태권도계를 떠들썩하게 했던 이중신분 파문이 지난달 15일 KTA 이사회를 끝으로 종지부를 찍었다.

그동안 KTA가 이중신분인 선수들에 대해 묵인해왔을 뿐만 아니라 대한체육회 선수등록규정이 애매모호 하다는 이유를 들어 징계는 부당하다는 측과 해당지도자들에 대한 강한징계로 다시는 선수등록규정을 위반하는 사태를 막아야 한다는 주장이 팽팽하게 맞섰다.

결국 투표로 징계여부를 결정했다. 이날 이사회에 참석한 이사들 중 21명이 투표에 참여했고, 기권 1표, 12대8로 징계가 부당하다는 결론이 나왔다.

김정길 회장이 공개적인 언급은 없었지만 징계만이 이중신분 파문을 해결하는 방법이 아니라는 점을 간접적으로 표현해왔다.

양진방 전무이사와 황춘성 부회장 겸 기술전문위원회 의장도 징계가 능사는 아니라는 뜻을 여러 차례 언급했다. 그런데도 불구하고 전무이사가 위원장인 상벌위원회는 1,2차 모두 2년의 징계를 내렸고, 김정길 회장이 선임한 이사들 중 8명은 징계를 주장했다.

이러한 정황으로 미뤄볼 때 김 회장 리더십에 허점이 드러나기 시작한 것이다. 물론 이번 징계대상에 포함된 특정 감독에 대한 불편한 심정을 드러낸 것이라는 해석도 전혀 설득력이 없는 것은 아니다. 하지만 태권도계가 당초 기대했던 회장의 모습을 지난 4년 동안 보여주지 못했기 때문에 강한 반발에 부딪치기 시작한 것이라는 여론이 강하다. 갈수록 김 회장에 대한 저항은 거세질 전망이며, 이들이 곧 반김 회장 세력으로 등장하게 될 것으로 예상된다.

이들은 그 세력을 점차 확대하고 내년으로 임기가 끝나는 김 회장 이후를 준비할 것으로 전망된다. 이들은 김 회장의 지난 4년 동안을 평가하고 그 문제점을 집중적으로 공격할 채비도 갖추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4년 전 KTA 회장에 출마한 김정길 후보는 화합을 통해 신뢰받는 태권도 구축, 인사와 제도개혁, 경기위주에서 벗어난 새로운 태권도 문화조성, 경연마인드 도입해 수익사업 전개, 신뢰를 되찾으면 회장직 사퇴 등이 핵심적 출마의 변이었다. 즉 태권도계 전반적인 개혁을 통해 국민들로부터 신뢰를 회복하겠다고 천명한 것이나 다름없다.

그러나 1년 후 발전적 변화를 통해 국민들로부터 신뢰받는 태권도를 선보이겠다던 약속을 뒤로 하고 김 회장은 대한체육회 회장에 당선됐다. 당연히 KTA에 대한 관심은 소홀해질 수밖에 없었다. 반면 국내 체육계는 2011년 대구세계육상선수권대회, 2014년 인천아시안게임 유치 성공으로 큰 경사를 맞았다. 그렇게 4년의 세월이 흐르는 동안 태권도계는 온갖 비리로 얼룩진 것처럼 비쳐지고 있다는데 부인할 수 없다.

태권도인들이 납득하지 않는 자정운동 등 뒤늦은 개혁은 오히려 역효과를 초래하고 있다. 게다가 자정운동의 상징인 윤리위원회는 구성된 이후 무엇을 어떻게 하고 있는지에 대해서도 태권도인들은 전혀 모르고 있다. 김 회장은 어떠한 일을 추진함에 있어서도 황소걸음이라는 비판을 받고 있다.

태권도인들은 승부조작 파문이 일어났을 때도 바로 검찰수사를 의뢰하면 될 것을 윤리위원회 구성으로 시간을 허송했다는 비판을 받았다. 또 지난 10월 광주에서 열린 전국체육대회에서 여성심판을 비하하는 원색적 폭언을 서슴지 않은 모 지방협회 인사에 대한 징계여부를 가리기 위한 회의는 단 한 번도 이뤄지지 않았다. 본지 인터뷰를 통해서도 강한 징계를 천명했다. 전무이사에게 규정에 따라 징계절차를 진행하라고 지시했는데도 움직임이 더디다. 이처럼 리더십의 허점을 드러내고, 추진력도 없다면 태권도인들의 반발은 더 거세질 것은 불을 보듯 뻔하다.

김창완 기자  dssim22@par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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