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월 21일 오후, 서울 강남의 한 초등학교 앞. 수업을 마치고 하교하던 초등학생들의 눈길을 잡아 끄는 것이 있었다.

학교 울타리 옆에 평소 가지고 싶었던 로보트며 총이며 하는 장난감들이 펼쳐져 있었던 것이다.

하교하던 아이들이 장난감들에 관심을 갖고 모여들고 있다.

아이들은 가던 길을 멈추고 장난감들에 정신이 팔려서 구경하고 있었다. 그리고 그 아이들에게 작은 종이쪽지가 하나씩 건네졌다.

그 종이에는 “행사기간(4월O일~4월O일: 입관비 면제, 최고급 학용품 및 선물 증정, OO태권 체육관”이라는 내용이 쓰여져 있었다.

근방의 한 태권도장에서 이른바 ‘장난감 마케팅’을 하고 있었던 것이다.

장난감 좌판을 펼치고 있던 사람에게 물어보니 자신은 해당 태권도장의 관계자는 아니고 이런 마케팅을 대행하는 곳에서 나온 사람이라고 했다. 이런 종류의 마케팅을 하는 곳이 자신의 회사 말고도 여러 곳이 더 있다는 말도 덧붙였다.

초등학교 앞에서 장난감이나 학용품 등의 선물공세를 통해 관원을 모집하는 것이 볼썽 사납다는 지적이 나온 것은 이번이 처음은 아니다.

그야말로 순진한 아이들의 동심을 이용해 무조건 태권도장의 관원을 늘려보자는 속셈이기 때문이다.

하지만 일선도장 관장의 입장에서도 할말이 없는 것은 아니다. 워낙 도장 운영이 어렵다보니 이렇게라도 하지 않으면 도저히 도장운영이 되지 않는다는 것이다.

강남구 태권도협회의 강석한 회장은 “일부 도장에서 장난감 마케팅을 하더라도 근처 다른 도장에서 항의가 들어오지 않는 한 제재를 할 방법은 없다”고 말했다. 또 “태권도장은 선물마케팅을 하지 않는다 하더라도 다른 무술도장에서 하면 손해를 보는 것은 태권도장이기 때문에 말리기도 어렵다”고 덧붙였다.

다른 취재과정에서 만난 한 태권도 관장은 “‘장난감 마케팅’을 통해 입관한 아이들은 1년이 지나면 70%도 남지 않으며 몇 개월이 지나면 장난감을 주는 다른 도장으로 옮기는 경우도 많다”고 말했다.

이 관장의 말처럼 장난감의 ‘약발’로 들어온 아이들은 ‘약발’이 없어지면 도장을 나갈 것이다. ‘그래도 어쩔 수 없다, 장난감 마케팅을 해서도 관원 수를 늘려야겠다’면 그것을 막을 방법이나 권리는 다른 사람들에게 없다. 결국 선택은 태권도 지도자들의 몫이다.

그것은 결국 태권도를 하는 사람으로서의 자존심에 관한 문제가 아닐까.

박성진 기자  kaku616@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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