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기업 간부들이 해외연수와 세미나, 산업시찰 등 각종 명분을 내세우지만 사실상 업무와 전혀 연관성 없는 골프관광을 즐기다 발각돼 사회적인 비판을 받는 경우가 허다하다.

진정 기업의 발전을 위한 것이라면 기업을 이끌어 나갈 차세대 주역들을 해외에 파견해 견문을 넓히도록 하는 게 당연하다. 그런데 정년퇴직을 불과 1년 앞둔 고위간부들을 파견하고 있다. 보상차원이라는 비난을 받는 이유다.

태권도계도 예외는 아니다.

최근 경북 안동에서 열린 전국종별선수권대회 기간에 전국시도협회 회장단 간담회가 열렸다. 종별대회 개회식에 대부분의 시도협회장들이 참석하기 때문에 김정길 대한태권도협회장이 자리를 마련한 것이다. 그때 임춘길 전 전무이사의 상근부회장 임명을 건의했다. 결자해지 차원에서 회장단이 김 회장에게 건의했다고 보면 타당하다.

문제는 오는 8월 열리는 베이징 올림픽에 대한태권도협회가 경비를 부담해 시도협회장들이 참관할 수 있도록 해달라고 건의한 사실이다.

이러한 소문이 확산되면서 시도협장들에 대한 비난이 이어지고 있다. 물론 필자는 모든 시도협회장들이 이처럼 잘못된 사고를 갖고 있다고 생각지는 않는다. 다행스럽게도 모 시도협회장이 강하게 반대해 결정을 내리지 못했다.

시도협회장은 태권도 발전을 위해 헌신하고 봉사하는 자리다. 분명히 그렇게 하겠다고 약속하고 회장에 추대되거나 선출된 것으로 알고 있다. 필자가 잘못알고 있는 것인가?

어린 수련생들의 코 묻은 돈으로 태권도 단체가 운용되고 있다. 그런 건의를 하는 순간 수치심도 못 느꼈는지 궁금하다. 오히려 태권도계의 오피니언 리더로서, 각 시도협회를 이끌고 있는 수장으로서 대한민국 선수들이 올림픽에서 좋은 성적을 내도록 하기 위해 발전기금을 내고 선수들의 사기를 북돋워 주는 게 회장들의 역할일 듯하다.

계획이 없었기 때문에 예산도 편성하지 않았을 것이다. KTA가 도장활성화 등 태권도 발전을 위한 사업에 필요한 예산을 편성한 것도 대의원총회에서 꼼꼼히 따지는 각 시도협회가 이러한 부분에서는 관대해지겠다는 것이나 다름없다. 예산을 전용해서라도 각 시도회장단을 베이징 올림픽에 정중히 모시라는 것이다.

지도자들의 불만이 높다. 이 소식을 접한 지난 25일부터 28일까지 열린 용인대학교총장기대회에 참석한 지도자들도 “왜 회장단이 참관해야 하느냐” “대회를 보고 지도해야할 지도자들을 파견해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각 시도협회 회장단의 잘못된 사고방식은 지도자들은 물론 태권도인들에게 불만의 빌미를 제공하고 리더십의 부재로 이어지는 지름길이다.

회장이라는 이유로 특권을 누릴 수는 없다. 특권을 누리기 이전에 각 시도 태권도 발전을 위해 무엇을 해야 할 것인가를 생각하는 게 가장 회장다운 모습이다.

대한태권도협회와 국기원도 각 시도협장들의 요구에 무조건 응해서 될 일이 아니다. 그러한 일에 예상치 못한 경비가 소요된다면 역시 비판받을 수밖에 없다. 경기력 향상을 위해 차세대 지도자들을 객관적 평가를 통해 선발해 그들을 베이징 올림픽에 참관할 수 있도록 하는 게 태권도 발전을 위한 길이다.

김창완 기자  tkdnews@kore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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