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정인들을 비난하거나 어떤 문제를 폭로하는 내용을 담고 있는 문서를 괴문서(怪聞書)라고 한다.

괴문서의 대부분은 출처가 불분명하고 누가 만들어 유포했는지 드러나지 않기 때문에 많은 의구심을 낳게 한다.

최근 태권도계에도 이런 괴문서가 유포됐다. 김정길 대한태권도협회(KTA) 회장의 퇴진을 촉구하는 괴문서는 팩시밀리를 통해 시도협회로 발송됐다.

이 괴문서의 골자는 김정길 KTA 회장의 퇴진이다.

“자신의 입신을 위해 KTA 회장직을 이용해 대한체육회장에 오르고 태권도를 이용했다. 회장에 취임할 때의 공약을 하나라도 이행했느냐”고 하면서 “빠른 시일 내에 물러나지 않으면 큰 소용돌이에 휘말릴 것”이라고 압박했다. 이 밖에 양진방 KTA 전무를 비롯한 일부 태권도인들을 비판하고 폄훼했다.

이 괴문서에 대해 많은 태권도인들은 “내용의 진위를 떠나 태권도계를 혼란에 빠뜨리고 있다. 무엇이 두려우면 떳떳하게 실체를 밝히지 않느냐”고 지적했다. KTA의 한 관계자는 “아직도 이런 괴문서가 먹힐 줄 아느냐. 우스운 짓거리”라며 개탄했다.

이런 괴문서가 아직도 통용되고 있다는 것은 태권도계가 건강하지 않다는 것을 간접적으로 증명하고 있다. 불이익을 당할까 염려스러워 실체를 밝히지 않았다고 해명할 수 있지만, 익명성에 기대어 특정인을 비난하고 음해하는 것은 옳은 처신이 아니다. 만약 문서를 만든 실체를 당당하게 밝혔다면 ‘정체불명의 괴문서’라는 오명에서 벗어날 뿐 아니라 설득력과 호소력이 한층 더 높아졌을 것이다.

한 가지 분명한 것은 정체불명의괴문서의 영향력이 예전만 못하다는 것이다. 그만큼 태권도인들은 성숙해졌고, 사리분별 능력도 좋아졌다. 올바르고 건강한 비판 논쟁 풍토를 저해하는 괴문서는 사라져야 한다.

서성원 기자  tkdnews@kore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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