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달 20일 국기원에서 열린 ‘2008 국가대표선수선발 최종대회’에서 유독 돋보이는 팀이 있었다. 바로 한국가스공사(감독 박종만, 이하 가스공사)다.

남자 총 6체급 중에서 송명섭(라이트급), 장창하(웰터급), 정영한(미들급)이 우승을 차지했으며, 올해부터 합류하게 되는 김용민(밴텀급, 상명대)까지 포함하면 무려 4체급을 석권한 것이다. 가히 ‘가스공사 천하’라고 할 만하다.

가스공사는 왜 강한가?

경기도 분당에 위치한 가스공사 태권도단을 찾아 그 이유를 알아봤다. <편집자>

어느 팀도 예외가 될 수는 없지만, ‘가스공사’하면 우선은 그 감독을 떠올리지 않을 수 없다. 감독이 누구냐에 따라 팀의 색깔은 전혀 달라지기 때문이다.

2003년부터 6년째 가스공사를 이끌고 있는 박종만(46) 감독을 알면 가스공사가 어떤 팀인지를 어느 정도 짐작할 수 있다.

그렇다면 박종만 감독은 어떤 스타일의 지도자인가.

외모만 놓고 본다면 박 감독은 전형적인 용장(勇將) 스타일이다. 그러나 실제의 박 감독은 덕장(德將)에 가깝다.

박 감독은 선수들을 다그치지 않는다. ‘이번 대회에서는 반드시 우승해야한다’거나, ‘이번 경기는 절대 지면 안된다’는 등의 압박은 박 감독이 사용하는 무기가 아니다.

박 감독은 한마디를 할 뿐이다.

“즐겁게 훈련하고 즐겁게 경기해라”

이것뿐 이다. 야구로 치면 자율야구다.

정말 이렇게만 선수들을 이끌어도 좋은 성적이 나올 수 있을까. 박 감독이 처음부터 선수들의 자율을 믿었던 것은 아니다. 박 감독은 10년간 핀란드에서 체류하며 태권도를 지도한 경험을 가지고 있다. 이 때의 경험이 박 감독에게는 큰 도움이 되었다고 한다.

“북유럽 사람들이라 우리하고 여러 가지로 다른 점도 있었지만, 스스로가 즐거운 마음으로 와서 훈련하고 자기일은 스스로가 알아서 하는 것을 보면서 한국에 있을 때 생각했던 강제적인 훈련의 효과가 실제로는 적다는 것을 느끼게 되었습니다.”

그래도 때로는 선수들에게 채찍질이 필요하지 않을까?

그래서 어쩔 수 없는 악역은 신재현(40) 코치가 맡고 있다. “선수들이 어린아이들이 아니기 때문에 기본적으로 감독님의 지도가 옳다고 생각합니다만, 때로는 기강이 필요할 때도 있는데 그때는 제가 나서는 거지요.” 악역을 맡아 좀 억울할 때도 있겠다는 말에 신 코치는 “선수들도 다 압니다. 그게 제 역할이라는 것을”이라며 웃는다.

사실 선수들도 다 알고 있었다. 2007년까지 선수들의 맏형으로 생활했던 오선택(29) 선수가 느낀 점은 이렇다.

“감독님과 코치님의 지도방법을 한마디로 표현하면 조율을 잘한다는 겁니다. 선수들을 놓아줄 때와 잡아줄 때를 분명하게 알고 계신다는 거죠.”

2007년을 마지막으로 은퇴를 하고 인천 계양고 코치로 옮기게 된 오 선수는 “이제 선수에서 지도자의 길을 걷게 되었는데, 감독님과 코치님에게서 배운 데로 잘 해낼 수 있을지 모르겠습니다”라며 멋쩍어 했다.

박 감독의 ‘자율 태권도’가 가스공사를 최고의 팀으로 만드는데 일조한 것은 분명하지만, 박 감독이 꼽는 원인은 다른데 있었다.

“사실 우리 팀이 좋은 성적을 낼 수 있는 것은 다른 팀들보다 조건이 좋았기 때문입니다. 모든 것이 회사(한국가스공사)의 전폭적인 지원이 있었기 때문에 가능한 일이었습니다.”

한국가스공사 이상영 홍보팀장은 “회사의 입장에서는 일시적인 성적보다는 장기적인 회사의 이미지를 중요하게 생각하고 있습니다. 그런 점에서 우리 태권도단이 보여주는 화합의 이미지는 회사에게 큰 보탬이 된다고 생각합니다. 다만, 공기업이다보니 성적에 따른 보상이 미진할 수 있어 그 점에 대해 선수들과 감독코치진에 양해를 구할 뿐입니다”라고 말한다.

가스공사 태권도단을 한마디로 표현하자면 역시 ‘인화(人和)’다.

선수와 지도자, 선배와 후배, 팀과 회사가 서로를 이해하고 함께하려는 모습이 감춰지지 않았다.

가스공사가 4체급을 석권할 수 있었던 비법은 바로 여기에 있었던 것이다.

그렇다면 덕장 박종만 감독이 태권도의 발전을 위해 중요하게 생각하는 점은 무엇일까.

“저는 제가 현재 실업팀 감독을 맡고 있지만 태권도의 발전을 위해서는 대학이나 실업팀에서 태권도를 전문적으로 하는 선수들보다 일반대학교에서 태권도가 좋아서 하는 동아리들이 더욱 활성화되고 태권도계가 나서서 지원을 아끼지 말아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대학에서 취미활동으로 태권도를 수련하는 친구들이야말로 진정한 태권도인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그들이 앞으로 20년, 30년 후 사회 각계의 지도층 인사가 되어서 태권도의 응원군이 된다면 태권도가 어떻게 쇠퇴할 수 있겠습니까”

박 감독이 실업 최고의 감독이 된 데는 다 이유가 있었던 것이다.

심대석-박성진 기자  tkdnews@kore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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