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인배들의 특징은 대개 이러하다. 이들은 평소 친하게 지내는 사람이 많다. 마당발이다. 대학에서 목도한 경우를 들어본다. 이들은 교수이기는 하지만 교수로서의 기본 임무인 연구와 교육에는 별로 관심이 없다. 그 대신 사람을 만나는 데 시간을 다 보낸다. 만나 술이라도 한 잔 하게 되면 상대방과 족보를 맞추어 본다. 처음 보는 사이라 해도 성씨를 따지고, 고향을 따지고, 살았던 곳을 따지다 보면 어느 곳에선가 반드시 겹치는 지점이 있기 마련이다.  그 지점을 확인하는 바로 그 순간 졸지에 선배와 후배가 된다.”

서성원 기자

강명관 부산대 한문학과 교수의 글이다.

이 글에서 강 교수는 교수들의 속성을 소인배(小人輩)에 비유했다. 소인배는 흔히 ‘속물’로 바꿔 부르기도 하는데, 강 교수의 눈에는 동료 교수들이 속물로 보였는가 보다.

급변하는 사회 환경과 처절한 생존경쟁 속에서 최고의 지성인이라고 하는 교수들도 ‘속물주의(스노비즘)’에서 자유로울 수 없다는 개탄으로 들린다.

그러나 교수사회에서 이런 속물주의는 점점 설 자리를 잃어가고 있다. 몇 년 동안 논문 한편 안 내고 승진하던 시절이 끝나가고 있기 때문이다.

그동안 많은 대학이 전임강사(2~3년)-조교수(3~5년)-부교수(4~6년)-정교수로 이어지는 승진과정을 관행처럼 여겼지만, 이제는 연구 업적을 내지 못하면 도태(publish or perish)’되는 논문평가 시스템이 본격적으로 가동되고 있다.  이로써 교수사회의 ‘철밥통 시대’는 옛말이 되어가고 있다.

최근 한 국립대가 지난 3년간 논문을 단 한 편도 쓰지 않은 교수를 조사해 보니 82명에 이른다고 한다. 교수 1인당 논문 건수는 0.55건이라고 하니 교수 본연의 임무에 얼마나 소홀히 했는지 알 수 있다.

태권도 교수사회로 눈을 돌려보자.

2년제와 4년제를 포함해 태권도 관련 학과는 30여 개에 이르고, 이 대학의 학과에서 학생들을 가르치고 있는 교수들은 100여 명을 웃돌고 있다. 이 교수들 중 교수 본연의 임무에 충실하며 양질의 논문을 쓰고 있는 교수는 얼마나 될까 의문이다.

물론 이 중에는 실기만 전문적으로 가르치는 교수들도 있고, 학생 모집에 진력하는 교수들도 있어 논문 편수로 교수를 평가하는 것은 옳지 않을 수도 있다.

그러나 연구와 교육을 등한시하는 것이 면죄부는 될 수 없다. 실기를 가르치면서도 열심히 연구를 하고 논문을 작성하는 교수들도 있기 때문이다.

그런 의미에서 최근 대구 계명대에서 만난 이선장 교수의 연구 열의는 본보기로 삼을 만하다.

서성원 기자  tkdnews@kore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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