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일 올림픽공원 펜싱경기장에서 열린 ‘2008베이징올림픽 파견 국가대표선수선발 2차 평가전’.

총 4체급에서 13명의 선수가 참가해 풀리그전으로 펼쳐진 이날 대회는 조별 1위자를 결정하는 것이 목표였기에 오랜 시간이 걸리지는 않으리라는 것이 대회 시작 전 예상이었다.

류병관 교수가 윤웅석 위원장에게 강력하게 항의하고 있고 옆에서 양진방 전무가 말리고 있다.

그러나 오전 10시부터 시작된 이날 대회는 오후 5시가 되어서야 끝이 났다. 그나마 확실한 결론도 내리지 못한 채. 왜 그랬을까.

사단이 일어난 것은 10시 30분경 이날 3번째 경기로 열린 남자 +80kg급 차동민(한국체대)과 윤희성(용인대)의 대결이었다.

팽팽한 접전을 펼친 차동민과 윤희성의 대결은 3회전 4-4인 상태에서 윤희성이 두 번째 경고를 받으면서 감점이 되어 4-3으로 차동민이 승리하게 됐다.

그러자 용인대 측에서 윤희성이 받은 경고가 부당하다고 소청을 제기하고 나섰다. 용인대 측의 주장에 따르면 서로 끌어안았고 오히려 차동민이 먼저 끌어안았다고 볼 수 있는 상황인데 주의도 없이 윤희성에게 경고가 내려진 것은 부당하다는 것이다.

용인대 측의 소청에 대해 윤웅석 소청위원장은 “경고는 심판의 고유권한인데, 경고로 소청을 한다는 것은 받아들일 수 없다”고 소청을 기각하려했고, 이에 대해 용인대 류병관 교수는 “경기에 부당한 점이 있을 때 이의를 제기하는 것이 소청인데 왜 안되느냐”며 강하게 항의했다.

이 과정에서 윤 위원장과 류 교수 간에 몸싸움에 가까운 고성이 오갔고 대회장의 시선은 순식간에 두 사람에게 집중이 되면서 경기 진행자체가 이루어지지 못하는 상황이 됐다.

양진방 전무이사는 “경고를 줄 수도 있고, 안 줄 수도 있는 상황이었던 것은 인정한다”면서도 “심판의 경고 판정이 잘못됐다고는 할 수 없다”는 애매한 입장을 보였다.

결국 용인대 측의 소청은 받아들여졌고 소청위원회에서는 회의를 소집했다. 소청이 진행되는 동안 남은 경기는 제대로 진행이 되지 못하고 있었다.

류병관 교수가 막 소청결과를 발표하려는 박흥신 경기위원장의 마이크를 빼앗고 있다.

1시간이 넘는 소청회의 끝에 소청결과를 발표하기 위해 박흥신 경기위원장이 마이크를 잡았다. 미리 알려진 소청의 결과는 7-0으로 심판의 경고가 문제없다는 내용이었다.

박흥신 위원장이 막 발표를 하려고 하자 이때 갑자기 류병관 교수가 박 위원장의 마이크를 빼앗아 들고 발표를 막았다. 소청을 제기한 측에 소청의 결과가 어떻다는 것을 미리 알려주기로 했으면서 아무런 통보없이 발표를 한다는 것은 부당하는 것이었다.

이 과정에서 또 한번의 몸싸움과 고성이 오갔고 경기장은 또 한번 어수선한 분위기에 빠지지 않을 수 없었다.

한동안 시간이 흐른 후 박흥신 위원장은 다시 마이크를 잡고 소청결과를 발표하려 했고, 이에 다시 류병관 교수가 나타나 발표문을 빼앗아 들고 또 다시 강력하게 항의했다.

류병관 교수를 중심으로 한 용인대 측에서 강력하게 소청 결과의 발표를 제지하자 대한태권도협회에서는 소청에 대한 결과가 나왔음에도 발표를 하지 못했고 협회 측의 이러한 태도는 결과적으로 용인대 측 주장의 타당성을 높였다.

결국 다른 체급의 경기가 먼저 진행이 됐고, 여자 2체급과 남자 1체급의 경기는 마무리가 됐다.

다른 경기의 마무리는 2시 이전에 이미 끝이 났으나 소청의 결과가 발표되지 않아 선수와 관객들은 협회의 발표를 기약 없이 기다려야했다. 이러한 시간은 3시간 이상 지속됐다.

마침내 5시가 다 되어 박흥신 위원장은 이날 제기된 소청의 결과발표를 7일 소청위원회를 다시 연 후 발표하겠다고 알렸고 그제서야 대회가 마무리됐다.

소청위원회에서 7-0으로 기각이 합의됐던 결과가 발표되지 않고 사실상 용인대 측의 주장이 받아들여진 것처럼 결론이 나자 이번에는 한국체대 측에서 반발을 했다.

소청이 이루어지는 과정에서 대회장을 빠져나갔다가 다시 들어오는 등 대회를 보이코트하는 것처럼 보였던 용인대 측은 오히려 끝까지 대회장을 지켰고 별다른 의사표현없이 대회장을 지키던 한국체대 측은 소청결과 발표가 7일로 미루어졌다는 내용이 미리 알려지자 이에 반발하여 대회장을 나갔다.

문제가 된 장면. 윤희성(용인대)이 경고를 받고 있다.(YTN 방송화면캡처)

한국체대 문원재 교수는 “경고를 가지고 소청을 한다는 것은 태권도 경기사상 처음 있는 일이다”며 “소청을 제기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결과가 나오면 받아들이는 것도 중요하다”고 말했다.

이날 있었던 이러한 과정은 취재 온 KBS, MBC, SBS, YTN 등의 방송과 스포츠신문 등의 취재진에게 생생하게 노출이 됐다.

대회 끝까지 남았다가 자리를 뜨던 한 관객은 “이런 일이 다른 경기에서 일어났다면 큰 사회적 문제가 되었을 것”이라는 말을 남기고 대회장을 빠져나갔다.

박성진 기자  tkdnews@kore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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