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첫 번째 전단지 제작은 고객의 반응 체크였어. 과연 어떤 반응을 해올까?” 궁금하여 홍보물에 전화번호만 넣었지. 2000장을 돌리고 나서 7통의 전화를 받았어. 잡지나 일간 신문에 광고를 하는 것 보다 고객의 반응은 즉각적이었지.
그러나 전단지를 돌리면서 수정해야 할 몇 가지 사항을 경험을 통해서 알 수 있게 되었어. A4용지 절반크기의 얇은 종이의 전단지는 종이의 크기 때문에 가지고 다니기도 불편하고 종이가 얇아 차량에 꼽는 시간이 많이 소요되어 좋은 방법이 아니라는 것을 터득하게 되었지.
다음에 제작한 전단지는 명함 크기의 2배로 만들어 잘 집을 수 있도록 했어. 접을 경우 진열하기도 편리하도록 하고 자동차에 꼽기도 쉽게 했지. 종이는 잘 구부러지지 않는 재질을 선택했어.
‘1주년 기념 1주일 간 무료 교육에 도복 공짜’ 라는 포인트를 주었고 직접 도장에 찾아오도록 주소와 약도만 그려 넣었지.
대부분 전화 문의는 물어보는 것으로 그치는 경우가 많다는 것을 알았기 때문이야. 결국 도장에 와야 깨끗한 시설도 보여줄 수 있고 왜 태권도를 배워야 되는지에 대해서도 자료를 제시하며 충분히 이해시킬 수 있기 때문이었지. 이러한 결과에 의해 5월에는 16명이 도장에 입관했어.
경험이 좋은 결과를 가져다 준거야.
만일 다른 사람을 시켜서 전단지를 배포했다면 이런 아이디어나 창의적이고 효과적인 생각을 할 수 없었겠지.
“전단지는 하루에 얼마나 돌리시나요?” 김사범이 물었다.
“도장을 지켜야 하는 애로사항 때문에 매일 아침 1시간 정도 돌리고 들어오지.”
“1시간이면 얼마나 돌리며 주로 어디로 가시나요?”
“400-500장정도 돌릴 수 있고 도장과 가까운 마켓 근처나 사람들이 집중적으로 몰리는 상가 밀집 지역에 가서 돌리지.”
“그런 곳으로 가는 특별한 이유라도 있나요?”
“물론 있지 도장 부근에 사는 사람이 예상고객이고 주요 타깃이지. 주로 이들은 생필품을 사기 위해선 자신들이 사는 집 부근의 마켓이나 상가로 가기 때문이야”
“주택가로는 가지 않나요?”
“물론 가야겠지만 현실적으로 많은 시간을 소비하지. 미국의 주택은 한국과 같이 밀집되어 있지 않아. 이 집에서 저 집으로 장소를 이동하는 시간이 많이 걸려 짧은 시간에 많이 돌릴 수 없어.”
“계산해보면 500여장을 1시간 만에 돌리려면 약 12초마다 한 장씩 돌려야 하는데 그게 가능한가요?” 김사범은 믿기지 않는 듯 말끝을 흐렸다.
“그러기 때문에 인구 밀집 지역, 차량이 많이 주차되어 있는 상가지역으로 가는 거지. 차와 차 사이에 서서 좌, 우 2대의 차량을 거의 동시에 전단지를 꼽지. 한 대는 운전석 창문에 끼워 놓고 또 다른 차량은 승객석의 전면 유리창 윈도우 쉴드 밑에 끼워 넣지. 이러면 1~2초면 돼”
“전단지를 돌리면서 어려움은 없었나요?”
“왜! 있었지 처음에는 주택지를 돌며 우편함(미국은 각 집마다 우편함 있음)에 넣었어.
“한번은 전단지를 넣고 있는데 우편배달 차량을 만났어.”
우편배달부는 “그게 뭐지요?” 나에게 물었어.
“이 부근에서 도장을 운영하는 사범입니다. 관원을 모집하기 위해 홍보물을 넣고 있는 중입니다.”
“당신은 연방법을 위반하고 있습니다. 우편함에 개인적인 물건은 넣을 수 없습니다. 다음부터는 넣지 마세요.”
“그렇지 않아도 숫기가 없는 나는 크게 무안을 당해 부끄러웠지. 이렇게 살지 않으면 안 되는가? 당장 도장을 걷어 치우고 싶은 심정이었어. 이역만리 낯선 땅에서 열심히 살겠다고 발로 뛰는데 갑자기 나타난 복병 ‘연방법’ 때문에 가슴이 두근거렸지. 그렇다고 돈이라도 많다면 신문에 광고라도 빵빵하게 실어서 마음껏 홍보하겠지만 그렇지도 않은 처지에 가슴이 답답하였어.”
도장으로 돌아오는 길은 발길이 무겁고 이 생각 저 생각으로 가득 차 있었다. 마침 우리 관원을 만났다. “관장님, 어디 아프세요. 힘이 없어 보여요.”
“아니...” 말끝을 흐렸다.
1년 동안 구두를 신지 않고 운동화만 신고 전단지로 홍보하겠다는 나의 각오도 서양 코쟁이의 단 한마디 ‘연방법위반’ 앞에서 무참히 허물어져 가고 있는 순간이었다. 그러나 나는 각오를 했다. 무너질 수 없다고.
6월 중순 어느 날
이날따라 날씨는 좀 후덥지근하고 기분 좋지 않은 날이었다. 하루 계획량을 다 돌리고 도장에 들어와 물을 마시고 있는데 ‘따르릉’ 전화벨이 울렸다. 와! 전단지를 보고 전화했겠지. 약간은 흥분된 마음으로 영어발음을 잘하기 위해 윗입술을 당겨 침을 발랐다. 긴장의 순간이었다.
“Tae Kwon Do School. How may I help you?” (태권도 도장입니다. 어떻게 도와드릴까요?)
“Are you owner of Tae Kwon Do School? (당신이 도장의 주인인가요?)
“Yes, Sir. (네 그렇습니다)
“Did you put your flyer on my car? (전단지를 제 차에 꼽았나요?)
아이고, 무슨 일이 일어났구나! 예감 할 수 있었다. 보통 날 같으면 전단지를 보고 “내 아들이 6살인데 태권도를 배우고 싶어 한다. 가격은 얼마냐? 하고 목소리의 톤이 부드럽고 상의하는 어투인데 반해 이 사람의 말투는 따지는 형식을 취하고 있었다.
“무슨 일이신가요?”
“당신이 꽂아 놓은 전단지가 내차의 창문에 끼어 창문이 내려가지 않습니다.” 볼멘소리였다.
“어떻게 하면 좋겠습니까?” 정중하게 물었다.
그는 고칠 테니 비용을 달라 지금 정비소에 와 있다고 했다. 그리고 얼마 있다 씩씩거리며 영수증을 들고 도장에 왔다.
“죄송합니다. 어려움을 드려서” 거금을 청구할까봐 위축된 채 정중히 사과를 하였다.
자동차 주인은 날씨가 더워 오른쪽 (동반자석) 창문에 끼워 놓은 전단지를 보지 못하고 자동문을 내린 것이다. 수리비용으로 $65불 (한국 돈 60,000원)을 지불하여 주었다. 그 후로는 손님이 앉아 있는 우측 창 쪽에 전단지를 꽂지 않았다.
이런 일이 있을 때마다 근심과 걱정과 두려움이 앞섰다.
<다음호에 계속>
김홍래 사범 tkdnews@kore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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