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18대 국회의원 선거의 후폭풍이 스포츠계에 몰려오고 있다.

총선에 출마해 낙선한 경기단체장에 대한 퇴진 압력이 거세지고 있는 가운데, 지난 정권에서 실세들의 몫이었던 각 단체장들의 물갈이가 본격화될 것으로 보인다.

김정길 KTA 회장(왼쪽)이 4일 올림픽공원 펜싱경기장에서 열린 베이징올림픽 파견 국가대표 선수선발 2차 평가전을 황춘성 부회장과 함께 관전하고 있다.

정부는 산하 단체장들에 대한 대대적인 물갈이에 대비해 총선 전부터 후임자 인선 작업을 진행해 온 것으로 알려졌다.

이번 총선에 출마한 통합민주당 소속 국회의원 가운데 장영달(전주 완산갑) 대한배구협회장과 조일현(홍천-회성) 핸드볼협회장은 낙선했고, 이종걸(안양 만안구) 대한농구협회장은 당선됐다.

낙선한 의원들의 경우, 계속해서 회장직을 수행해야 한다는 명분이 없는 한 단체장에서 물러날 가능성이 높다. “정치적이든 재정적이든 회장으로서 도움을 줄 수 없다면 물러나는 게 바람직하다”는 한 경기단체 관계자의 말이 이 같은 분위기를 암시하고 있다.   

이 같은 움직임은 총선에 불출마한 김정길 대한체육회장 겸 대한태권도협회장과 신상우 한국야구위원회 총재, 김혁규 한국배구연맹 총재의 진퇴에도 적잖은 영향을 끼칠 것으로 보인다.

일부 언론들은 여러 정황상 전 정권과 친밀한 관계를 유지하던 김정길 회장을 비롯한 신상우 총재와 김혁규 총재의 거취가 불투명��가며 퇴진 쪽에 무게를 싣고 있다.

이런 가운데 최근 문화체육관광부의 핵심 관계자가 “새 정부와 단체장 본인의 철학이 맞지 않으면 스스로 물러나는 것이 맞다고 본다”는 정부의 입장을 다시 한 번 강조해 파장이 일고 있다.

이 관계자는 정치적으로 편향되지 않아야 한다는 것과 전문성, 그리고 최근의 경영 실적 등 3가지가 재신임의 기준이라고 밝혔다.

그러면서 “만약 정부가 판단할 때 물러나야 할 사람이 물러나지 않을 경우에는 산하 단체에 대한 정부의 관리 감독 권한, 즉 감사 권한을 분명히 행사하겠다”고 덧붙였다.

한 언론 보도에 따르면, 문화체육관광부 측은 김정길 대한체육회장의 업무 태도에 대해 강한 불만을 드러냈다. 문화체육관광부의 핵심 관계자는 베이징올림픽을 앞두고 김 회장이 유인촌 장관과 단 한 차례도 업무 회의를 하지 않으면서 독립성만 강조한다며 “대한체육회가 독립군이냐”며 불만을 나타냈다는 것이다.

이런 분위기에 대해 김정길 회장 측은 직접적인 발언을 자제하면서 흐름을 예의주시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다만 선출직 회장인 만큼 베이징올림픽을 원만하게 마치는 등 임기(내년 3월)를 채우겠다는 의지에는 변함이 없는 듯하다.

문제는 정부의 퇴진 압력에 밀려 대한체육회장에서 물러날 경우, 대한태권도협회장도 그만 둘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김 회장은 지난해 12월 대선이 끝난 후 정치권의 여러 흐름을 고려, 대한체육회 회장직에만 전념하고 대한태권도협회 회장직은 용퇴할 생각을 여러 사람들에게 간접적으로 내비쳤으나 대한태권도협회 부회장들의 만류로 사퇴하지 않고 있다.

현재 태권도계는 김 회장의 진퇴를 둘러싸고 팽팽한 논쟁을 벌이고 있어 김 회장이 어떤 결단을 내릴 지 주목된다.

한편 공석인 단체장의 수장에 대한 신임 인사에도 귀추가 주목되고 있다.

박재호 전 이사장의 출마로 공석이 된 국민체육진흥곤당의 수장 자리에는 여권 출신의 인사가 임명될 것으로 알려졌고, 국민생활체육협의회 이사장에는 공천에서 탈락한 이강두 한나라당 의원의 임명이 유력하다.

서성원 기자  tkdnews@kore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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