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간의 모든 학습은 스스로 느끼는 것과 스스로를 평가하는 것에서 비롯된다. 그리고 그 학습의 성공은 바로 그 사람의 능력으로 완성되는 것이다. 도장 수련을 통해서 자신을 자각할 수 있도록 만든다는 것은 지도자의 중요한 능력이 될 수 있고 도장의 훌륭한 가치모델이 될 수 있다.

그래서 도장에서의 수련도 항상 자발적 평가가 이루어지도록 만들어 주어야 한다. 스스로 자각할 수 있고 평가할 수 있으면 건강이든 공부든 기술 습득이든 훨씬 빨리 이루어지고 무엇보다 그 자체에서 더 큰 재미를 느낄 수 있게 되는 것이다.

인간의 성장과 발달 중에 가장 중요한 것은 방향성이다. 어떻게 성장하고 어떻게 발달하느냐는 것이 그 사람의 총체적 능력의 질을 결정하기 때문이다.

건강의 문제에서도 가장 중요한 것은 바로 자각과 평가이다. 내가 어느 정도의 건강성과 신체 충실도를 가지고 있느냐는 것을 자각하고 평가하는 것은 비교할 대상이 없는 상황에서는 불가능하다. 동일한 연령대의 다른 사람들의 기능과 비교하고 대비할 때 비로소 스스로의 상황에 대한 자각과 평가가 가능해 지는 것이다.

건강은 자각하고 평가할 때 만들어지기 시작한다.

건강의 의미가 역동적 생명성이라고 보면 태권도장에서의 수련은 인간을 역동적이고 생명력있게 만드는 우리 사회의 가장 중요한 교육이 아닐 수 없다. 그래서 태권도장이 단순한 놀이공간이 되어서도 안 되고, 단순한 기술 전수의 장이 되어서도 안 된다는 것이다.

자각과 평가의 주체는 자신의 의지요 마음이며, 이것은 궁극적으로 태권도를 수련하는 정신세계 안에 포함되는 일이다. 다시 말해서 마음과 의식의 작용이 없는 과정은 그 가치가 상실되는 것이나 마찬가지이다.

“의(義)가 없으면 무술이 아니다”라는 말은 요즈음같이 이종 격투기가 성행하는 시기의 도장 수련에서 생각해야할 중요한 모토가 아닐 수 없다. 무엇을 어떻게 발달시킬 것인가에 대한 정의가 있어야 하고, 내외(內外)가 동시에 발달하는 도의(道義)가 없으면 무술은 그냥 싸움질이 되는 것이다.

도장의 궁극적 가치는 인간의 심신을 건강하게 만들고 인간의 생명력을 극대화시켜 나가는 것이다. 이런 가치는 태권도에 도(道)라는 말을 붙일 수 있는 정당성을 부여하게 하는 것이다. 단순하게 발차는 기술이나 주먹을 사용하는 방법만을 강조하거나 재미와 놀이에 치중한다면 이미 인간의 본질을 강화하는 도라는 기능은 상실하는 모양이 될 수밖에 없다.

내가 지금 어느 정도의 신체적 능력을 가지고 있느냐, 내가 지금 어느 정도의 정신력을 가지고 있느냐, 내가 지금 어느 정도의 건강수준을 가지고 있느냐 하는 것에 대한 평가는 그 사람을 긍정적으로 발전하게 하는 또 다른 원동력을 제공하는 계기가 되는 것이다. 이런 자각과 스스로에 대한 평가를 할 수 있을 때만 현실적 수련에서의 자기 발전이 만들어지기 시작하고 그것을 통해 우리는 건강성을 추구할 수 있는 것이다.

태권도 수련은 더없는 건강 운동이 될 수 있다

방학 중 태극권의 본산인 중국 하남성의 진가구를 방문한 적이 있다. 그곳에 있는 역대 조사들의 비석들을 보면서 남들이 모르는 깊은 감명을 받았다. 오늘날 소림무술에 밀려 중국 정부에서 한 푼도 도와주지 않는 태극권이 그래도 전 세계적으로 성행하는 원동력이 무엇일까에 대한 진한 의구심을 가지고 있었던 터였기 때문이다. 내가 받은 감명은 결국 그것이 태극권의 본질이었구나 하고 느끼게 해주는 작은 발견 같은 것이었던 것이다.

1950년대 우리나라 사람들의 평균수명이 50세를 넘지 못했다는 것은 누구나 다 아는 이야기다. 그 이전의 중국 사람들의 평균 수명도 결코 우리 수준을 넘지 못했을 것이라고 추산할 때, 그리고 불로초를 찾아 헤맨 중국을 통일한 진시황이 49세에 죽었다는 것을 감안할 때 태극권 역대 조사들의 평균 수명이 줄잡아 85세가 넘었다는 것은 적어도 나에게는 경이로운 일이 아닐 수 없었다.

태권도 수련은 전신운동이다. 오히려 태극권보다 훨씬 다양한 운동성을 지닌 전신운동인 것이다. 그러나 그동안 태권도 수련과 인간의 건강성과 생명력을 연결시키지 못했다. 가장 말초를 발달시키는 운동, 가장 활발한 대근운동, 가장 좋은 심폐운동, 가장 좋은 근육운동, 가장 심신의 조화를 추구할 수 있는 운동이라는 우리들 스스로의 자각과 평가가 부족했던 것뿐이다. 그래서 도장도, 우리들 스스로도 건강한 운동으로 탈바꿈하기 위하여 자각하고 평가해야 하는 것이다.

류병관 전문위원(용인대 태권도학과 교수)  wtkd@par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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