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부 태권도장은 수련생 확보를 위해서 각종 홍보에 주력하고, 태권도 수련이 주를 이뤄야 할 교육 내용은 수련생 감소를 우려해 놀이위주의 프로그램을 적용하고 있다. 때문에 요즘 태권도장에서 진정한 무도정신을 찾기란 쉽지 않다. 그렇다면 태권도의 무도성을 중시하며 지도자 입장에서 태권도를 가르치는 도장은 얼마나 될까?

이런 의구심에 명쾌한 해답을 주는 도장이 있다. “진정한 태권도를 배우려면 이곳에서”라는 표현은 강원도 춘천시 우두동에 위치한 ‘월드태권도장’에 걸 맞는다. “태권도는 예(禮)다. 예를 중시하는 것은 태권도의 가장 기본이다”라는 굳은 철학을 강조하는 김남용(38) 관장.

품새수련 중 김남용 관장이 손동작을 바로 잡아주고 있다.

가정과 학교에서 또 다른 사설학원 등에서 감당해 내기 어려운 ‘떼쟁이’ 아이들도 김 관장의 교육을 받으면 언제 그랬냐는 듯 얌전해진다.

이날 도장을 찾은 수련생 오태교(6ㆍ파란띠)는 5살까지 말문이 쉽게 트이지 않아 부모의 걱정이 상당했다.

하지만 도장 문을 들어서며 목청껏 “태권”이라며 허리 숙여 인사하는 모습에선 그런 흔적은 찾을 수 없다.

이미 사라져 옛 추억이 돼 버린 선생님의 애정 가득한 회초리 역할을 월드도장은 대신 해내고 있다. 때문에 학부모들에게서 인성교육을 담당해 달라는 요청을 자주 받는다고 한다. 점차 사라져 가는 부모에 대한 효와 생활 속 예를 담당하는 막중한 책임을 지고 있는 것이다.

월드태권도장이 개관한 지 올해로 6년째. 자신의 교육 철학을 이해시키기까지는 상당한 어려움이 있었다고 한다.

김 관장은 개관초기 도장을 찾은 일부 학부모들의 “도장은 아이들이 마음껏 놀다갈 수 있는 곳 아니냐”는 변해버린 도장에 대한 인식을 바로잡기 위해 힘들었던 초기 1년 6개월 동안의 고충도 털어 놨다. 인성을 중시하는 자신의 지도철학을 이해시키기가 가장 힘들었다는 것이다. 

이렇듯 월드도장의 최우선 교육과제는 인성교육이다. “예가 갖춰지지 않으면 태권도를 배울 필요가 없다”는 게 김 관장의 지론이다. 따라서 예를 갖추어 건강한 정신을 갖게 된 월드도장 수련생들의 실력은 당연히 강원도 내 최고다.

도장 내 선수단의 규모도 가장 크다. 초등부 선수단의 인원만 50여 명. 큰 규모의 대회에는 관광버스를 대절해 참가할 정도다. 매년 선수단 중 많은 인원이 강원도 내에 위치한 태권도명문 중학교로 진학할 정도로 실력도 규모 못지않다.

수련이 시작되면 김 관장의 불호령이 곳곳에서 들리고, 끝난 뒤에는 한 없이 따뜻한 모습으로 끌어안는 그의 포용력도 지금의 월드도장을 있게 한 원동력이다. 이렇게 월드도장은 ‘우수선수 등용문’의 역할도 해내고 있다. 실제로 지난해 강원도교육감기대회와 품새경연대회 등  지난 2년간 각종 대회에 참가해 30여 차례 상위 입상했다.

월드도장의 수련생들은 60% 이상이 품띠. 입관 후 수련생들 거의 대부분은 2~3품까지 수련을 계속한다. 1품 취득 후 퇴관하는 수련생들이 많은 다른 도장들과는 질적으로 다르다.

김 관장은 오늘도 도장을 찾는 학부모들을 직접 만나거나 전화를 통해 매일 그들의 의견을 수렴한다. 수련생들의 부족한 부분을 직접 채워주기 위한 그의 노력은 많은 지도자들의 태권도의 본질을 알게 하는 경종을 울리기에 충분하다.

정대길 기자  dssim22@par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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