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충격’, ‘좌절’, ‘치욕’….
지난달 28일 중국 뤄양에서 끝난 제18회 아시아태권도선수권대회의 결과에 쏟아진 언론들의 보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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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남자 핀급에 출전한 최연호(국군체육부대)가 준결승에서 부상을 입고 쓰러져 있다.(사진제공 ATU 이석제) |
1회부터 17회까지 우승을 독차지 해오던 한국이 중국, 이란, 대만에 이어 4위에 그쳤으니 이런 반응이 나오는 것도 무리는 아니다. 게다가 베이징올림픽을 석달 여 앞둔 상황이어서 우려가 나오는 것도 당연하다.
그렇다면 한국은 왜 4위밖에 하지 못했을까? 원인을 외적인 것과 내적인 것, 두 가지로 나누어 생각해 볼 수 있다.
우선 외적인 부분에서 아시아 각국의 태권도 수준이 전체적으로 상향평준화 됐다는 점을 인정해야 한다. 한국 태권도가 무조건 1등 하던 시대는 이미 지나갔다는 것이다.
이번 대회에서 전 체급(8체급)에 출전하는 개최국 어드밴티지까지 누렸던 중국의 우승은 어떤 면에서 전혀 예상하지 못했던 것은 아니다. 올림픽 개최를 눈앞에 두고 있는 중국의 태권도 발전은 앞으로 더욱 빨라지리라는 것이 일반적인 전망이다.
이란은 남자부 금메달의 절반인 4개에 여자부 1개를 더해 실질적으로 우승이나 다름없는 성적을 거뒀다. 이란의 태권도 열기와 실력을 고려할 때 이러한 성적이 나온 것은 전혀 놀라운 일이 아니다.
대만의 경우에는 전자호구에 대한 대비가 다른 어느 나라에 비해 철저했다는 후문이다.
결과적으로 봤을 때 한국이 부진했던 것은 사실이지만, 그렇다고 해서 실력이 없는 나라들이 한국을 앞섰던 것은 아니라는 점을 인정할 필요가 있다.
한국태권도가 부진했던 내적인 이유는 여러 가지가 있을 수 있지만, 그 핵심은 자만심이라고 볼 수 있다. 그 자만심은 대회의 준비 부족으로 이어졌다.
이번 대회에 앞선 한국대표팀의 훈련기간은 고작 한 달에 불과했다.
아시아선수권대회의 경우 올림픽대표급 선수들이 나가지 않아도 우승을 할 것이라는 자만심까지 있었던 만큼, 평소 하던 대로만 하면 예년처럼 우승을 하지 않겠는가 하는 안이한 생각이 없었다고 할 수 없다.
이번 대회는 전자호구를 채택했다는 점, 마우스피스를 착용했다는 점 등에서도 기존의 국내 대회들과는 경기 양상이 달랐으며 심판들의 경기 진행 스타일도 국내에서와는 작지 않은 차이가 있었다.
아시아선수권을 지켜본 태권도계 중진은 “전술과 체력 등에서 한국 선수들이 외국 선수들에게 완패했다. 전자호구에 적응하지 못해서 부진했다는 것은 핑계”라고 지적했다.
이번 아시아선수권대회의 결과는 한국 태권도를 위해 ‘입에 쓰지만 몸에 좋은 약(良藥苦於口 而利於病)’이 될 것이다.
박성진 기자 kaku616@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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