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내빈석‘알리’선수 옆자리 지정석에 가서 앉았다

그는 위트가 있고 인간미가 흐르는 사람이었다. 악수로 인사를 나누면서 대단한 시범이라며 내게 칭찬을 아끼지 않았다.

2001년 3월 23일 미주 동아일보에서 실린 곽병열 사범의 기사.

잠시 막간에 “마스터 곽, 나하고 한 판 할까? 흐흐...” 웃으면서 농담도 했다.

“오케이, 우리 이 단상위에서 태권도하고 복싱하고 한판 붙어볼까?”

갑자기 둘은 내빈석 단상에서 엉거주춤 일어서서 대련자세를 취했다.

그는 허공에다 주먹을 서너 번 흔들어댔다.

나도 웃으면서 “흐흐... 이 발로 차도 괜찮은 거지?”하고 오른쪽 무릎을 두어 번 올렸다 내렸다 하면서 맞장구를 쳤다.

“오-오! 노 노 노! 복싱으로 해요. 나는 다리를 다치면 내 밥줄이 끊긴단 말이요” 라면서 두 손을 합장하고 비는 시늉까지 했다.

이 광경을 의아하게 보고 있던 700여명의 관중들의 폭소를 자아냈다.

또한 그날 대회 챔피언의 영광은 ‘브라운’ 이라는 내 도장 유단자가 차지했는데 대형 트로피와 고급 자전거를 상품으로 받았다.

가을부터 나는 MCC, 대학에서 태권도를 가르치기 시작했다. 그래서 피닉스빌 도장은 일 년 반만에 문을 닫고 말았다.

낮에는 태권도 체육과목을 가르치고 화,목 저녁에는 일반인들을 포함한 학생들을 따로 체육관에서 가르쳤다.

같은 시기에 나는 컴퓨터 프로그램(Electronic Data Processing System)을 공부하는 학생이기도 했다. 숙제를 하느라 밤샘을 하면서 사전과 씨름을 해야 했다. 내 억센 경상도 사투리 발음으로 V,F,R 발음을 하기란 그리 만만치 않았다.

“REVOLUTION(혁명)”이라는 단어를 2주일이나 연습해서 겨우 교수님을 만족시킨 일도 있다.

내가 사는 이곳 Blue Bell은 컴퓨터를 최초로 발명한 곳이기도 하다.

그 당시 학생들은 키펀치로 일일이 카드를 찍어서 펜실베이니아 대학에 있는 초대형 컴퓨터에 연결해서 사용했다. 교수님이 “앞으로 십 년 내에 소형 컴퓨터가 나올 거야” 라고 했는데 5년이 좀 지나서 테이블용 컴퓨터가 쏟아져 나왔다.
1973년 8월 대학에서 약 2마일 정도 떨어진 남쪽 도로변에 신축하는 소형 쇼핑센터에 나는 또 도장 자리 하나를 계약하고 “TAE KWON DO" 라는 커다란 간판을 걸었다.

그 당시 이소룡 인기가 한참 급상승을 타고 있을 때라 약삭빠른 이들은 장사속으로 KARATE, KUNG-FU 간판을 걸었지만 나는 시종일관  “TAE KWON DO"다. 언젠가는 이 이름이 꼭 영어 사전에 삽일 될 것을 믿으면서...

나는 도복을 만들어서 경제적인 뒷받침을 해보려고 봉제공장을 시작했다. 혼자서 물어물어 필요한 기계와 재료를 구입해야 했고 디자인과 재단을 배운 일이 없는 나는 실을 풀어헤친 도복을 두터운 종이위에 펼쳐 놓고 본을 떠서 재단에 사용했다. 재단기에 손가락이 잘릴 뻔 한 일, 물건 구입차 뉴욕 시내를 돌아다니다 길을 잃고 몇 번이나 사고가 날 뻔한 일, 재봉사들의 터무니없는 횡포, 그리고 만든 물건들을 팔지 못해서 쩔쩔매던 일등 수많은 어려움을 감수해야 했다.

몇 년 동안 나는 고생만 실컷 하고 결국엔 공장을 고용인 재봉사에게 헐값에 넘기고 말았다.

곽병열 사범  dssim22@par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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