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태권도에 내 인생을 맡기고 520달러가 20센트로
  • 김홍래 사범
  • 승인 2008.02.04 14:06
  • 호수 579
  • 댓글 0

지루한 8월의 어느 오후.

졸음과 씨름하던 나에게 불청객이 찾아왔다. 8월의 이곳 사람들은 여행을 가거나 휴가를 떠나는 바캉스의 계절이다.

뜻밖의 고객인지라 반갑기도 하고 졸음을 쫓는 불청객인지라 귀찮기도 하였다.

“안녕하세요? 어떻게 도와드릴까요? 저는 이도장의 사범입니다.”

“반갑습니다. 브렌든입니다 내 아들 빌리가 운동을 하겠다고 해서 왔습니다. 5살인데 한 달에 회비가 얼마 인가요?”

“여러 가지 프로그램이 있지만 제가 추천하고 싶은 프로그램은 일주일간 실시하는 시범 프로그램을 추천하고 싶습니다. 아이들은 쉽게 마음이 변하기 때문에 현재로서는 일 년 프로그램이나 삼년에 유단자가 되는 프로그램을 권해드리지 못할 것 같습니다. 일주일간 운동을 시켜 보고 빌리가 좋다고 하면 그때 결정하도록 하시지요. 일주일 프로그램은 3번 나오고 가격은 20불입니다. 도복은 무료입니다.”

“That is cool (좋습니다.) 환한 표정을 지으며 입관원서에 사인을 하고 브렌든은 신용카드를 내밀었다. 처음 시도하는 기계조작이었다.

단말기에 카드를 슬라이드 하니 가격을 입력하라는 표시가 나왔다. 나는 20이라는 숫자를 입력하고 엔터를 쳤다. 그리고 사인을 받은 후 헤어졌다.

미국은 센트라는 단위가 있다 따라서 센트가 없을 때는 20의 뒷자리에 00을 입력해주어야 하는데 00을 쳐주지 않아 20불짜리 수련비가 20센트로 변했다.

한국식 화폐단위만을 생각한 작은 실수였다.

도장인수

기회가 왔다. 마침내 내가 일하던 도장을 인수했다. 나는 1년 6개월의 남의 집 머슴에서 이제 미국 부자동네의 도장 주인이 되었다.

미국 생활 2년 만에 내 소유의 도장을 가지게 된 사실은 말할 수 없는 온 가족의 기쁨이었다. 다음날부터 새로운 각오로 도장을 리모델링 하였다. 벽면 전체는 아이들이 좋아하는 계란 색으로 칠하고 바닥은 빨간색 매트로 어우러지게 하였다. 천정 가까운 윗부분에는 동양적인 냄새가 풍기도록 한지 문짝을 쭉 둘러 붙였다. 현관 입구의 카펫은 걷어내고 나무 무늬목으로 새롭게 단장 하였다. 새롭게 단장한 도장을 개관하는 첫날 나는 단단한 각오를 했다.

“나는 이제 더 물러날 곳이 없다. 여기 이 절벽에서 떨어지면 죽을 수밖에 없다.” 라는 신념과 각오로 열심히 뛰고 달리기로 결심했다.

작은 발견

침묵의 8월은 지났다. 8월을 죽음의 계절이라고 하던가. 미국의 8월은 휴가의 계절이다. 모두 여행을 떠나 도장은 텅 비게 된다. 한 달 동안 1명의 관원을 입관시킨 나는 고민에 빠지지 않을 수 없었다.

어떻게 관원을 끌어 드릴까? 이 생각 저 생각이 머물다 썰물처럼 빠져 나갔다.

미국 고객이 무엇 때문에 도장에 올까 꼼꼼히 생각하여 보았다.

관원을 증가 시키는 방법은 어떤 것이 있을까 생각에 생각을 거듭하였다.

광고는 어떻게 해야 보다 효과가 있을까 광고를 하기 위해서 어떤 신문이나 잡지를 선택해야 되는가! 미국의 부모들은 어떤 광고를 보고 도장을 찾아오고 무엇을 배우기 위하여 도장에 오는지 궁금증이 머리를 내밀었다.

안면 있는 관장들에게 물어보니 그냥 피상적인 이야기로 어느 잡지에 내봐 하는 식이었다.

태권도 동호인 모임이나 유관 태권도 단체 어느 곳에도 도장 관원 증가에 대한 자료나 통계자료가 없었다. 그저 생존의 방식에 의한 주먹구구식으로 이렇게 하면 된다 라는 식이었다.

미국 법은 가정 폭력이나 폭행에 대해서는 엄하게 다스린다. 누가 폭력을 행사하면 다음날부터 고통의 연속이다. 그런데 왜 미국인들은 치고받고 싸움을 가르치는 도장에 그들의 아이들을 보낼까 궁금하였다.

나는 위의 문제를 알아보기 위해서 입관원서 하단부에 설문 문항을 만들어 조사하기로 했다. 시간이 걸리더라도 조사해 보아야 할 과제였다.

* 당신은 도장에서 무엇을 배우기를 원하는가?
1)인성교육 2)호신술 3)건강 4)취미 5)동양의 무술과 철학

2003년 1월부터 5월까지 5개월 동안 입관생 78명을 대상으로 조사해본 결과 인성교육 38명 (약 49%), 호신술 27명 (약35%), 건강 10 (약12.8%), 취미 2명 (약 2.6%), 동양의 무술과 철학 1명 (약1.3%) 로 나타나 조사 결과는 의외였다.

호신술 및 신체 단련을 위하여 도장에 오는 줄 알았던 나의 판단은 잘못이었다.

도장에 운동을 배우러 오는 고객의 생각과 사범의 사고의 차이가 있는 것을 발견하였다. 그렇다면 어떤 프로그램이 유익할까? 생각 끝에 뜻있는 몇몇 사범들을 규합하여 일 년 가까이 프로그램 개발에 시간과 열정을 쏟아 부었다.

김홍래 사범  tkdnews@kore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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