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사하게 다가올 봄을 시샘하는 것일까. 겨울 끝자락 날 세운 바람의 기세가 만만치 않다. 하지만 아무리 앙탈해도 여기저기 봄기운이 확연하다. 계절이 바뀌는 길목, 이제는 긴긴 겨울을 정리해야 할 때다.
태권도장은 말할 것도 없다. 봄을 앞둔 이맘때 칙칙했던 도장 분위기를 바꿔보고 싶은 것이 관장들이 가진 공통적인 생각이다.

겨울의 묵은 때를 털고 새 기분으로 새 봄을 맞이하기 위해 대부분의 지도자들은 우선 새봄맞이 대청소로 도장의 분위기를 쇄신한다. 봄맞이 대청소는 수련생들의 건강을 유지하기 위해 꼭 필요하다.

먼저 새봄을 맞이하기 위해서는 겨울동안 도장 안에 쌓였던 먼지를 털어내는 일이다. 겨우내 찬바람이 도장으로 들어올세라 꼭꼭 닫아놓은 창문 틈에 쌓인 먼지, 온풍기 환기 구멍에서 서식하고 있는 세균, 바닥 매트에 둥지를 튼 집 먼지 진드기 등은 수련생들의 건강에 심각한 해를 끼칠 수 있다.

현대아산병워의 김경모 박사(소아과)는 “겨울철은 실내에서 생활하는 시간이 길다보니 몸이 점점 움츠러들어 운동량이 줄고, 움직임이 적을수록 면역력이 떨어지는데 그런 상태에서는 바이러스나 먼지 속에 기생하는 여러 해충들에 대한 방어능력이 약해지게 마련”이라며 “환기를 자주하고 청소를 철저히 해 환경을 깨끗하게 해주어야 한다”고 조언했다.

평소 ‘정리 고수’라 불린다는 중랑구의 한 도장 관장은 “청소만 잘 해도 새 도장처럼 깨끗하게 분위기를 바꿀 수 있다”고 말한다.

이 관장은 “쾌적한 실내를 유지하기 위해 환기가 매우 중요하다”며 “특히 일교차가 큰 요즘은 실내 적정 기온을 유지하기 위해 환기에 소홀한 경우가 있는데 아침, 저녁 30분 이상 창문을 열어 환기를 시킬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환기를 통해 나쁜 공기나 먼지를 밖으로 날려 보내고 쾌적하고 신선한 공기를 실내에 공급해야 한다는 것이다.

“도장 곳곳에서 서식하는 곰팡이를 제거해야 한다”는 조언도 아끼지 않았다. 곰팡이는 겨우내 가동했던 난방기구와 가습기 등으로 인해 알맞은 환경이 조성되면 더욱 크게 번성한다. 곰팡이는 그 자체보다 공기 중에 퍼지는 포자가 더 위험하다. 포자는 매우 미세해서 우리 호흡기로 흡입되어 각종 기관지염, 알레르기, 천식 등의 원인이 되는 것이다. 쾨쾨한 냄새로 인해 메스꺼움, 피로감의 원인이 될 뿐만 아니라 피부병을 일으키기도 한다.

곰팡이의 피해를 줄이기 위해서는 도장 안에 누수가 되는 곳은 없는지 살피고 결로가 생기는 경우에는 단열재 보강공사를 해야 한다.

바닥에 깔린 매트는 수시로 들춰 바람이 통하게 하고 습기가 많은 식수대 주변이나 실내 화장실 주변에는 환풍기를 설치하는 등 항상 환기에 신경을 쓸 필요가 있다. 물기가 자주 맺힌 창문이나 창틀을 깨끗하게 청소해 주는 것도 한 방법이다.

곰팡이를 제거하는 화학약품은 인체 건강에 좋지 않은 성분을 함유하고 있어 자제하는 것이 좋다.

도장 건물이 오래된 경우에는 봄을 맞아 구조를 변경하거나 인테리어를 다시 한다거나 가구를 바꿈으로써 새로운 분위기를 연출할 수도 있다. 이 경우에는 ‘헌집 증후군’이라 일컬어지는 질병을 예방해야한다.

‘헌집 중후군’은 새집에 입주한 후 원인 모를 비염, 아토피성피부염, 두드러기, 천식, 두통 등에 시달리는 ‘새집 증후군’과 마찬가지로 오래된 집이나 공간에 새롭게 도배나 칠을 하거나 새 가구를 들여 놓을 때 폐쇄된 공간에서 생기는 휘발성 유기화합물의 냄새나 화학작용으로 인해 발생하는 두통, 알레르기 증상, 천식, 기관지염, 아토피성피부염 증세를 말한다.

환경 전문가들은 이를 예방하기 위해서는 “벽에 무공해 페인트를 바르거나 도장 바닥에 천연소재의 매트를 사용하고 시공 첫날만큼은 도장을 비운 상태로 난방을 강하게 한 후 강제로 환기를 해야 한다”고 조언한다.

김은경 기자  wtkd@par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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