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신정동의 정무체육관을 찾았을 때 가장 눈에 띄었던 것은 도장 안에 걸려있는 외발자전거였다. 도복이 걸려있을 법한 자리에 크고 작은 외발자전거들이 걸려있었기 때문이다.

정무체육관의 신은섭(47) 관장은 본업인 태권도 지도자 만큼이나 바쁘게 외발자전거 전도사로 활발한 활동을 하고 있다.

외발자전거를 전도하고 있는 신은섭 관장

‘외발자전거’하면 서커스에서나 볼 수 있는 묘기를 연상하기 쉽다. 그 만큼 일반인들과는 거리가 먼 스포츠가 외발자전거다.

그러나 실제로는 그렇지 않다는 것이 신 관장의 말이다.

“외발자전거, 생각보다 어렵지 않습니다. 하루에 한 두 시간씩 일주일만 배우면 탈 수 있습니다.”

외발자전거가 국내에는 아직 대중화되지 않았지만, 유럽이나 일본 등의 선진국에서는 올림픽 종목으로 추진이 될 정도로 대중화되었다.

외발자전거와 일반자전거는 차이가 크다. 단순히 바퀴의 숫자가 다른 것만이 아니라, 움직임 자체가 다르다는 것이다. 일반자전거의 경우 어느 정도 달리다 보면 페달을 밟지 않고도 달릴 수 있으며 몸의 자세도 크게 제약을 받지 않는다.

그러나 외발자전거는 페달을 항상 밟고 있어야 하며 브레이크도 없기 때문에 다리 힘과 균형감각만으로 가속과 정지를 조절해야 한다. 항상 허리를 세운 상태가 유지되어야 하기 때문에 몸의 균형감각을 키우는 데 최고의 스포츠라는 평가를 받고 있다.

무엇보다 성장기에 있는 아이들에게 아주 유익한 운동이라는 것이 신은섭 관장의 말이다. 신 관장이 태권도장에서 아이들에게 외발자전거를 적극 권장하는 이유이기도 하다.

그렇다고 해서 신 관장이 태권도에 소홀하지 않을까 하는 것은 기우(杞憂)일 뿐이다.

“정무체육관은 무엇보다 먼저 태권도장입니다. 태권도가 가장 중요하지요. 태권도는 태권도대로 제대로 지도하고 다른 좋은 운동이 있으면 가르치는 것도 좋다고 봅니다.”

신 관장이 이 지역(양천구 신정동)에서 태권도를 지도한 지는 20년 가까이 되었다. ‘관장’으로 도장을 책임진 것은 1995년부터다. 태권도 지도자로서는 신정동 터줏대감이라고 할 수 있다.

신 관장이 태권도를 지도하면서 교육관(敎育觀)에서 큰 전환점이 되었던 것은 1995년 미국시범을 가서였다.

당시 한 초등학교에서 태권도 시범을 보이게 되었는데, 그때 그 학교의 선생님들이 아이들을 지도하는 모습을 보면서 느끼는 게 많았다는 것이다.

그것은 한마디로 말해 ‘선생님이 직접 몸으로 보여주는 교육’이었다.

“그 때 그 선생님들을 보면서 많이 배웠습니다. 요즘 태권도장에서 어디나 인성교육을 말하지만 인성교육도 말로 가르치는 것이 아니라 행동으로 가르쳐야 한다고 봅니다. 물론 그것이 쉬운 일은 아니지만 노력은 해야지요.”

신 관장은 자신의 교육관을 “윗물이 맑아야 아랫물이 맑다”는 우리 속담에 비유했다.

요즘 일부 태권도장에서 하고 있는 선물마케팅에 대해서 신 관장은 이렇게 말한다.

“선물을 보고 태권도장에 온 아이들은 오래 못 갑니다. 아이들을 돈으로 보는 것이 아니라 아이들을 진심으로 대하고 오래도록 지도하겠다는 마음이 있어야 합니다.”

한번 도장에 오면 오래도록 다니는 것이 이곳 정무체육관의 특징이라고 한다.

“저는 처음 도장을 찾은 학부모들에게 ‘최소한 6년은 맡겨 주십시오’라고 말합니다. 그 만큼 아이들을 책임지고 지도하겠다는 것이지요. 다행히 그런 마음이 어느 정도 통했는지 우리 도장에는 다른 도장에 비해 체육관을 오래 다니는 아이들이 많습니다. 중고생들도 제법 있고, 지금 지도 사범들도 다 우리 도장 출신이지요.”

태권도장에서 태권도만 가르치는 시대는 지났다는 것이 신 관장이 보는 현대의 태권도장이다.

“좋은 것이 있으면 다 가르쳐야지요. 몰라서 못 가르친다면 몰라도 관장들이 가르칠 수만 있다면 태권도 외에 다른 것도 가르치는 것이 좋다고 봅니다.”

태권도장에서 태권도를 등한시 한 채 다른 것에만 신경을 쓴다면 분명 문제가 있지만 태권도는 기본으로 제대로 지도하면서 다른 좋은 것들도 지도한다면 반대할 이유가 전혀 없다. 문제는 태권도 지도자들의 역량일 것. 태권도 지도자들도 앞으로 좋은 것은 앞을 다퉈 미리 배워두는 것이 좋을 듯하다.

박성진 기자  tkdnews@kore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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