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태권도인의 정신적 지주 역할을 하지 못하며 갈수록 존엄성을 상실해 가고 있는 국기원! 과연 국기원을 ‘태권도 성지’ 혹은 ‘세계태권도본부’라고 할 수 있을까? 현재 국기원에는 권모술수와 음모, 권력 쟁탈과 힘겨루기만 가득할 뿐이다.

◇ 소용돌이로 몸살을 앓고 있는 국기원

다가오는 봄을 시샘이라고 하듯 간밤에 소복히 눈이 내린 지난 26일 오전 10시. 강남지하철 역에서 내려 국기원으로 올라가는 길은 오늘따라 더 가파랐다.

빙판길을 피해 국기원 정문에 다다르자 길가 양쪽에 원색의 플래카드가 듬성 듬성 붙어 있었다. 한 눈에 서울시태권도협회 대외협력단 측이 내건 플래카드임을 쉽게 알 수 있었다.

엄운규 원장과 이근창 처장, 그리고 송봉섭 부원장의 사퇴를 촉구하는 자극적인 문구를 보면서 오늘 예정되어 있는 ‘국기원 규탄 궐기대회’의 면면을 미루어 짐작할 수 있었다. 일부 문구는 지나치다 싶을 정도로 원색적이었다.

이윽고 도착한 국기원 수련장.

서울시태권도협회 기술전문위원회 위촉식에 참석한 200여 명의 태권도인들이 삼삼오오 짝을 지어 이야기를 나누고 있었다. 순간 이들도 대외협력단과 뜻을 같이하는지 의아심이 들었다. 

◇ 엄운규 원장 사퇴 놓고 공방

대외협력단의 핵심 관계자는 엄 원장의 사퇴를 기정사실화했다. 많은 사람들이 지켜보는 가운데, 그것도 2번씩이나 사표를 써서 송상근 부원장에게 줬다고 했다는 것이다. 

이 말에 대해 국기원 측은 “(현재 상황이 너무 힘들어) 사퇴를 할 수 있다는 의지의 표현이라고 해석해야 한다”며 성급한 사퇴론을 일축했다.

이에 대해 대외협력단의 한 관계자는 “엄 원장이 사표를 내지 않았다면, 우리들을 기만하는 것”이라며 흥분했다. 

어느 쪽의 말이 맞는 지를 정확히 알 수 없으나 한 가지 분명한 것은 국기원을 대표하는 원장의 권위와 존엄성은 추락했다는 것이다. 이제 서울시협회 측은 엄 원장을 적(適)으로 간주하고 있다. 태권도계의 최고 원로로 숭상한 것은 오래 전의 일이 돼 버렸다. 

국기원의 한 이사는 엄 원장의 패착을 이렇게 지적했다.

“문제가 있는 이근창 처장을 너무 감싸고 두둔하는 것을 보면 이성을 잃어버린 것 같다. 국기원장은 한 계파 혹은 특정인을 위해 존재해선 안 된다. 세계의 모든 태권도인들을 위해 존재해야 하는데, 현재의 엄 원장은 그렇지 않다.” 

◇ 희망을 주지 못하는 국기원

현재 국기원은 태권도인들에게 외면을 받고 있다. 제 아무리 태권도의 성지이자 세계태권도본부라고 자처해도 이제 많은 태권도인들은 손사래를 친다. 

건물이 낡고 협소해서가 아니다. 태권도인들에게 모범을 보여주고 희망을 주지 못하기 때문이다. 희망과 비전보다는 권모술수와 음모, 권력 쟁탈과 힘겨루기가 만연한 뿐이다.

국기원이 왜 이렇게 됐을까?

국기원 임직원들을 비롯해 태권도인들이 냉철하게 자문해 볼 일이다.

서성원 기자  tkdnews@kore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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