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주에 조성되는 (가칭)태권도공원의 공식 명칭을 놓고 잡음이 끊이질 않고 있다.

명칭이 통일되지 않아 조성 사업의 밑그림을 그리는데 고충이 있는데다 정부, 태권도계, 전북도의 입장이 서로 달라 사업 추진 과정에서 혼란이 우려되고 있다.

지금까지 거론된 명칭은 태권도성지를 비롯해 태권도성전, 태권도전당, 태권도센터, 태권도랜드, 태권도궁(宮), 태권도메카, 무주태권도월드, 세계태권도본영, 세계태권도피아, 세계태권도광장 등 10여 개가 넘는다.

공식 명칭 선정 과정

문화관광부는 지난해 3월 인터넷 홈페이지로 태권도공원 명칭 공모를 했다. 태권도계 등 관련 분야 전문가 9인으로 구성된 심사위원회는 창의성, 국제성, 상징성, 전달성 등을 기준으로 477건의 응모 명칭을 심사한 결과, 최우수작을 선정하지 않고 ‘세계태권도광장’ ‘태권도센터’ ‘태권도월드’ 등 3편을 우수작으로 선정했다. 우수상에 선정된 응모자에게는 50만 원의 시상금을 지급했다.

그러나 당시 명칭 공모에서 최우수작을 선정하지 못한 문화관광부는 “태권도계 지도자들의 의견을 종합해 새로운 명칭을 최종 확정할 예정”이라며 최종 선정을 유보한 바 있다.

태권도계에서도 우수작으로 선정된 ‘세계태권도광장’과 ‘태권도센터’ ‘태권도월드’는 성지(聖地) 개념과는 거리가 멀다며 반기지 않았다.

그 후 태권도공원 조성 주체인 태권도진흥재단이 지난해 6월 서울 프레스센타에서 창립 이사회를 열고 공식 명칭을 선정하기 위해 토론을 벌였으나 ‘세계태권도중심’ ‘무주태권도월드’ ‘태권도공원’ ‘태권도성전’ 월드태권도피아‘ 등 10여 가지의 명칭을 놓고 이사들의 의견이 분분, 결론을 내지 못했다.

이날 이사회에서는 태권도공원이 세계 태권도인의 성지로 조성되는 만큼 ‘세계’라는 뜻이 들어가야 한다는 주장도 제기됐고, 전북 무주에 조성되는 만큼 고유 지명인 ‘무주’는 반드시 포함돼야 한다는 의견이 제기돼 공방이 벌어졌다.
 

명칭을 둘러싼 주위의 시각

이런 가운데, 최근 태권도진흥재단(이사장 이대순)이 ‘세계태권도피아’라는 명칭을 사용하자 태권도계 일각에서는 “태권도계의 정서와 동떨어진 명칭”이라며 난색을 표하고 있다.

대한태권도협회 양진방 기획이사는 ‘세계태권도피아’에 대해 “태권도계가 그 명칭을 사용하도록 인정했느냐”고 항변했다. 이는 태권도진흥재단이 태권도계의 여론과 정서를 무시하고 일방적으로 명칭을 사용하는 것에 제동을 걸면서 우회적으로 ‘태권도계가 공감하는 명칭을 사용하고 선정해야 한다’는 경고성 메시지로 읽힌다.

태권도계 일각에서는 “태권도공원 조성 과정에서 태권도계의 입장이 외면당하고 있는데, 명칭마저 태권도계의 여론을 수렴하지 않으면 누가 무주를 가겠느냐”며 가시 돋친 말을 쏟아내고 있다. 그러나 명칭을 둘러싼 태권도계의 여론도 제각각이어서 태권도계가 한 목소리를 내는 것도 어려운 실정이다.

이에 대해 태권도진흥재단 측은 “명칭 공모를 했는데 마땅한 것을 선정하지 못해 당분간 세계태권도피아를 사용하기로 했다”며 유연한 태도를 보이고 있다.

태권도학과 일부 교수들과 한인 사범들은 한국 문화를 대표하는 ‘태권도’에 ‘센터’나 ‘피아’ 등 영어를 사용하는 것은 적절치 않다며 반대하고 있다.

최근 문화관광부와 태권도진흥재단 관계자들과 미국의 우수 시설을 견학한 류호윤 대한태권도협회 기획부장은 “미국의 한인 사범들을 만나 보니 성지 개념의 명칭과 한글을 선호하고 있다”고 전했다.

성낙준 호서대 교수는 “대한태권도협회가 97년 설문조사한 것에 따르면 ‘태권도성전’보다는 ‘태권도전당’을 더 선호하는 것으로 나타났다”며 “북한이 태권도전당이라는 명칭을 쓰고 있다고 해서 다른 명칭으로 바꾸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고 말했다.

전북도는 ‘태권도성지’라는 명칭에 애착을 보이고 있다. 전북도 태권도추진단 관계자는 “태권도성지 조성사업에는 종주국이라는 역사성을 담아내는 작업이 절실하다”며 “명칭에서 이런 의미를 함축시킬 수 있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명칭 선정 기준과 과정

태권도공원 사업이 본격화하고 있는 상황에서 아직까지 공식 명칭이 선정되지 않은 것은 큰 문제가 아닐 수 없다. 따라서 올 상반기 안에 폭넓게 여론 수렴 과정을 거쳐 공식 명칭을 선정해야 한다는 여론이 지배적이다.

여기서 선행돼야 할 것은 명칭 선정의 기준을 정하는 것이다. 정부가 주장하는 기준은 창의성, 국제성, 상징성, 전달성인 반면 태권도계가 주장하는 기준은 상징성과 정통성, 역사성, 문화성 등으로 요약할 수 있다. 전북도의 입장도 태권도계와 별반 다르지 않다.

태권도계는 정부 주도의 명칭 선정에 반대하고 있다. 태권도공원 조성 주체인 태권도진흥재단이 이사회에서 명칭 선정을 강행할 경우, 국내외 태권도계의 반발은 확산될 가능성이 높다. 전북도의 반발도 충분히 예상할 수 있다.

따라서 정부-태권도계-전북도가 한 자리에 모여 명칭 선정 기준을 협의하고, 공청회를 통해 명칭을 선정하는 것이 잡음을 최소화하는 지름길이 될 것이다.

서성원 기자  wtkd@par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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