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91년 초 나는 “Self-defense 100" 이라는 태권도 교본을 집필했다. 이 교본은 태권도 수련생들을 위해서 좀 더 효과적이고 합리적인 수련을 할 수 있게 100가지 호신 대련법을 체계적으로 서술 한 것이다. 손 수 찍은 300장이 넘는 동작 사진을 수록했다. 나는 많은 밤을 지새우며 제작에 골몰했다.

원래 목적은 우리 도장 수련생들을 위한 자체 교본용으로 시작한 것인데 수요가 늘어나면서 도매상에 위탁 판매를 하기도 했다.

1996년 가을 전미국대회에 출전시킬 펜실베이니아 주 선발 대회를 개최 했다. 약 400여명 선수와 300여명의 관람객들로 성황리에 대회를 끝마치고 그 이익금을 주 대표 선수들의 뒷바라지를 해 주었다.

도장 학부모들과 유단자들이 성심껏 도와주었고 플로리다 지관에서 테드사범과 몇 사람의  유단자들이 비행기를 타고 올라왔다. 정말 고마운 사람들이다.

지관장 테드는 터어키 이민 2세로서 나보다 나이가 열한 살이나 더 위인데 굉장히 자상하고 예절이 바른 사람이다. 그의 남동생은 권위 있는 재판관으로서 내가 사는 이 지역 고등법원에 부장판사로 재임하고 있다.

여기에 테드사범이 “태권도 월드 저널”에 기고한 내용을 약간 소개한다.

<벌써 이렇게나 많은 세월이 흘렀다는 것이 도무지 믿기지 않는다.
그분은 나와 같은 대학에서 공부했고 내게 무술을 가르치기도 했다.
세상에 수많은 인과관계가 있지만 사범과 제자 사이만큼 특이한 관계도 없다고 생각한다.
나는 태권도를 처음 시작 했을 때부터 지금 까지 항상 그분을 경이로운 눈으로 바라보면서 용기를 얻었다. 그분의 가르침을 받으면 받을수록 자신감과 존경심이 더해갔다. 그분은 생에 대한 놀라운 지식과 지혜를 겸하고 있다. 재치 있는 생각과 폭넓은 재주들을 보면 나는 언제나 놀라움을 금할 수가 없다.
내 삶 중에서 가장 보람 있고 영광스럽게 생각하는 것이 그를 ‘사범님’이라고 부르는 것이다.
곽사범님은 태권도와 도덕성에 대해서 가르칠 뿐만 아니라 몸소 행하시며 남에게 본보기가 되시고 솔선수범으로 항상 언행이 일치하는 분이다.
내가 늘 바라고 기도하는 것은 그분이 가르쳐 주신 그 지혜와 슬기를 나의 제자들에게 그대로 전수하고 이해할 수 있게 했으면 하는 욕심이다.
그는 내 가족이며 나의 가장 친한 친구이자 스승이시다. 그분의 존재는 내 인생의 가장 소중함 그 자체다.>

이 글을 읽고 나는 사명감에 가슴이 벅찼다.

2003년 2월 유단자들이 회갑 잔치를 해주겠단다. 해마다 치르는 생일잔치라 나는 그러려니 했는데 100여명의 유단자들이 도장에서 조금 떨어진 중국 식당 별실에 모였다. 몇 년 동안 소식이 없었던 고단자들도 참석했다.

정말 깜짝 생일잔치이다. 흥분한 상태로 인사를 나누고 제자들이 준비한 생일 선물도 받았다.

나의 태권도 이민 생활 33년이 헛되지 않았구나 싶었다.

2004년 7월 9일 나는 교수, 의사, 비밀 경찰관, 실업인 등 24명의 수련생 및 가족들을 인솔해서 7박 8일간 한국 관광길에 올랐다.

인천공항에 도착하니 11일 오전 6시 반이었다. 다시 비행기를 갈아타고 10시40분경 제주도에 도착한 우리는 20대 후반으로 보이는 여자 가이드의 안내를 받았다.

제주 민속박물관, 우도와 북제주 분재 예술원을 구경하고 서귀포 KAL호텔에서 여장을 풀었다.

곽병열 사범  dssim22@paran.com

<저작권자 © 태권도신문,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 곽병열 사범
• dssim22@para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