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에서의 태권도와 한국에서의 태권도는 다르다. 일단은 태권도에 대한 인식이 다르다, 필자는 오랜 태권도 선수생활을 거쳤고 오랫동안 태권도 도장을 운영하다가 미국으로 건너와 태권도 도장을 운영하고 있다. 똑같이 태권도를 가르치는데 태권도에 대한 인식과 상황이 이토록 다른데 놀라지 않을 수 없었다.

양언석 사범.

한국에서의 태권도는 거의 어린이들의 전유물이다. 태권도는 그저 어린 시절에 한번쯤 해보는 그런 운동으로 인식되어져 있다. 실제로 대부분이 어린이 수련생들 밖에 없는 것이 현실이다. 그렇게 도장을 운영하다가 미국에서의 연령대를 가리지 않는 태권도에 대한 관심에 놀라지 않을 수 없다.

종주국에서 온 마스터에 대한 기대감을 보이기도 하고, 태권도 선수 출신이기 때문에 초창기에 도장 운영에 태권도 경기기술은 물론 경기에 관한 비디오 자료를 많이 활용하기도 하였다. 한국에서는 통하지 않는 일이지만 미국에서는 통할지도 모른다는 생각에서였는데  그런 생각이 잘못 됐다는 것을 깨닫는 데에는 결코 오랜 시간이 걸리지 않았다.

태권도 경기에 관한 비디오를 보여주는 것이 오히려 태권도에 대한 인식에 나쁜 영향을 줄 수 있다는 것을 깨달았기 때문이다.  

◇ 마니아 없는 재미없는 태권도=대부분의 스포츠들은 마니아들을 가지고 있다. 축구나 야구는 물론이고 격투종목인 복싱이나 KFC 혹은 K-1에 이르기 까지 마니아들은 이런 스포츠들에 열광하고 빠져서 사는 것이다. 그러나 태권도를 즐겨보는 사람들은 없다. 도장에서 태권도를 아주 좋아하는 미국인들에게 한국에서 보내온 경기 비디오를 보여 줬더니 단 몇 경기를 보더니 시큰둥한 표정이다. 재미는 물론 기술에 대한 경외감도 전혀 없고, 비디오 상으로 도대체 누가 이기고 누가 졌는지를 파악하기가 어렵다는 것이다.

봐도 재미가 없고 봐도 쉽게 누가 이기는지를 모르는 스포츠를 도대체 누가 본다는 말인가?  이렇게 시청자들의 흥미를 얻을 수 없으면 당연히 관심을 얻을 수 없다. 재미가 없으면 관중이나 시청자는 집중을 하지 않는다. 집중을 하지 않으면 더더욱 흥미는 떨어질 수  밖에 없는 것이다. 그런 상황이기 때문에 태권도 경기를 좋아하는 마니아들이 없는 것은 당연하다고 할 수 있다.

태권도는 우리나라의 국기다. 그래서 우리나라의 태권도 경기장에 일반 관객이 단 한명도 없다는 것은 국기에 대한 수치가 아닐 수 없는 것이다. 일본의 스모가 아주 단순한 경기이지만 엄청난 마니아층과 일본 국민들의 관심을 받고 있다는 것에 비하면 태권도 인들만이 모여서 하는 태권도 경기는 문제가 많다.

◇문제 있는 경기규칙 바꿔야=경기가 재미있으려면 연속성이 있어야 한다, 그래야 관중들도 흥미를 가지게 되고 집중도가 높아지는데 태권도 경기를 보면 너무 ‘갈려’가 많다. 그만큼 주심이 경기의 흐름을 많이 끊는다는 이야기다. 격투기 경기 중에 그로키 상태가 아닌데 주심이 마음대로 경기를 중단하고 다시 시키고 하는 경기는 없다. 또 경기 시간이 짧으면서 회전방식(라운드를 나눔)을 하는 것도 결과적으로는 경기의 흐름이 끊어지는 것과 마찬가지다. 

경기는 상호간의 공방이 이루어져야 재미가 있는데 태권도 경기장은 너무 넓어서 상대가 공방을 피하려고 하면 얼마든지 피할 수 있다. 경기장이 넓기 때문에 경기 자체가 느슨해지는 것이다. 넓은 여유 공간이 있기 때문에 실제로 선수들이 링과 같은 곳에서 이루어지는 경기에 비해 훨씬 공방이 이루어지는 비율도 낮고 박진감도 떨어진다. 

태권도는 전후좌우 모든 방향으로의 다양한 발차기가 경기장 안에서 드러나야 한다. 그러나 사각형의 경기장 안에서는 선수들이 대부분 뒤로 피하기 쉬운 대각선으로만 움직이기 때문에 대개의 기술은 앞뒤의 직선적 움직임 밖에는 없다.

태권도 경기만큼 경고가 많은 스포츠는 드물다. 특히 격투기 경기인데 잡거나 미는 것이 경고 사항으로 되어서 득점보다는 경고사항에 의해 승패가 좌우될 수 있는 것은 아주 잘못된 방식이라고 할 수 있다. 

◇태권도 이미지를 쇄신해야=재미없고 지루한 경기에서 누가 봐도 재미있고 흥미가 있는 경기로 만들어야만 태권도 경기는 살아 날수 있고, 태권도 경기가 살아나야만 태권도 전체에 대한 관심과 흥미도 커질 수 있다. 그러기 위해서는 심판들의 권한을 최소화 하여 선수들의 기량이 최대한 발현되도록 해주어야 한다, 갈려 사항이나 경고 사항을 최대로 줄이고 경기장을 좁히면서 단 회전으로 경기가 이루어 질 수 있도록 하는 것이 훨씬 흥미를 유발할 수 있지 않을까 생각한다.

박진감 넘치고 경기가 재미있으면 그것이 태권도 전체의 흥미를 높이고 이미지를 개혁하여 더 많은 사람들이 관심을 가지는 계기가 되지 않을까 생각한다.

재미 양언석 사범  tkdnews@kore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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