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방 태권도계 주변에서 일어나고 있는 안팎의 단편들을 예시하며 우리는 진정 어떠한 위치에서 방황하고 있는가를 보자.

지난 2월 ‘전통무예진흥법’이 국회에서 통과되었다. 이제 우리나라의 전통무예는 국가적인 차원에서 육성과 지원이 가능하게 되리라는 전망이다. 전통무예진흥법은 “문화적 가치가 있는 전통무예를 진흥하여 국민의 건강증진과 문화생활 향상 및 문화국가 지향에 기여함을 목적으로 한다.”

법률안을 발의한 이시종 의원(한국무술종연합회장)에 따르면 “이 법안을 계기로 앞으로 우리의 전통무예가 전 세계의 무예들과 견줄 수 있는 위치에 설 수 있으며, 앞으로 서구중심의 올림픽이 아닌 동양중심의 무예를 바탕으로 한 세계무술올림픽을 추진할 수 있는 역할을 해낼 수 있다.”

‘태권도 진흥 및 공원조성 등에 관한 법률안’에 따르면, 태권도 정의는 “태권도라 함은 다른 무기를 사용하지 않고 발기술과 손기술을 사용하여 공격과 방어를 하는 무술로서 인격형성과 정신수양을 돕는 우리나라의 전통무도를 말한다.”  ‘전통무예와 전통무도’ 개념이 정부주도로 정의, 이원화되고 있다.

지난 2007년 9월 충주 제1회 대한민국무술대제전(The 1st Korea Martial Arts Olympiad) 겨루기 종목에 ‘태권도’ 가 포함되어 다수의 대학팀이 참가했다.

올림픽 종목의 태권도는 동양중심의 세계무술올림픽(가칭)을 지향하고 있다는 추정이 가능한데 태권도 정체성과는 무관한 것일까. 대회 유인물에 “대한민국이 종주국인 태권도는 2000년 시드니올림픽 때부터 정식종목으로 채택되었다. 맨손과 맨발로 인체의 관절을 무기화하여 자신을 방어하고 공격하는 무도이다.” 라고 해두고 산하 종목에 포함시키고 있다.

태권도의 안팎에서 이제 안의 자화상을 드려다 보자, KTA(대한태권도협회)는 연중 6개월에 걸쳐 각종 대회를 개최하고 있으며 심판의 공정성 확보에 안간힘을 쏟고 있는 듯한데, 상임심판에서 탈락된 심판들이 대거 김정길 회장이 사는 아파트 앞에서 시위, 심판선발 관련 시위 등 파문이 확산되고 있다. 이에 실무자는 “정치적 의도 다분”, 관련자 징계여부검토라는 기사가 보인다. 크고 작은 비리문제로 일부 시도협회는 법정공방에 열을 올리고 있다. 

국기원(國技院)도 무사하고 평화한 날이 없는 듯하다. 다가오는 6월 22일부터 적용되는 법정법인 전환에 따른 대책의 일환으로 규약 개정의 필요성을 깨친 듯하다. 사유인즉 이제 그 ‘82억 원의 기금 활용방안을 구체화’하는 묘수 찾기에 골몰하다. 적립금의 과다? 그것을 논외로 하고, 산하 부설 연구소의 연간 예산지원이 얼마였는지 묻고 싶다.

더더욱 세인의 눈길을 끄는 것은 국기원장 엄운규의 부역(附逆, 국가에 반역하는 일에 가담함) 사실여부에 대한 공방이며, 서울시태권도협회 대외협력단 명의의 <국기원 비리 척결 성명서> 등 규탄집회로 시끌시끌하다. 그 뿐만이 아니다. 소비자고발 프로그램 부정단증문제 등 꼬리를 물고 이어지는 폭로전, 원장 퇴진 요구는 무엇을 함의하는 것일까?

반세기 태권도 중흥사(中興史)의 현실이 부끄러울 뿐이다. 

태권도는 어느 소수 집단의 전유물일 수는 없다. 태권도사가(史家)는 그 같은 소탐대실(小貪大失)적 행위를 우려하며, 결코 묵인하지 않을 듯하다. 국기원의 법정법인화 진정성의 의도가 무엇이며 태권도의 미래와 태권도인에게 희망을 안겨줄 수 있는 선택의 용단은 실종(失踪)되고 있는 태권도의 명예를 그나마 소생케 하는 새싹의 생명력에 견줄 수 있겠다.

이경명 전문위원(태권도문화연구소장)  tkdnews@kore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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