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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창신의 걸어서 탐라(耽羅) 일주(3)집집마다 멍멍멍! 3다도 맞아?
  • 최창신 고문
  • 승인 2008.04.03 17:44
  • 호수 58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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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주도를 삼다도(三多島)라고도 한다. 바람과 돌과 여자가 유난히 많아 그렇게 불리워진다.

제주 출신의 작가 현길언은 말한다. “내 소년시절의 기억의 창고에는 이 바람소리가 가득 쌓여있다. 초가집 추녀를 휘젓고 부는 바람, <중략> 제주 사람들은 그 바람의 위세와 언어를 새겨들으면서 한 세상을 살아왔다. 바람은 그렇게 제주 사람들에게는 위엄이 넘치는 잔인한 교사였다.”(‘바람과 돌과 소나무’에서)

최창신 상임고문

그는 또 말한다. “방풍림 나무들은 한 겨울이 돼도 모진 바람과의 싸움을 쉬지 않는다. 그 싸움은 울부짖듯 날카로운 소리를 낸다. 방풍림을 흔드는 바람소리는 겨울 내내 심장을 긁어 내리듯이 흉물스럽게 다가온다. 눈보라와 함께 초가 처마를 칠 때에는 전쟁터의 총소리처럼 귀청을 뚫고 지나간다.”(‘봄 오는 소리’에서)

역시 돌도 많다. 그래서 거의 모든 담과 경계선은 돌로 되어 있다. 처음에 그 울타리들을 볼 때에는 한결같이 엉성해 보였다. 돌과 돌 사이의 간격이 많아 불규칙하게 구멍이 숭숭 뚫려 있기 때문이다. 서툰 솜씨로 보였다.

그러나 애월(涯月)을 지날 무렵 우박 섞인 강한 비바람을 맞으며 문득 생각이 떠올랐다. 바람과의 조화를 위해 일부러 담에 구멍을 많이 만들어 놓았을 것이라는.

그렇다. 담은 급하게 지나가는 바람을 방해하거나 막아서지 않고, 바람도 굳이 담을 쓰러뜨릴 듯이 성난 모습으로 밀어붙이지 않는 대타협이 이루어지게 된 셈이다. 따라서 바람과 돌담이 창과 방패로 마주서지만 격돌하지 않고, 비록 강하고 거칠긴 해도 절묘한 화성(和聲)으로 2중창을 만들어 내는 것이다. 우리 시대 정치인들도 이런 슬기를 배웠으면 좋겠다.

처음 걷기 시작했을 때는 느끼지 못했으나 20km 이상 걸으면서 매우 특이한 현상을 발견했다. ‘개가 많다’는 점이었다. 원래 많았는지 아니면 근래 유행처럼 개 기르는 일이 성행하게 되었는지는 알 수 없으되 아무튼 개는 엄청나게 많았다. 집집마다 한 두 마리씩은 꼭 있었다.

우리가 지나갈 때마다 개들이 마구 짖어대니 더 많은 것처럼 보였다. ‘여기가 3다도 맞아? 4다도로 고쳐 불러야 되겠군.’ 걸으면서 줄곧 혼자 중얼거렸다.

제주도를 ‘3무(無)의 땅’이라고도 한다. 거지와 도둑과 대문이 없기 때문이다. 거지까지는 몰라도 도둑이 없다면 무엇 때문에 집집마다 개가 필요할까?

개 종류로 보아 보신탕을 위한 용도는 아닌 것 같은데 이상했다. 애완용도 있었고 집지키기용의 실팍한 녀석들도 많았다.

그렇다면 3무에서 최소한 하나(도둑)는 제외되어야 하는 게 아닐는지. 아니면 세가지 모두가 제주도의 특징이 될 수 없는 상황에 봉착하게 된 건 아닌지. 아무튼 세상은 많이 변해가고 있는 게 틀림없다.

30km를 주파, 한림(翰林)에 도착했다. 마을 이름 치고는 너무 점잖고 고상한 품격이 느껴졌다. 조선조 때 예문관(藝文館) 소속의 벼슬 이름이기도 하지만 보편적으로는 문인들, 학자들을 상징하기도 한다.

조금 전에 지나온 애월(涯月)은 무척 아름다운 이름이다. 그 발음도 뜻도 모두 시적(詩的)이다. ‘물가의 달’이라는 뜻이다. 그곳에서 달을 보면 유난히 아름답다고 한다.

밭끝자락에 세워진 돌울타리. 구멍이 많이 뚫려있어 세찬 바람도 적당히 통과시켜주므로 바람과의 공존을 이룩한 지혜의 산물로 보인다.

한림에서는 ‘한수풀체육관’의 장현(張鉉) 관장에게 신세를 졌다. 수련생들을 지도하는 바쁜 시간이었음에도 불구하고 좋은 식당으로 안내해 주었고 숙소도 마음에 드는 곳을 잡아 주었다.

첫눈에도 용모가 단정한 미남이고 총명해 보였는데 과연 남다른 데가 있었다. 그의 체육관 수련생은 모두 1백10명. 한림읍의 인구가 1만5천명 밖에 안되는 점과 그 작은 마을에 도장이 네 개나 된다는 사실을 생각하면 대단한 성과다.

“여기서 그만한 수련생을 유지한다는 것은, 서울로 치면 5백명 정도의 도장을 운영하는 것과 같습니다.” 김창완 국장의 평가였다. 아직 30대 초반의 젊은 나이에 그 정도의 성실성과 수완을 보인다면 그의 장래는 밝을 게 틀림없다. 중간에 교만해지거나 허튼 짓만 하지 않는다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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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창신 상임고문

- 현 국기원 이사. 서울신문 기자 출신. 체육부(현 문화관광체육부) 대변인을 거쳐 체육과학국장 · 체육지도국장으로 서울올림픽 대비 종합전략을 기획, 한국의 4위 달성에 기여했으며 축구협회 수석부회장, 문화체육부 차관보, 2002월드컵조직위 사무총장 등을 역임했다.

현재 본사 상임고문, 한국유소년축구회 회장, 프로축구단 서울유나이티드 회장으로 활동하고 있다.

최창신 고문  tkdnews@kore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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