋아진다는 인과성 연구결과 아니 관계성 연구도 구명되지 않은 상태다. 이것은 훗날 태권도의 정체성 상실뿐만 아니라 발전의 장벽으로 작용하게 될 소지가 크다.

사회성과 인성 개념은 사회심리학 분야에서 이미 100년이 넘게 연구되고 있고, 이론적 기반도 매우 탄탄하다. 우리나라에 사회운동심리 이론을 바탕으로 운동발달 교실이 문을 열어 성업 중에 있다. 이들은 태권도장을 중요한 경쟁상대 그리고 수련생을 잠재고객으로 보고 있다.

특히 운동발달 교실은 교사 한 사람이 4명 이하의 아이들을 집중적으로 지도하고, 그 체계성 또한 부모의 신뢰를 얻고 있는 점에서 태권도와 대비된다. 우리는 이들과 경쟁하기 위해 무엇을 준비하고 있는가?

그 동안 태권도인들의 끊임없는 노력으로 태권도가 경기화와 세계화를 이룩하여 큰 성공을 거두었지만, 그 명성도 사라질 날이 얼마 남지 않은 것처럼 보인다. 진정 태권도 참여가 효과가 있다면 체계적 검증절차를 통해 타 학문분야에 이해와 신뢰성을 높이고, 프로그램의 방향성 또한 태권도의 정체성과 미래지향성을 고려하여 다양한 자료를 바탕으로 개발 및 적용시켜야 할 것이다.

그리고 무엇보다 태권도의 장점을 토대로 잠재고객을 탐색하고 프로그램을 개발하는 데 힘써야겠다.

임태희 전문위원(서울대 체육교육과 강사)  wtkd@par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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